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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사망 뒤 떠오른 ‘구원파’

아동학대 하는 신앙인?

“피고인들은 피해자(여고생 김모양)에게 정신 치료가 필요하단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죄의식 없이 ‘사탄’ 혹은 ‘귀신 들린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학대했다. 치료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함으로써 김양의 ‘치료 받을 권리’를 앗아갔다.”

구원파 계열 기쁜소식선교회(기소선) 소속 교회 합창단 숙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을 장기간 학대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소선 설립자 딸 박모(52)씨와 신도 등 3명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같이 설명하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죄명은 아동학대치사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5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김양에게 성경 필사를 강요하거나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게 했고 팔과 다리를 묶었단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가혹 행위가 알려지면서 과연 정상적인 신앙생활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고개를 든다.

여고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또 다른 이단인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기독교복음선교회(JMS) 등에 가려진 구원파가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구원파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에서 정통교회와 구원관과 회개관이 다르단 사유로 이단으로 규정됐다. 구원파는 구원만을 집착 및 강조한다고 해 붙여진 명칭이다. 구원파는 1960년대 등장했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기독교복음침례회, 대한예수교침례회(생명의말씀선교회), 기소선(기쁜소식선교회) 등 3개 계파를 통칭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이단이 알고 싶다’란 저서에서 “이들(구원파)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분파들로 유사한 교리적 주장을 한다”며 “죄 사함, 거듭남, 구원을 강조하는 한편 기성교회에는 구원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비판한다”고 설명했다. 이단·사이비 종교 전문 연구기관인 현대종교(소장 탁지원)는 구원파에 대해 “‘정통교회와 달리 구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거나 ‘구원받은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을 알아야 한다’는 등의 가르침을 전한다”고 말한다. 다만 구원파 측은 이에 “교단이 반복적 회개를 부정하고 구원의 비밀은 우리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러한 내용의 교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 바 없고 시한부 종말론 주장 등 반사회적인 교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이단·사이비 전문가들은 인천 여고생 사망 사건이 잘못된 구원관 교리와 무관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구원파에 한때 몸담았던 정동섭 전 침례신학대 교수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기소선 구원파가 전하는 ‘구원받은 사람은 죄가 없다’는 인식에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교회 성도들이 올바른 교리 안에 바로 설 수 있도록 목회자들의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12.1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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