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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직 목회: 미래 목회 패러다임

김종환 목사

(달라스침례대학교 교수)

이중직(bi-vocational)은 두 개의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중직 목회란 교회 밖의 직업에 종사하면서 목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중직 목회자를 두 직업 목회자라고 부릅니다. 또한 스스로 돈을 벌어 목회비용을 감당한다는 의미에서 자비량(自備糧) 목회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023년 목회데이터연구소는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이중직 목회가 현실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소형교회(49명 이하)의 목회자 3명 중 1명이 이중직 목회자이고, 54%의 목회자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중직 목회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목회자가 78%, 이중직 목회를 호의적인 성도가 65%에 이릅니다.

동시에 이중직 목회에 대한 찬반이 분분합니다. 2022년 예장뉴스에 의하면, 찬성하는 사람들은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교회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소신껏 목회할 수 있기 때문에, 불신자들 속으로 들어가 복음을 전할 기회를 갖을 수 있기 때문에, 교회 밖의 직업에 대한 재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목회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에, 평신도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중직 목회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목회와 설교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에, 목회는 성직이기 때문에, 목회자의 정체성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목회자가 세속화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인들이 보기에 덕이 되지 않고 교인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이중직 목회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2000년대 초반 여러 해에 걸쳐 미국 남침례교단 이중직 목회자와 배우자 협회(Bivocational Ministers and Spouses Association)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만났던 한 목회자가 자신의 이중직 목회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구조차(wrecker truck) 운전을 하는 목회자였는데 교회의 교인이 300명이라고 했습니다. 교인들은 그가 목회에 전념하면 충분한 사례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그는 매주 수십명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할 수 없어서 거절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중직 목회자로 소명을 받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중직 목회자와 배우자 협회는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었습니다. 매년 수백명의 이중직 목회자들과 배우자들이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효과적인 목회를 연구하며, 이중직 목회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전임 목회자만 부르시지 않고 이중직 목회자들도 부르신다는 믿음을 공유했습니다.

그들은 이중직 목회가 신성한 직업과 세속적인 직업의 구분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직업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보케이션(vocation)이 암시하듯, 반성경적인 직업을 제외한 모든 직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귀한 것입니다. 이중직 목회자는 사람들이 모든 직업을 동등하게 여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중직 목회는 목회 이외의 직업들의 가치를 행동으로 인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이중직 목회는 목회자들이 실제 삶에서 자신들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때로 목회자들은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비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목회자 스스로가 교회 밖의 직업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교회식구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하여 교인들이 성경의 원리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 이중직 목회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좀더 정직하고 담대하게 전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목회자의 생계가 전적으로 목회에 달려 있으면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 교회 구성원들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소득원이 있다면 목회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좀더 자유롭게 나누고 목회를 더욱 소신껏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넷째, 이중직 목회를 통해 목회자들은 교회성장의 경쟁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성장을 위한 경쟁에 과도한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왜냐하면, 예산, 건물, 교인수의 크기가 목회자들의 성공의 척도로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중직 목회는 목회자들로 하여금 “양이 목자를 알고 목자가 양을 아는 교회”의 크기에 만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이중직 목회를 통해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위 평신도 사역은 교회 내의 핫이슈이지만, 전담 목회자가 있는 한 교인들은 그에게 의존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중직 목회에서는 교인들이 사역을 분담하게 되고 사역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되며, 결과적으로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구분도 줄어들 것이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중직 목회는 성경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나님의 종들이 이중직 사역을 감당했던 것을 성경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가장 큰 존경을 받는 사도 바울은 천막 만들기와 목회라는 이중직 목회를 실천했습니다. 그래서 이중직 목회자를 텐트 메이커(tent-maker)라고 하기도 합니다.

2021년 라이프웨이 리써치는 Faith Communities Today의 연구결과를 인용하여 미국에서 매주 100명 이하가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는 교회가 70%라고 발표했습니다. 그 교회들의 목회자들은 대부분 이중직 목회자들입니다. 한국 교회에도 이중직 목회자가 점점 늘어날 전망입니다. 따라서 의도적인 이중직 목회는 미래의 목회 패러다임으로 진지하게 연구해야 할 분야입니다.

jonk@dbu.edu

02.0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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