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임마누엘장로교회 원로목사
지난주일 예배를 드리고 난 후에 이 맘 때면 늘 들리는 Sky Nursery란 곳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그곳을 찾는 이유는 성탄장식을 지나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으면서 아주 조화 있고 예쁘고 아름답게 해놓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그런 성탄장식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그곳에 도착해서 Nursery 안으로 발걸음을 들여놓는데 어디선가 청아한(?) 노랫소리가 저의 귀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순간 저도 모르게 저의 발걸음은 성탄장식이 아닌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그 곳에서는 전혀 통일을 이루지 않은, 그저 각각 자기들이 좋아하는 성탄을 의미하는 각양 문양들로 수놓아진 옷들을 입은 사람들이 함께 해서 성탄송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휠체어에 앉아서, 어떤 사람은 허리가 굽은 채로, 키가 큰 사람, 키가 작은 사람,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 나이가 어려보이는 사람, 몸이 넉넉해 보이는 사람, 몸이 좀 야위었다고 여겨지는 사람, 있어 보이는 사람 좀 없어 보이는 사람, 피부색도 아주 각양각색...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해서 보기에 잘 어울려 즐겁게 성탄캐롤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제 마음에 ‘믿음은 저렇게 생활이 되어야 한다’, ‘삶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해왔던 것이 되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부르는 성탄송이 저럴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제게 "cage free"라는 달걀이 떠올라서 저도 모르게 "그래 cage free라는 달걀처럼 교회라는 울타리에 갇혀있는 믿음이 아닌 교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생명력이 넘치는 믿음생활을 저렇게 표현하고 펼쳐갔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cage free"란 닭장에 갇혀서 주인이 주는 모이만 먹으며 알을 낳는 닭의 알이 아니라 열려진 공간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먹이를 쪼고 먹는 닭이 낳은 알이라 보다 건강에 좋다고 해서 값도 비싸고 건강에 좋다고 해서 모두가 선호합니다. 그처럼 교회 안에만 갇혀있는 믿음이 아닌 세상 밖 어디에서나 빛과 소금으로 가진 믿음을 표현하며 사는 그리스도인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에 붙들려있는 제게 하나님은 이렇게 다가오셨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눅 2:14)."
그렇습니다. "땅에서"입니다. "땅"은 우리의 삶입니다. 그러므로 성탄을 그저 화려한 데코레이션이 아닌 삶으로 표현하는 성탄이 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12.2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