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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사람들, 팔레스타인의 아랍 크리스천들

김종환 목사

(달라스침례대학교 교수)

몇 년 전 여름 학생들을 데리고 이스라엘을 방문했습니다. 일곱째 날 나사렛에서 한 아랍 크리스천 가정의 초대를 받아 인상 깊은 교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인 내외가 스스로를 “잊혀진 사람들”이라며 자신들의 경험을 토로했습니다.

자신들은 할아버지 대부터 그곳에서 살고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했습니다. 나사렛에 자신들과 같은 아랍 크리스천이 3만 명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1948년에 이스라엘 정부가 들어선 후 그들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조직적인 차별로 인해 이스라엘의 아랍인들은 대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랍인들은 법적으로 이스라엘 시민이지만 군복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은 학자금 지원을 받고, 땅이나 건물을 구입할 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군복무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주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입대하는 아랍인들은 주변의 아랍인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랍인들이 사는 지역에 있는 학교들은 경제적인 지원을 별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교육환경이 열악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에 사는 아랍 크리스천들은 인구의 73%를 차지하는 유대교인들과 20% 이상을 차지하는 이슬람교인들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당한다고 했습니다. 자신들이 아랍인이기 때문에 그리고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이중의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난 10월 7일 이슬람교의 수니파로 구성된 하마스(Hamas)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하여 1,400명을 죽였습니다. 하마스는 2007년부터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Gaza Strip)를 통치해온 무장정파로서,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이슬람국가를 세우려고 합니다. 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즉각 반격을 가했고, 하마스가 있는 가자 북부지역에서 10,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Palestine) 지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지중해와 요단강 사이에 있는 이스라엘 땅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로마제국이 붙여준 명칭입니다. 주전 63년 로마가 예루살렘과 그 주변 지역을 정복했습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그 지역은 ‘유대’(Judea)라고 불렸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제2차 반란(Bar Kokhba Revolt, 주후 132-136)을 일으킨 이후, 로마의 하드리안(Hadrian) 황제는 유대를 시리아 팔레스티나(Syria Palaestina)라고 개명했습니다. 반란에 대한 징벌로 유대인들과 유대땅을 분리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블레셋에서 유래했으며 ‘블레셋(Philistines) 족속의 땅’이라는 말입니다. 블레셋은 히브리어 필리스티아(Philistia)에서 나왔으며 ‘이방인 또는 방랑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블레셋 족속은 노아의 아들 함의 계보에 속하는 가슬루힘의 후손으로서 호전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창 10:14). 지중해의 갑돌(그레데) 섬에서 살았기 때문에 ‘바다 사람들(Sea People)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렘 47:4; 암 9:7). 그들이 가나안의 남서부 지역, 즉 지금의 가자 지구(Gaza Strip)를 점령했습니다(신 2:23).

일찌기 아브라함이 블레셋 족속을 만난(창 21:34) 이래로 이스라엘과 블레셋은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삼손(삿 13:1), 사무엘(삼상 4:1), 사울(삼상 13:4), 다윗(삼상 17:23)의 삶에 등장합니다. 성경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블레셋 사람은 골리앗(삼상 17:4)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블레셋 족속을 “할례받지 않는 자들”이라고 불렀습니다(삿 15:18; 삼상 14:6; 삼하 1:20). 블레셋 사람들은 아스다롯, 다곤, 바알세붑이라는 신을 섬기는, 그래서 하나님과 무관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삿 16:23; 삼상 31:10; 왕하 1:2). 그들은 결국 예레미야 선지자의 예언처럼 멸망하여 사라졌습니다(렘 47장).

현재 970만 명 정도의 이스라엘 인구 중 약 540만 명이 팔레스타인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1000년이 넘도록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았으며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볼 때 아랍인들입니다. 그들은 주로 가자 지역과 웨스트뱅크(West Bank) 지역에 살고 있는데, 구약시대부터 이스라엘 지역에 살던 유대와 사마리아 사람들을 비롯해 가나안 족속들이 아랍화 된 사람들입니다. 19세기 이후 이집트인, 알제리아인, 보스니아인, 체르케스인 등이 유입되어 섞여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 중 약 6%가 크리스천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의 아랍 수도(Arab Capital)라고 알려져 있는 나사렛에는 약 8만 명의 이스라엘 아랍 시민들(Arab citizens of Israel)이 있는데, 그들 중 30% 이상이 크리스천입니다. 반면에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크리스천은 2% 미만입니다.

텍사스에서 방문한 여행객들을 극진히 맞아준 아랍 크리스천 부부는 나사렛 침례교 학교에서 기독교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환경은 비록 열악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삶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며 기독교 세계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말과 표정에서 학생들을 향한 헌신감과 하나님을 향한 충성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아랍 크리스천으로서 억울하고 원망스러운 현실 가운데서도 하나님께 대한 믿음과 충성을 실천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기도 가운데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자신들의 삶의 모습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왔으니 기도하며 서로 사랑하며 대접하며 봉사하라고 한 베드로의 가르침이 생각나는 저녁이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잊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한 불똥이 그들에게까지 튀지 않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jonk@dbu.edu

11.1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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