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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오는 시간 속에서”

지용덕 목사 (미주양곡교회)
지용덕 목사

지용덕 목사 (미주양곡교회)

서울 어느 고등학교에 영어 교사로 적을 두면서 신학교를 다니던 선배님이 계셨습니다.

신대원 졸업반인 어느 날 신앙적 소명과 안전한 직장인 교사로서의 갈림길 선상에서 고민하던 중 근무하던 학교 벽에 붙여진 황진이의 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산은 옛 산이로다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 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서 가고 안 오노매라”(황진이) 그 선배님은 황진이의 시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들어 그길로 곧장 교장실을 찾아가서 사표를 내고 어렵고 가난하고 기약이 불분명한 신학생 전도사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님은 기생이 쓴 시를 통해서도 역사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한 적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가는 시간과 오는 시간의 분기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제 곧 묵은해의 시간은 가는 시간이 됩니다. 그리고 곧 새해라는 시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옵니다. 

가고 오는 시간의 정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마도 각자의 중요한 결단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교회는 한동안 매일 새벽기도회를 열지 못했었습니다. 교회와 사택 거리가 멀고 한인 타운 치안이 위험하다는 핑계로 토요 새벽기도와 매월 첫 주 헌신 새벽기도회만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성령님의 경고의 사인을 받고 40일 작정 새벽기도를 시작하기로 하고 교회 문을 열었습니다. 이로 인한 큰 영적 교류와 행복감을 누리며 참 잘한 결단이라고 여겨집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환경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사인을 통한 결단의 타임을 놓치면 안 됩니다.

많은 이들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그 결정적인 타임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감각함을 인하여 나중에 후회하게 되기도 하고 가슴을 치고 통곡하기도 하는 것을 가끔 보기도 합니다.

결단해야 할 그 타임을 절대로 놓치면 안 됩니다. 어떤 이들은 빨리 깨닫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더디 늦게 깨닫기도 합니다. 성경은 “존귀함에 처하나 깨닫지 못하면 멸망하는 짐승과 같다”고 합니다. 이처럼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삶의 이치를 깨닫는 것도 중요합니다. 주신 은혜들을 깨닫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가고 오는 이 시간의 타임에서는 내가 처한 처지와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결단해야 할지를 깨닫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예수님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를 하셨습니다. 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옳지 않은 청지기의 지혜”가 그것입니다. 주인의 재물로 거래처 사람들에게 인심을 써서 주인의 재정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옳지 아니한 청지기에 대하여 예수님은 칭찬하십니다. “주인이 이 옳지 않은 청지기가 일을 지혜 있게 하였으므로 칭찬 하였으니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 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눅 16:8).

예수님은 여기에서 가고 오는 시간 속에서 자기 처지를 깨닫고 자기 미래를 위하여 용기 있는 결단을 실행에 옮긴 그 불의한 청지기의 지혜로운 감각과 결단을 칭찬하신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가고 오는 시간의 분기점에서 마음의 교통정리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이 시간의 정점에서 다가오는 미래를 위한 신앙적이며 소명적인 과감한 결단을 필요로 합니다.

제 기억에 지금도 남아 있는 글귀가 있습니다. 제가 대학 시절에 시내 도로변을 거닐다가 어느 포장마차 천막에 쓰여진 글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은 포장마차 가게로 손님을 부르기 위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글은 젊은 제게 강한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저의 배움의 자세와 인생의 자세를 단단히 다짐하는 내용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광고 문구를 소개함으로 이 글을 마치려 합니다. 바로 “그냥 갈 순 없잖아!”

cyd777@hotmail.com

 

12.28.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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