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빌라델비아장로교회 | 김혜천 목사
지난 8일 한국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World Council of Churches) 제 10차 총회가 논란 가운데 10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였다. 한국 기독교는 WCC 개최 준비부터 시작해서 끝나는 날까지 큰 논란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논란은 앞으로도 더 크게 확산될 것이다. 이번 WCC 총회에 대한 기대나 평가도 극과 극이다. 준비위원장은 WCC 총회를 기독교의 올림픽이라고 했다. WCC 총회를 전 세계의 흩어진 모든 교회의 일치를 위한 기독교계의 축제, 종교 화합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이다. 반면에 WCC 반대하시는 분은 WCC 총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영적 쓰나미’를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 교단들의 결정도 “WCC 총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것은 한국교회의 재앙이자 신자들의 불행”이라고 했다. WCC는 기본적으로는 니케아 콘스탄티노플의 신조를 고백하는 기독교 기구다. 하지만 이 안에는 다양한 입장들이 있다. WCC 총회는 이번에도 교회안의 일치보다는 대립을 첨예화 시켰다. 50년전의 한국교회 교단들의 분열을 가져온 WCC는 이번에도 신학노선을 둘러싼 교단간 논쟁은 뜨거웠다. WCC와 총회개최를 반대하는 이유들을 정리하면 WCC가 종교다원주의, 성경불신주의, 종교혼합주의, 선교무용론, 가시적인 교회 일치주의, 그리고 동성애 등을 허용 또는 조장함에 대한 비판들이다. 이런 비판들은 주목을 받을만하다. 물론 WCC의 색깔은 한 색깔이 아니다. WCC에는 여러 성향의 교회들이 있다. 하지만 WCC의 리더십은 시작부터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늘 주도해왔다. 물론 WCC 총회는 노선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참여한 것은 아니다. 맥헨타이어 같이 WCC 반대운동을 하고 독자적인 모임을 주도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편 피터 바이어하우스나 영국의 존 스토트 등은 성경의 권위를 철저히 인정하면서도 비판적 관점에서 WCC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시도의 한계는 비판적인 목소리는 사실상 거의 들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WCC 참여함으로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조직의 구조상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WCC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종교다원주의의 선봉이라는 것이다. 이번 WCC총회를 보고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한국에서 “WCC 부산총회 주제에 대한 비판적 평가”라는 강좌를 했다. 그는 “1961년 뉴델리와 1968년 웁살라 총회에서의 유명한 추진력은 1991년 캔버라 총회의 초혼제로 인해 멈춰버렸다”라고 했다. 여성신학자 정현경 박사가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는 샤머니즘 무당 초혼제를 행했다. 온 세계가 경악했다. 이와 비슷한 일련의 사건들은 정교회 같은 중요한 회원교회들도 WCC가 공개적으로 혼합주의를 출범한 증거로 본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강사들은 모두 WCC 지도부가 선정하기 때문에 강사의 성향은 바로 WCC의 신학적 태도와 일치한다. 정교회는 에큐메니칼 서구식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WCC의 Konrad Raiser 총무는 협의회식으로 바꾸었다. 그 이후 제네바의 WCC 리더십은 미리 고안된 의제들을 회원들에게 강요하는데 제한을 받는다. WCC는 세계언론과 서구 회원교회들에 대중적인 관심을 잃게 되었다. 이번에도 부산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동안 세계언론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바우어하우스는 WCC에 대한 관심약화의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에큐메니칼의 주도권이 제네바본부로부터 로마교황청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놀라운 일이다. 교황청은 WCC 설립부터 막후에서 주도해오다가 이제는 그 실체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WCC 부산 총회가 열리자 개회예배 및 행사기간 동안 초혼제, 토템의식 같은 각종 무속적 요소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인터넷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또 다양한 단체 활동을 소개하는 전시장에 동성애 옹호단체 및 타종교단체 부스 등도 설치되었다. 다시 종교혼합주의와 WCC의 동성애 지지 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특히 시작 전부터 큰 논란이 되었던 동성애 이슈는 총회기간 내내 내부적으로 총대들 간의 의견이 갈려졌다. 결국 진통 끝에 폐막식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동성애자’라는 단어를 배제한 일치 성명서를 공식문서로 채택했다. 지도부의 비공식입장은 지지도 배척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반대가 강하니 본래 하고자 했던 의도를 접은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WCC 총무인 울라프 픽세 트베이트는 “WCC는 항상 정의와 평화를 강조해왔지만 그동안은 주로 정치적 의제로 다뤘다. 하지만 부산 총회에서는 신앙과 영성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라고 자랑했다. 그것은 WCC 총회와 활동이 지금까지 정치적인 이슈가 핵심이었던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에는 신앙과 영성이 중심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정말로 결정들이나 내용적으로도 그러한가는 따져 보아야 한다.
총회의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새 선교-전도 선언서 “함께 생명을 향하여: 지형 변화 속의 선교와 전도”이다. 주의할 것은 WCC의 선언서가 비록 복음적인 표현들을 담고 있지만 그 의미는 복음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WCC는 전도를 ‘생명의 하나님의 인도를 따라 만물의 생명 충만을 향한 헌신’ 활동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숭실대의 최덕성 교수는 이번 선언서가 기독교 선교와 전도선언서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결함이 많고 이단적이라고 비판한다. 1)선교와 전도 마당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마르크스주의 복음을 대체시킨다. 2)인간의 타락과 죄성을 도외시한다. 죄를 사회적 불의와 구조 차원의 모순, 자본주의적 탐욕, 생태학적, 경제적, 사회적 결함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한다. 3)하나님의 세계를 돌보시는 역사와 구원 역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4)신약성경의 핵심 메시지 생명(zoe)을 자연적 또는 생물학적 생명―목숨(bios)로 환원시킨다. 5)종교다원주의를 담고 있다. 숭실대의 김영환 교수는 WCC 가 개종 전도 금지선언을 이미 1997년도에 채택했다고 한다. WCC 문서는 개종강요가 기독교의 증언에 반하는 행위인 동시에 ‘증언의 타락’이라고 비판했다. 전도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선교가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성경이 가르치고 역사적 기독교가 수행해온 선교와 전도 활동은 WCC가 말하는 하나님의 선교와 다르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보자이고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제외하면 다른 것들을 아무리 많이 갔다가 붙여도 성경적인 선교와 전도는 아니다. 또한 새선언에 나타난 생명의 의미도 문제이다. 사실 생명은 신약성경의 핵심 메시지의 중 하나이다. 그런데 성경적 의미의 생명은 WCC가 강조하는 자연적 또는 생물학적 생명인 목숨은 아니다. 성경의 생명은 육신의 생명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강조는 물론 영적생명, 영원한 생명, 영생이다(요6:33, 53; 14:6; 20:31). 성경은 이 둘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WCC의 생명과 생명충만은 너무도 보편적인 의미의 생명이다. 일치를 이루려고 하니 통전적이란 말을 사용하지만 사실은 낮은 수준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모든 종교가 다 수용할 수 있는 매우 낮추어진 의미의 생물학적 생명으로 전락한다. 한국 무당부터, 뉴에이지, 또한 아프리카의 토속종교까지 다 받을 수 있는 생명개념이나 성령으로 전락했다. 하나님이 주시는 영생이나 성령 하나님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남의 잔치를 혹독하게 비평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이번 총회를 통해서 정말로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데 하나님의 쓰임을 받았는가에 대하여서는 회의심이 든다. 할 수만 있다면 폭 넓게 안고 가고 싶다. 그렇지만 WCC의 실체를 알게 되면 같이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인적인 생각은 WCC에 가입한 교단에 소속된 교회의 목회자나 성도님들의 절대다수는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믿는 참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WCC를 주도하는 지도자들의 신학과 흐름이다. 따라가서는 안되지 않는가?
진정한 일치는 외형적인 정치적인 일치가 아니다. 진정한 하나는 그리고 생명의 풍성한 역사는 생명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주로 믿음으로(요14:6)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을 하나되게 하시는 성령님의 역사만으로 가능하다. 지금은 한국교회를 위한 통곡기도가 필요할 때이다. 지도자들인 우리부터 회개할 때다. 하나님께서 우리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를 영적인 어두움 속에서부터 오직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로 회복해 주시기를 간구한다. ▲이메일:revdavidkim@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