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 역학 구도를 바꾼다!

미국 정치 역학 구도를 바꾼다!

[“기독교 우익” 진영은 1990년대 이후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미국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미국 보수 기독교계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소위 보수 기독교인들은 자신과 다른 신앙이나 타 교파를 배척하거나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보는 종파주의 경향이 있기 때문에 초교파적인 기독교 사회운동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하나님의 세계와 세상을 구분 짓는 이원론적인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교회역사를 살펴보면 미국 보수 기독교계의 정치운동은 상당히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 특히 미국내 침례교 목사로서 오순절-은사주의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자 미국 정치계의 거물인 고 팻 로벗슨(Pat Robertson)은 보수신앙과 보수정치를 통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오순절 교단계열 신학 매거진인 ‘카리스마(Charisma)’는 미국 정치에 영향력을 점점 더 확장시키고 있는 동 교단 관련 정치인들을 대거 소개하면서, 미국 정치 역학 판도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고 최근 보도하고 있다(The Rising Tide of Influence: How Pentecostalism is gradually changing the dynamics of American politics). 주류교단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오순절 관련 교회들만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고, 남미나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지역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는 동 교단 관련 리더십들의 정치권 약진은 그만큼 미국 정치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내용을 2회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미국 정치권에 있어서 오순절 교단 신앙인들의 약진은 ‘쓰나미’에 비유된다. 아직은 어떠한 정치적 쟁점이나 문제에 있어서 강력한 파괴력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점점 더 미국 정치 역학 구도를 단숨에 바꿀 수 있는 쓰나미와 같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USC의 도널드 밀러 교수는 “오순절 주의는 기독교의 형태를 다시금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순절 교회는 미국 정치마저도 새롭게 변형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바로 미국을 다시 유대-기독교적 가치들로 회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 크리스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8천만 명의 오순절 관련 크리스천들이 있다. 즉 오순절, 카리스마틱 그리고 제 3의 물결로 불리우는 신(新)카리스마틱 교인들이 있다. 그런데 정치보다는 개인의 부흥과 갱신, 성령 운동 즉 개인적 갱신과 부흥에만 전력했던 이들이 언제부터 그리고 어떻게 정치에 관련을 맺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말이 없었던 소수자들

역사적으로 오순절주의자들은 개혁주의자가 아닌 평화주의자였다. 전통적으로 어떠한 방법이나 형식으로 정치 문제나 공중 정책 형성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뜨거운 예배와 교회 생활 그리고 영적 은사들에 집중했던 이들에게 정치는 “세상에 속한 일들”이었다.

실제로,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대부분의 오순절주의자들은 평화주의자였다. 1, 2차 세계대전으로 지축이 흔들려도 이들에게 정치는 여전히 우선순위의 대상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따라서 1950년대 중반 지구촌이 냉전의 서막을 알리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모두가 동서 간에 “핵무기 폐기논쟁”으로 분주할 때, 이들은 거룩한 주일에는 운동과 같은 스포츠들은 삼가해야한다는 설교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은 소위 “종교적 우익” 진영에 대한 정의가 가치 절하되는 시기였다. 이 시기에 복음주의자들은 미국 사회가 더 이상 도덕적 타락과 나락에 빠지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기에 일어서야 한다고 정치적인 각성을 외쳤다. 그러나 종교의 이름 즉 기독교의 이름으로 정치에 참여한다는 자체에 대한 부담감과 선입견 때문에 종교적 우익이란 정의 자체가 형성되기 어려운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복음주의 진영에는 신학적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났다. 종래의 신학적 세계관으로 보면 정치는 더럽고 구역질나는 세속의 이데올로기 싸움이기에 교회공동체가 관여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크리스천의 의무는 바로 세상을 새롭게 변형시키는 사역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신학적 변화가 생성되고, 곧바로 운동으로 연장됐다.

다시 말해서 프란시스 쉐퍼의 저술과 강연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복음주의 진영의 리더십들, 침례교 목사 제리 팔웰, 장로교 목사 D. 제임스 케네디 그리고 감리교 목사 돈 와일드먼 등이 정치 현장에서 크리스천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따라서 1980년대 들어서 이들은 자신들을 따르는 후학들이나 제자들을 동일한 세계관을 가르쳤고 이들로 하여금 정치와 문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침례교 목사로서 오순절-은사주의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자 미국 정치계의 거물인 고 팻 로벗슨(Pat Robertson)은 보수신앙과 보수정치를 통합했을 정도로, 이 당시 미국 정치권에서나 미디어에서 단연코 군계일학 같은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소위 ‘종교적 우익’의 1세대 리더십의 정점에서 로벗슨 목사는 미국 정치에서 보수주의 신앙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는 성령론에 있어서 카리스마틱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그가 속한 교단 내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반 ‘자유의회(the Freedom Council)’를 결성해 미국 건국자들의 유명한 연설이나 글귀를 인용하면서, 신앙인들을 의회나 행정부에 입성시켜야한다는 시민 단위의 풀뿌리운동을 전개했다. 1986년 그는 미국 대통령직에 출마 의사를 천명했고, 자유의회의 대대적인 선거 캠페인 지원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는 미디어 사용의 귀재였다. 본인이 크리스천방송국(CBN)을 운영하면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1987년 아이오와 비공식 예비 투표에서 당시 쟁쟁한 공화당 후보들인 밥 돌이나 조지 H. W 부시 후보를 제치는 기염까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목회자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탓에 이 여세를 끝까지 유지시키지 못했다. 결국 1988년 예비 선거 전에 사퇴했다. 그런데 그는 출중한 후배를 등용했다. 바로 랄프 리드(Ralph Reed)를 받아들여 오늘날의 ‘크리스천 연합(Christian Coalition)’을 결성하게 됐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