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산정현교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마음속에 감사가 넘쳐나는 것은 한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그 은혜가 너무 커서 하나님 앞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고 어느 나라에서 사느냐는 인생 가운데 매우 중요한 행복의 지표입니다. 태어나 보니 머리 위로 포탄이 날아드는 우크라이나 국민들도 있습니다. 참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옆구리로 총알들이 날아오는 팔레스타인에 살았다면 얼마나 가슴 졸이며 살았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사건과 사고가 많은 한해를 지나고 보면 좋은 나라에서 살아가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조국이라고는 해도 국권을 빼앗긴 나라, 국민 전체가 타국의 노예가 된 나라, 아무리 보아도 앞날에 그 어떤 희망의 구름 한 점도 보이지 않는 나라, 그런 나라에 속한 국민이 된다는 것은 실로 날 때부터 슬픔을 선물 받은 것처럼 여겨집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한 나라를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 12:28)고 선언하셨습니다. 이 시간 저와 여러분은 본문의 말씀을 생각하면서 예수님께서 선포하시고 세우신 '하나님의 나라'란 어떤 나라이고 하나님 나라에 속한 백성들에게 과연 어떤 유익이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1. 하나님의 나라는 자기 백성을 원수로부터 반드시 구원해 내는 왕을 모신 나라입니다.
본문 10절부터 17절에서 보면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한 여인을 고쳐 주신 사건이 나옵니다.
그 여인은 "귀신들려 앓으며 꼬부라져 조금도 펴지 못하는" 병자라고 했는데, 아마 심각하게 척추와 신경이 손상된 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병자 쪽에서 예수님께 치유를 간청했는데 이번에는 병자가 먼저 병 낫기를 예수님께 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인을 보시자마자 즉시 "여자여 네가 네 병에서 놓였다"라고 선포하시고 "안수"하심으로써 그녀의 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그 여인은 그처럼 중한 병에 걸려 있었음에도 안식일에 회당에 가서 예배에 참석하고 있었으니 분명히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또한 자기 병이 낫게 된 순간에도 곧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회당장"은 그런 놀라운 기적을 목도 하고서도 오히려 화를 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직접 말하지도 않고 그곳에 있던 다른 "무리" 앞에서 '병 고침'을 받는 것도 "안식일"에는 할 수 없는 일이며 당연히 '일할 수 있는 엿새' 중에 와서 받아야 마땅하다고 "분"을 내었습니다. 회당장은 당시 회당의 예배와 기타 행사에 대한 행정적인 책임자였습니다. 법적인 문제에도 밝았을 것이고, 따라서 안식일 성수에 관한 바리새인들의 해석 역시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외적, 법적, 제도적인 사고방식에 스스로 꽉 막혀 버린 까닭에 그는 실로 중대한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어서 지적하시는 바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회당장과 그에게 동조하는 자들을 가리켜 "외식하는 자들아"라고 책망하시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너희가 안식일에도 너희 가축들은 돌보지 않느냐?'라고 물으신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당시의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 가축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주 상세하게 규정해 놓고 있었습니다. '가축의 등에 짐을 싣지 않는 한 그 가축을 끌고 나갈 수는 있다.' 라든지 '여물통에 물을 부어 주고 가축에게 먹일 수는 있지만, 사람이 물통을 손에 들고 직접 가축의 입에 물을 먹일 수는 없다.'라는 따위의 규정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민감한 안식일 성수 문제가 자기네의 가축에게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처럼 상세하게 기록할 만큼 그 짐승들을 아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전혀 대조적으로 그들은 무려 십팔 년 동안이나 병마로 고생하고 있던 한 여인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무관심했습니다.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고, 이방인도 아닌 같은 이스라엘 동족이며, 더구나 안식일의 회당 예배에도 함께 참석하고 있던 그 신실한 여인에 대하여서는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냉담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회당장과 바리새인들의 그 엄청난 무관심과 배타심과 멸시의 벽을 깨뜨리셨습니다. "그러면 십팔 년 동안 사단에게 매인 바 된 이 아브라함의 딸을 안식일에 이 매임에서 푸는 것이 합당치 아니하냐"라고 반문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이 오직 고난으로 점철된 18년의 세월을 살아온 것을 보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 여인도 어디까지나 '아브라함의 딸' 즉 하나님께서 택하신 백성에 속한 자임을 보셨던 것입니다. 듣고 보면 지극히 간단하고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것은 그 회당에 있던 회당장 이하 동네사람들, 정작 그 여인을 오랫동안 알고 있던 그 모든 사람들은 전혀 보지도 의식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나라가 모든 백성으로부터 충성을 받겠습니까? 어떤 국가가 그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뜨거운 애국심이 절로 일어나도록 하겠습니까? 자기 백성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나라입니다. 자국민의 안보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기는커녕 기본적인 책임조차 회피하는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불신임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는 무엇보다도 자기 국민의 생명과 권익을 그 어떤 종류의 위협으로부터도 지켜 낼 수 있어야만 비로소 국가다운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나라가 하나님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야말로 그 나라에 속한 백성 전부를 완벽하게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그 나라의 왕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나라'라고 번역되어 있는 단어는 원래 '왕국' 즉 '왕을 주권자로 모신 나라'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예수님만큼 자기 백성을 사랑하시는 왕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기 백성이 사단에게 압류되어 있는 것을 결코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주님께서 스스로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하면서 끝내 살려내고야 마시는 너무나 위대한 왕이십니다. 즉시 무한하신 사랑으로 주님의 전지전능 하심을 동원해서 사단에게 사로잡인 성도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완벽하게 구원해 주시는 왕이신 것입니다.
2. 하나님의 나라는 계속 확장되고 번영하여 온 세상을 정복할 막강한 국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회당장이나 바리새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선포된 하나님의 나라를 알지도 못하고 거기에 속하지도 못한 자들이었습니다. 또 그들과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복음의 선포를 받고도 아직 그 나라의 백성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지금도 많이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하나님 나라에 속한 백성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아닌 사람 수에 비해서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숫자입니다.
통상 국가의 국력은 그 나라에 속한 국민의 수와도 비례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출산율이 낮다는 것이 국력과 관계되므로 심히 우려가 되는 일입니다. 아무리 국민 개인의 평균 수입은 높다 해도 총인구가 몇 백만 명밖에 안 되는 싱가포르 같은 작은 나라가 GNP는 상대적으로 낮아도 16억의 국민을 가진 중국과 상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만 본다면 그처럼 늘 소수의 백성만 거느리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 역시 세상의 열국들 앞에서 때때로 힘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 비유를 통하여 절대 그렇지 않음을 선포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우선 "심은 겨자씨 한 알" 같다고 하셨습니다. 씨 한 알이니까 물론 아주 작은 것입니다. 겨자는 나무는 아니지만, 하여튼 이 겨자씨가 자라면 4미터 정도의 높이까지 이르러서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일"만큼, 즉 둥지를 틀 수 있을 만큼 자라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통해 강조하고자 하시는 요점은 바로 그 작은 겨자씨 한 알 속에 감취어진 엄청난 '번성의 능력'입니다. 새의 한 입 먹이거리도 되지 않는 그 작은 씨가 오히려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만큼 크게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 역시 그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고 복음의 씨를 세상에 뿌리셨을 때 그것은 실로 '작은 겨자씨'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루살렘과 유대와 사마리아를 향하여 전도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그 움직임이란 것은 당대 세계를 제패하고 있던 로마제국의 영향력에 비하면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오늘날 그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개척교회가 하나 세워지는 것 역시 겉보기에는 마치 드넓은 밭의 한구석에 겨자씨 한 알 떨어진 것처럼 표도 잘 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겨자씨가 지금은 결국 '온 땅'에 다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 지극히 작은 천국 운동이 오늘날에 와서는 오대양 육대주의 나라와 민족에게 전파되면서 믿는 성도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된 자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삶을 누리는 영적 보금자리를 펼쳐 주기에 넉넉할 만큼 그 가지들이 무성하게 번창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누룩"의 비유는 하나님의 나라가 내포하고 있는 '변화시키는 힘'을 강조한 것입니다. "가루 서 말"이란 상당한 양의 곡식 가루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전부 부풀게 할" 힘이 단 한 숟가락의 누룩 속에 들어있는 것입니다. 밀가루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사람의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력은 그 밀가루의 본래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버릴 정도로 강력합니다. 즉 오직 누룩이 가지고 있는 힘 때문에 밀가루는 빵이라는 다른 형태의 물질로 완전히 변화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전 인류에게, 또한 전 세계에 주는 영향력 역시 그러합니다. 복음이란 이 세상의 강력한 권력과 재력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는 지식이나, 끝없이 발전하는 문화나 사회조직들과 비교해 볼 때, 실로 그것들에 무슨 영향력을 끼치기는커녕 그것들을 상대하려고 그 앞에 설 엄두조차 낼 수 없을 것처럼만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이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런 놀라운 왕국을 이 땅에 세우셨지만, 초기의 모습은 정말 보잘것없었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님을 향하여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라고 물었을 때, 그리고 예수님께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라고 대답하셨을 때, 빌라도의 눈에는 그 비참한 몰골의 죄수를 왕으로 모신 왕국이 엄청 초라할 것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하나님의 나라가 결국 그 로마제국을 압도했을 뿐 아니라, 지금에 와서는 전 세계 방방곡곡에 백성들을 두고 있는 지상 최대의 왕국이 되었습니다. 오직 예수님의 왕국인 교회만이 각 사람에게 '거듭남'이라는 기적적인 변화와 '영생'이라는 최고의 복지를 제공해 주는 위대한 나라가 된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나라'는 이 땅에서 사람이 속하게 되는 단체나 조직들 중에서 제일 위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에 속한 백성이 되느냐 하는 것은 어떤 학교에 다니고 어떤 직장에 가게 되느냐 하는 것들보다 훨씬 더 근본적으로 그 사람의 생애에 영향력을 끼치게 됩니다. 일단 강하고 부요한 나라의 국민이 되면, 그 사람의 일생은 약소국가의 국민과 비교해 볼 때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행복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성도가 되는 것을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의 백성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었다는 사실은 자동적으로 우리에게 보장해 주는 하나님 나라의 축복과 권세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속한 백성 각 사람을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하게 구원해 주시는 놀라운 은혜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와 여러분이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고 속해 있는 교회는 그 얼마나 든든한 하나님의 나라이겠습니까? 우리는 인류역사가 지속되는 동안 계속 번창하고 끝내 온 세계를 정복하고야 말 이 강력한 하나님나라 안에서 금세부터 내세에 이르기까지 온갖 특권과 축복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나라의 백성이 될 수 있는 길은 곧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하나님의 독생자로 믿고 영접하고 고백하기만 하면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고 선포하신 주님을 교회라는 하나님 나라를 통하여 자신의 영생의 왕으로 모시고 살면, 설령 두려운 일들이 일어날지라도 '그 주님의 날개 품 아래'에서 보호를 받으며 세상이 알지 못하는 놀라운 평안을 누릴 수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계속 번영하면서 세상 나라들이 다 망하고 말 종말 이후에도 든든히 서 있을 영원불변의 나라입니다. 2024년 한해도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2025년도를 맞이해서 더욱더 왕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섬김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충성스러운 일꾼이 되어 영원한 복락을 함께 누리는 온 성도들이 되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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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