장로 아닙니까!
예전에 아틀란타 지역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오신 장로님이 계셨다. 작은 식품점을 운영하시다가 다른 한인에게 가게를 팔고 오셨는데, 새롭게 가게를 매입한 분이 계약이 다 끝난 일을 두고서 이모저모 불평을 하기 시작했고 장로님을 괴롭게 했다. 장로님도 자신이 매매한 가게가 문제없이 잘 되기를 바라셨지만, 그렇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자 힘들어하셨다. 그러던 중에, 큰 손해를 보시면서 물질을 다시 물어주시는 결정을 하셨다. 다 끝난 일인데, 왜 그러셨냐고 물었을 때, 한마디를 하셨다. “장로 아닙니까. 교회 장로가 그럴 수 있느냐?는 그말에 손해보기로 작정했습니다.”
지금 그 장로님은 이 지역에 계시지 않고, 시간이 꽤 지난 일이지만 아주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상 앞에 주장하고 따질 것이 많아도 주님의 이름이 욕먹고, 하나님의 영광이 가리어지는 일이라면, 차라리 손해 보고 말겠다는 그 마음이 너무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는 하나님도, 교회도, 예배도 뒷전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너무 많음을 보기 때문에, 더욱 그분의 생각과 겸손한 자세가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하나님의 영광 직결
아프리카의 어떤 지역에서는 아이가 태어날 때, 당시의 상황이나 사건에 따라 이름을 짓는다고 한다. 병원에서 태어난 한 아이는 부모가 "이 아이가 살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며 "하나님만이 아신다"라는 이름을 지었다. 또 다른 가정에서는 13번째 아이가 태어나자 부모가 "이제 그만 낳자!"라고 하며 "이제 그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든 이름에는 이러한 부모의 소망이 담겨있는 소중한 이름들이다. “누가 함부로 이름을 마음대로 짓는가”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평생을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것이 이름이기에 아름답고, 뜻이 좋고 인생에 복이 되는 이름을 지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름에는 비전과 소망과 꿈이 담겨야 한다.
그런데 세상 이름은 어떠해도 상관이 없다. 어떤 이들은 아이 이름이 천해야 삶이 형통하다는 차원에서 거의 강아지 이름보다 못하게 짓는 경우도 보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이름이 있다. 교회가 주는 하나님의 영광과 직결된 이름이다. 그런데 오늘날 이 이름의 무게를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음을 본다. 교회의 소중한 직분의 이름이 하나님의 영광과 직결됨에도, 전혀 상관치 않는 것이다. 무서운 종말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이 명백하다.
직분에 합당한 이름
이름은 단순히 사람을 구별하는 표시가 아니다. 이름에는 정체성과 책임, 소명이 담겨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마땅히 “성도, 그리스도인, 예수 믿는 사람”이라는 그 이름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인 삶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수님을 닮아가며, 그분의 가르침과 삶의 방식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세상이 주는 어떤 아름답고 복된 이름보다 귀한 이름이 있다. 직분에 합당하게 주시는 이름들이다. 부담스럽기도 하겠으나, ‘목사, 장로, 권사, 집사, 교사 등’ 교회가 준 사명자의 이름, 직분이 최고의 귀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교회 명단에 이름만 올려놓는 것이 아니다.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명예롭게 살아가야 한다. 성경 잠언 22장 1절은 이렇게 말한다. “많은 재물보다 명예를 택할 것이요.” 재물보다 중요한 것은 이름, 즉 명예다. 그 명예의 중심에 하나님이 계신다고 할 때, 교회가 준 이름보다 더 귀한 이름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교회가 주는 가장 명예로운 이름보다, 많은 재물을 택하며 사는 것을 본다. 자신이 살고 성공해야, 교회도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앞뒤 순서가 전도된 타락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직분은 부르심과 축복
하나님께서 주신 직분은 단순히 교회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임무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부르심이자 축복이다. 교회에서 직분은 사람의 능력이나 공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특별한 부르심이며, 이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를 섬기도록 하는 사명이다. 에베소서 4장 11-12절은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 이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고 말씀한다.
직분은 교회를 세우고, 성도들을 온전하게 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한 하나님의 도구이다. 따라서 우리가 맡은 직분은 세상의 직업처럼 단순한 역할 수행이 아니다. 영적인 책임과 헌신이 따르는 거룩한 부르심이다.
합당한 일꾼으로서의 직분
교회가 주는 직분은 명예직이 아니다. 실제적인 땀 흘림의 충성이 필요한 직책이다. 사람들에게 직분을 통해 자신의 신앙의 수준을 외견상 자랑하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이 가진 신앙의 수준은 사명을 위한 그의 땀 흘림과 함께 평가된다. 그러므로, 직분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직분에 얼마나 충성 되게 땀 흘려 일하는가이다.
디모데전서 3장 13절은 “잘 다스리는 자들은 아름다운 지위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의 큰 담력을 얻느니라”고 말씀한다. 교회에서 주어진 직분을 성실히 감당하는 자들에게 주어질 영적 축복이 있음을 의미한다. 충성은 단순히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께 대한 사랑과 신뢰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축복받아 마땅한 것이다.
직분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때, 교회 리더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 전체에 해악이 된다. 직분을 가볍게 여기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교회 안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고린도전서 12장은 교회를 몸에 비유하며, 각 지체가 제 역할을 감당해야 몸이 온전히 기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지체가 그 책임을 소홀히 하면, 교회라는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회 리더쉽과 직분
특히 교회 리더로서의 목사와 장로는 더욱 그러함을 인식해야 한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교회를 섬기며, 성도들의 영적 지도자로서 부름 받은 특별한 직분을 맡은 사람들이다. 이 직분은 거룩하고 무거운 책임을 동반한다. 목사라는 이름 앞에 두렵고 떨림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이들은 자신을 목사로 불러주지 않음에 화를 내기도 한다. 화냄의 근저에, 하나님의 영광보다는 자신의 욕심과 교만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의 최고 리더인 목사의 잘못된 행위로 인한 하나님의 영광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재물에 대한 탐욕으로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회 재정을 유용하는 경우, 이는 하나님과 성도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된다. 세상에서도 돈과 관련된 스캔들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는 데, 하물며 교회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목사와 마찬가지로, 장로로서의 소명과 책임을 소홀히 여기므로, 교회와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하나님의 교회를 올바르게 세우는 데 장애가 되고, 영광을 가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무엇보다 장로는 믿음과 삶에서 다른 이들에게 본이 되어야 한다(딤전 3:1-7).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성도들에게 실망을 주거나 시험에 들게 한다면, 이는 하나님의 이름과 영광을 가리는 일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장로가 자신의 이익이나 의견을 지나치게 주장하거나, 다른 성도들과의 화합을 깨뜨리는 행동을 할 경우, 교회 공동체 안에 큰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교회가 본래 가져야 할 사랑과 연합의 모습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세상의 일을 한다고, 교회 일에 영적 무관심 상태에 빠질 수가 있다. 장로로서 말씀과 기도에 힘쓰지 않거나 영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무시하는 경우이다. 신앙 이야기보다, 교회 안에서도 정치 이야기가 우선되는 경우이다. 교회와 성도들에게 영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보다 흐리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권사의 직분도 교회 리더쉽에 큰 분량을 차지한다. 권사는 무엇보다 기도와 중보의 사명, 성도 돌봄과 권위를 한 봉사의 직분인데, 이를 게을리하거나 책임을 감당치 못할 때, 교회와 성도들에게 영적인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교회 안에서 사랑과 화합을 저해하는 자신의 말이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함으로, 특정 그룹만 편애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행동으로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하나님의 이름을 가리는 결과를 많이 보게 된다.
회개와 결단, 직분의 영광
교회 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직분자인 목사, 장로, 권사의 회복을 위한 방향은 무엇인가? 이를 해소할 길이 무엇일까? 무엇보다, 자신의 직분 감당을 말씀과 성령의 조명아래 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하나님 앞에서 진심으로 회개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은혜가 있어야 한다. 모든 직분은 섬김이 본질이다. 섬김의 본질 회복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사역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교회중심, 성경중심, 하나님 중심의 목표의 기준이 분명할 때 복된 교회를 잘 세워가게 된다. 이를 근거로 끊임없는 회개의 첨삭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회 직분자는 자신의 영광이나 만족이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성도들에게 유익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 최고의 영광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칭찬과 상급이며, 이를 위해 날마다 겸손하고 충성스럽게 사명을 감당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신앙 위에 정치?
“한국 사람들은 신앙 위에 정치가 있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교회 안에도 정치이슈가 커졌다. 있을 수 없는 말이다. 어수선한 조국 대한민국의 분위기에 이민 사회도 예민한 정도가 최고조에 이르렀는데, 이러한 때에, 서로 편들어 주기를 원하는 때에, 교회의 대표적인 직분자로서 ‘목사, 장로, 권사’그룹이 정신을 바짝차리고 교회를 지켜내야 한다. 영적 중심을 잘 지켜내야 한다.
사람은 안듣는 것 같아도, 필요한 것을 모두 듣는다. 결코, 신앙 위에 정치가 있을 수 없다. 오늘날 자신을 좌파 우파로 표현하면서, 나름의 정의를 말하지만, 교회 내에서만큼은 속으로만 생각하면 좋겠다. 공동체를 해쳐가면서까지 주장할 정치이념도, 절대 선도,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과 직결하여, 말할 뿐이다. 교회가 성경적인 지조를 지켜야 한다.
davidnjeon@yahoo.com
02.01.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