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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으로...

행복자의 조건

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옷을 사고 자동차를 바꿔도 왜 금세 허전해 질까?’ “선택의 조건”이란 책에 현대를 살아가는 30대의 삶의 문제를 제시한 독특한 에세이의 내용입니다. 독일에 사는 30대 후반의 과학기자는 어느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왜 사는 것이 이렇게 쉽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물질적 풍요와 삶에 자유로움이 있는데 조그만 일과 사랑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책의 저자는 의문을 던져봅니다.

저자의 주장은 행복에는 친구와 가족 등과의 친밀한 관계가 결정적인 요소인데도, 사람들은 과거에 친분관계로 해결하던 일을 요즘엔 돈(서비스)으로 해결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실패가 수치감과 연결되면서 지위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익명성이 심해진 사회에서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지위의 상징인 옷이나, 자동차에 매달리게 되는 것도 우리를 더 불행하게 하는 원인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책의 결말이자 저자의 결론을 모든 것은 인간관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정, 결혼, 자녀, 가족 등의 친밀한 유대관계는 우리의 자유를 제한적인 영역으로 매이게 하지만 돈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아름다운 구속’이야말로 평화와 안식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리버사이드에 어린 소년이 아버지를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제 재판이 시작되었고 검사와 변호사는 각각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며 주변에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검사가 주장하는 것은 아들은 비록 어리지만 계획적인 살인을 계획했고, 살해 계획을 동생에게 알린 것으로 보아 계획적인 살인임으로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그에 반해 변호사는 아들은 아버지에게 어려서부터 갖은 학대와 폭력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과 나치를 찬양하는 모임의 수장인 아버지의 독재적인 행동이 아들로 하여금 우발적인 사고를 일으키게 했다는 주장입니다.

사연이 어떠하든지 비참한 결과에 그저 가슴이 저릴 뿐입니다. 가족 관계에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족에게서는 만족을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로 기대가치가 있고 관심의 수치가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등산가들에게 셀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셀파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충실한 고산족 등산 보조자”로 나와 있습니다. 19세기에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백인을 따라 고봉을 오르며 살고 있습니다. 등산 철이면 그들은 각국의 등산가들과 함께 줄을 매고 생명을 같이 합니다. 가파른 얼음 벼랑과 크레파스라는 검게 입 벌린 바닥 모를 빙하의 틈에서 생사를 같이합니다. 그리고는 셀파들은 등산가가 최고봉에 다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습니다. 등산가들이 최고봉에 오를 수 있도록 도운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함께하는 가족은 우리들의 셀파인 것입니다. 조용히 생사를 같이하며 우리가 최선을 다해 정상에 오를 때까지 응원하며, 용기를 주는 사랑의 존재 말입니다. 행복은 누구나 소망하는 것이지만 이를 누리고 사는 사람은 적습니다. 세월의 발전으로 인해 다른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 합니다. 돈, 명예, 화려한 의상, 고급 자동차 등 그러나 결국 우리의 선택은 행복자의 선택은 사랑하는 가족, 이웃, 나라가 돼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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