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런던올림픽이 폐막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염원하였던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출전선수들에게는 4년 동안 힘써 갈고 닦은 훈련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들이었습니다. 특히 런던올림픽은 우리 민족에게는 남다른 감동을 주는 것은 64년 전 런던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 우리나라 선수들이 최초로 참석하게 된 역사성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역사적인 경기에서 모든 선수들이 선전하여 종합5위에 올랐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경기가 열리기도 전에 매스컴에서는 메달을 획득할 유망주들을 예견하기도 하고 이미 예상된 일이라며 결정 짓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여러 종목에 기대를 걸지만 특히 수영의 박태환 선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의 컨디션과 준비과정이 탁월했기에 그의 우승은 누구도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격이라는 비보를 접하게 되니 참으로 실망과 좌절을 금치 못했었습니다. 마이클 볼 전담코치와 대한체육회, 대한수영연맹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국제수영연맹(FINA)에 재심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여 기다림 끝에 FINA로부터 판정번복을 통보받았습니다. FINA가 판정을 뒤엎은 건 25년여 만이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결선티켓. 하지만 소식을 접한 건 컨디션이 엉망이 된 이후였습니다. 박 선수에게 있어서의 3시간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이미 엉망이 된 컨디션이지만 힘을 다해 경기를 하여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1만 명도 되지 않는 수영인구의 대한민국에서 ‘마린보이’라 불리는 박 선수는 온 국민의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천국을 향해 레이스를 펼치는 우리는 수영선수입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 믿는 자들을 보는 세상 사람들의 판단기준입니다.
한국 축구가 8강에 진입했다는 소식은 온 국민들을 설레게 하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올림픽 출전 64년 만에 기적과 같은 결실을 거둔 축구팀이 4강에 진출하게 되었고 드디어 지난 10일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이 승리의 소식은 온 국민의 큰 기쁨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워낙 실력이 출중했던 영국이 그것도 연합팀을 특별히 구성해서 출전한 영국 팀을 이길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축구 전, 후반 전이 끝나고 연장전 30분마저 무승부로 끝나자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한 꼴 차로 승리를 이룬 것입니다. 또한 일본과의 경기는 참으로 멋진 진기명기의 경기였습니다. 경기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속이 시원하다고 외쳤습니다. “대한민국!” 목이 터져라 응원한 고국의 국민들과 이곳 이민자들은 물론 현장에서 응원하던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나라 망신을 시킨 팀도 있어 슬프게 합니다. 여자 배드민턴 팀이 결승전에서 강적과의 경기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다가 실격 당했습니다. 경기에서 패배하기 위해 일부러 네트를 만지는 등 부정행위를 하다가 경기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자국 선수와의 경기를 피하거나 쉬운 상대를 만나기 위한 ‘고의패배’ 시도가 불거진 것은 지난달 31일 여자복식 조별리그의 한국-중국 선수간 경기와 한국-인도네시아 선수간 경기입니다. 한국선수 4명과 중국의 2명, 인도네시아의 2명 등 총 8명이 실격됐습니다. 우리의 인생을 마치 올림픽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피나는 노력으로 목적을 이루고 성공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얄팍한 속임수를 부리는 선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성공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실패로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인생은 ‘일생’이라 말합니다. 한 번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인생은 ‘앞’은 있지만 ‘뒤’는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뒤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실패하면 4년 뒤 다른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인생의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들은 배드민턴선수들과 같이 그동안의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올림픽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규칙들을 익히고 훈련과 노력이 있어야 하듯이 인생의 올림픽에서도 피나는 훈련과 삶의 절제를 통해 보다 성숙된 인생을 살아가리라 생각됩니다. 힘든 이민생활 속에 사는 우리 모두가 마지막 종착지에 다다랐을 때 승리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이 있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