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새해가 되도록 몇 번이나 되짚어 묵상하는 말씀이 예레미야 29:11이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하나님의 말씀은 이토록 생생한데 그 말씀이 우리가 처한 어두운 현실에 적용이 되지 않아 여전히 어둡고 암울하기만 하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자꾸만 되풀이 되는 것 같고 하늘의 뜻에 맡기며 억지로라도 움켜쥐려 하는 자유는 점점 더 작아지기만 한다. 뉴스나 시사를 보지 않으려고 눈을 돌려도 고래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수밖에 없듯 불안을 예고하는 영향이 날벼락처럼 덮쳐오기도 한다.
사방이 막히면 하늘이 열린다는 것이 하나님을 믿는 자들의 소망이다. 그래서 또 기도하게 된다.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이르되 주께서 내게 복을 주시려거든 나의 지역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내게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하나님께서 그가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대상 4:10)는 말씀을 붙잡고 오늘도 살아계셔서 우리의 에벤에셀이 되어주시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
사람은 문제를 만드나 그것을 해결하시는 분은 언제나 하나님이시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드셨기에 차마 버리실 수가 없어 끝까지 책임을 지시는 것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평안이지 재앙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지금 우리가 느끼고 겪는 이 암울함이 여명(黎明)이라고 암시하신다. 여명은 밝아오기 직전의 상태로 가장 짙은 어둠으로 세상을 덮어보려 하지만 그 시간은 짧디 짧다. 태양이 붉게 타며 떠오르면 여명은 아침이슬과 안개처럼 자취도 남기지 못하고 스러져버린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염려도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평안이지 재앙이 아니라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한 점도 남기지 않고 녹아져야 한다. 그러면서 야베스처럼 기도할 때이기도 하다.
어떤 노인이 끌고 가던 늙은 당나귀가 그만 메마른 우물에 빠졌는데 그 노인은 슬프게 울부짖는 당나귀를 구할 힘이 없어 동네 사람들을 불러 파묻으려고 했다. 여러 사람들이 삽을 가지고 나와 우물을 메우기 시작하자 졸지에 생매장을 당하게 된 당나귀는 더욱 애절하게 울부짖었다. 우물이 점점 메워지면서 울부짖던 당나귀소리가 잠잠해져 삽으로 흙을 퍼붓던 사람들이 궁금하여 우물 속을 들여다보니 당나귀는 쏟아지는 흙을 필사적으로 털어내며 흙더미 위로 올라서 있었다. 결국 파묻힐 뻔한 당나귀는 파묻으려던 흙을 딛고 우물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때론 어둡고 암울한 실체들인 비방과 모함과 굴욕, 능멸과 시기, 질투와 불평들이 곤경의 우물에서 벗어날 전화위복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 수도 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세상에서 말하는데 하나님의 백성이며 자녀인 그리스도인들이 좌절하고 낙심하는 것은 하나님의 원하심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할 수 있어야 되겠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 케임브리지 대학 종교학 강의를 들을 때 교수가 예수님이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내용을 신앙적으로 구성하라는 문제를 냈는데 많은 학생들이 열심을 다해 종이를 채워갔음에도 바이런은 주어진 시간이 거의 다 되도록 눈을 감고 있다가 단 한 문장을 적어 제출을 했다. 그 내용인즉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혔더라’였다.
야베스의 기도를 하나님이 그대로 허락하신 것이 바로 이런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님의 마음을 본받는 자/ 그 맘에 평강이 찾아옴은/ 험악한 세상을 이길 힘이/ 하늘로부터 임함이로다/ 주님의 마음 본받아 살면서/ 그 거룩하심/ 나도 이루리' 라는 찬양처럼 주님의 마음을 본받고 주님의 뜻대로 살아 낸다면 우리에게 임하는 인위적인 어둠과 곤경에서도 자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진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는 말씀에 순종할 수 있을 때 하나님은 우리를 기쁘게 받아주실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여명의 때라면 우리는 더 이상 불만이나 불평을 할 시간이 없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의 비유를 생각할 때인 까닭이다. “그 중의 다섯은 미련하고 다섯은 슬기 있는 자라 미련한 자들은 등을 가지되 기름을 가지지 아니하고 슬기 있는 자들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등과 함께 가지고 갔더니 … 미련한 자들이 슬기 있는 자들에게 이르되 우리 등불이 꺼져가니 너희 기름을 좀 나눠달라 하거늘 슬기 있는 자들이 대답하되 우리와 너희가 쓰기에 다 부족할까 하노니 차라리 파는 자들에게 가서 너희 쓸 것을 사라 하니 그들이 사러간 사이에 신랑이 오므로 준비하였던 자들은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힌지라”는 말씀을 따라 지금은 등과 기름을 준비할 때이다. 깨어 있는 자들이 들어야 할 하나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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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5.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