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약한 소리 하지 마라!”

민경엽 목사 (나침반교회)

아름답고 성격이 매우 강한 여인, 그래서 뭇 남성들에게 단연 인기 최고였던 스칼렛 오하라 앞에서 모든 것이 바람처럼 사라지고 만다. 자기가 사랑하는 애인이 다른 여인과 미리 결혼을 약속하여 사라지고, 대단한 부자였는데 남북 전쟁이 터져서 그 많던 재산이 다 불타 버려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다. 게다가 가족들이 하나씩 병들어 죽음으로 사라져 버린다. 먹을 것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완전히 모든 것이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린 뒤 황폐한 고향 타라 빌리지에서 나무뿌리를 캐먹다가 그녀는 이렇게 외친다. “하나님이 내 증인이셔. 나는 결코 지지 않을 거야. 다시는 굶주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도둑질을 해서라도,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다시는 굶지 않게 만들고야 말 거야.”

그리고는 억척스럽게 일하여 잃어버렸던 부를 다시 일궈낸다. 그런데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스칼렛을 무척 사랑하던 남편 레트마저 그녀에게 실망하고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그때서야 자기가 남편을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이렇게 외친다. “그 이를 다시 찾을 방법이 있을 거야. 그 방법을 연구해 볼 거야. 내일은 오늘과 다를 거야.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뜰 거야.” 그렇게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서도 삶의 의욕을 불태우는 스칼렛의 마지막 대사와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마가렛 미첼의 원작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를 1939년에 영화화한 내용이다. 소설 자체도 엄청난 베스트셀러였으나 영화도 할리우드의 역사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영화 중 하나이며,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이라 할만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미국 남부 여성들의 강인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쓰러뜨려도 또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그 여인들은 일어나고 또 일어났다. 그리고 상황이 힘들고 어려워 낙심하고 주저앉아 있던 나를 향하여 어서 일어나지 못하냐고 불호령을 내리는 듯했다.

구약 시대 선지자들은 다양한 이미지를 가졌다. 엘리야는 불의 사자, 엘리사는 유능한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이미지. 그런데 예레미야는 좀 신통치 못한 선지자 이미지가 있다. 하나님이 그를 선지자로 부르실 때 자신은 어리고 말할 줄도 모른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사역 기간 내내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였다. 종종 핍박하는 자들에게서 두드려 맞았고 감옥에도 여러 번 갇혔다. 그럴 때 선지자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그는 너무나 고통스러워했고 죽을까봐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그는 그 어떤 기적도 일으키지 못했다. 어찌 보면 무능력한 선지자라 할 수 있었다. 흔히들 그를 눈물의 선지자라 부르는데 상황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그의 유약한 모습도 한몫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그는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수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결코 사역의 현장을 떠나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그가 사역한 시기는 바벨론에 의해 엄청난 공격을 당하고 결국에는 유다가 패망하여 예루살렘 성벽과 성전이 다 파괴되는 고통스런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스칼렛 오하라가 내게 불호령을 내렸듯이 하나님께서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불호령을 내리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만일 네가 보행자와 함께 달려도 피곤하면 어찌 능히 말과 경주하겠느냐?”(렘12:5). 다른 사람과 경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말과 경주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말은 사람보다 두세 배는 빠르니까. 하지만 하나님은 도전하신다. “예레미야, 너는 말과도 경주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런데 벌써 지쳤다고? 너, 너무 약한 소리 하는 거 아니냐?” 현재 상황에 엄살을 부리지 말라는 하나님의 질책이다. 약한 소리 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꾸지람이다. 세상이 어지럽다. 그래서 한숨이 절로 나고 투덜거릴 수밖에 없다. “나라가 왜 이래?” “교회는 왜 이래?” 그런데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너, 벌써 지쳤냐? 더 어려워질 수도 있어. 그런데 잊지 마라. 너는 더 어려워져도 견딜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러니 벌써부터 약한 소리 하지 마라!”

minkyungyob@gmail.com

 

02.01.2025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