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침례대학교 교수)
기독교교육은 리더들을 필요로 합니다. 교회의 귀한 사역은 자연히 또는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또는 누군가들이 리드를 해야 합니다.
리더란 다른 사람들이 따르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따르도록 하는 것이 리더십입니다. 한때는 리더는 날 때부터 정해져 있고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만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리더십은 관계적인 과정으로서 집단의 구성원들이 리더십을 나누어 가진다고 믿으며, 따르는 사람들의 자세와 역할에 강조를 둡니다.
리더십에 있어 리더와 팔로워(follower)의 상호관계를 강조하는 오늘날 써번트 리더십이 주목을 받습니다. 써번트 리더십이라는 개념은 1977년 AT&T에서 경영관련 연구와 교육을 담당했던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K. Greenleaf)가 저술한 Servant Leadership(써번트 리더십)에서 처음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그후 이 개념은 경영학계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996년 4월 경영관련 서적 전문출판사인 조시-배쓰(Jossey-Bass)사가On Becoming a Servant-Leader(섬기는 지도자가 되는 것에 관하여)를 출간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많은 경영학자들이 써번트 리더십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린리프는 써번트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며, 종업원, 고객, 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여기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 그는 써번트 리더십의 기본 아이디어 헤르만 헤세(Herman Hesse)가 1932에 발표한 소설 Journey to the East(동방순례)에서 얻었습니다.
이 작품 속에서 일단의 순례자들이 궁극적인 진리를 찾기 위해 순례의 길을 떠났습니다. 그들 중의 레오(Leo)라는 인물은 허드렛일을 하며 순례자들의 불평을 경청하는 등 순례단의 궂은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스스로 하인을 자청했던 레오가 순례길에서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자, 굳건했던 조직이 혼란을 겪게 되고 결국 순례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충직한 ‘써번트’ 레오가 없이는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그가 실질적으로는 순례자들의 정신적 리더였던 것입니다. 결국 여행이 중단되었습니다. 후에 그가 순례자들이 속한 종교단체의 최고책임자인 것이 밝혀지면서 ‘봉사와 헌신’으로 조직을 이끈 최고의 리더십의 표상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린리프는 레오를 써번트 리더의 전형으로 봤습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럭커(Peter F. Drucker)는 Managing for the Future(미래경영)에서 지식시대에서는 기업 내에서 상사와 부하의 구분도 없어지며, 지시와 감독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리더가 부하들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부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기존의 리더십 패러다임에서 리더가 구성원들을 위해서 헌신하며 구성원들의 리더십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써번트 리더십 위주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써번트 리더십이란 한마디로 ‘사랑’을 실천하는 리더십입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사랑을 통해 조직과 공동체를 하나로 묶고 봉사와 헌신이라는 실천양식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찾고, 직원들 위에 군림하기보다는 봉사와 헌신으로 갈등의 원인을 원천봉쇄 한다는 점에서 다른 리더십들과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Greenleaf Center for Servant Leadership(그린리프 연구센터)의 소장인 스피어즈(Spears)는 써번트 리더의 주요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1. 경청(Listening): 경청은 다른 사람의 말을 존중하는 자세로 듣고 수용적인 태도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리더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경청을 통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바라는 바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2. 공감(Empathy): 공감이란 차원 높은 이해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리더는 구성원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내고 그들을 섬깁니다.
3. 치유(Healing): 치유는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문제가 있는 구성원들을 보살피는 것입니다.
4. 청지기 정신(Stewardship): 리더는 구성원들을 위해 공동체의 자원을 관리하고 봉사합니다.
5. 구성원들의 성장에 대한 헌신(Commitment to the growth of people): 리더는 구성원들이 성숙할 수 있도록 그리고 맡은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기회와 자원을 제공합니다.
6. 공동체 형성(Building community): 리더는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며 봉사하는 공동체,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도록 하는 일에 헌신합니다.
이와 같은 개념과 정신과 자세는 무엇보다 크리스천들의 삶에 먼저 적용되고 크리스천들이 먼저 실천해야 할 것들입니다. 왜냐하면, 사실 써번트 리더십의 원조는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본래 하나님의 본체이시지만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하지 아니하시고 자신을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과 같이 되어 자신을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습니다(엡 2:6-8). 그분은 이 땅에 섬김을 받으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습니다(마 20:28). 손수 제자들의 발을 씻주어셨습니다(요 13:4-5). 그분의 제자들은 그분의 섬김의 도를 배우고 실천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많은 교회 리더들이 써번트의식 보다는 권위주의로 뭉쳐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어주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한복음 13:15). 기독교교육을 이끄는 리더들에게 주님이 요구하시는 리더십이 곧 다른 사람의 발을 씻겨주는 섬김의 도입니다. 교회마다 기독교교육을 실천하고 이끌어갈 써번트 리더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jonk@dbu.edu
02.11.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