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수 목사 (알칸사 제자들교회)
달라스 중앙연합감리교회의 결정 최근 텍사스 달라스 지역신문에 한 가지 소식이 실렸다. 지역에서 큰 규모를 가진 교회 중 하나인 중앙연합감리교회(담임 이성철 목사)가 한글교육을 독자적으로 가르치겠다고 지역한국학교에서 독립을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기사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한인2세들의 정체성 확립과 신앙의 전수를 위해...1세대와 차세대가 통역 없이 자유롭게 함께 예배하는 것을 목표로 언어와 문화, 신앙을 통해 하나 되는 작업에 들어가...6개년 계획으로 영유아부 유치부를 시작으로 한글교육을 강화하고 한국어 예배로 진행...초등부에서 고등부까지는 영어와 한국어가 병행돼 예배가 진행되며 결국 통역없이 성인예배를 함께...”(Newskorea, Apr. 22) 달라스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큰 교회가 이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된 절실한 배경이 눈에 들어온다. 언어의 전달이 없으면 신앙의 유산을 전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언어의 단절과 신앙의 정체성 위기 오래 전 한국을 떠나 유학길에 시카고에 처음 도착해서 이민교회를 가게 되었다. 주일 오전예배로 한번 모이는 교회였는데, 부모와 함께 간 중고등학생 조카들은 영어권 예배로, 부모는 한국어 예배로 자연스레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자신들이 편한 언어로 예배를 드리기 위함이었다. 주님의 날에, 온 가족이 한 설교자를 통해 증거되는 동일한 말씀을 가정과 자녀위에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어야 할 텐데... 함께 예배드릴 기회가 전무한 가운데 가정에서 자녀의 신앙연장교육은 어떻게 가능할까? 등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그분의 가정에서는 자녀에 대해 예절이나 언어 소통의 문제는 없었지만, 이후에 미국에 정착하면서 보게 된 이민 가정 안에서는 그러한 언어로 인한 예배의 분리가 심각한 신앙적인 분리로 드러남을 발견하게 되었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와서 자식교육을 하는데, 좋은 명문대학을 가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한다 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도 가지게 된다. 부모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말을 하는데, 자녀들은 이 땅이 미국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너무나 관용한 것이다. 이민가정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부모들은 한 주간 내내 생업에 시달리게 되고 자녀들을 돌볼 틈이 없는데다가, 하루 쉬는 날도 이렇게 분리가 되어, 동일한 주제의 말씀을 가지고 함께 생각을 나눌 틈도 얻지 못하는 것이 자녀들의 영혼에 어떤 유익함이 있을 런지 도무지 긍정적이지 못함을 보게 된다.
유산(遺産)과 유업(遺業)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주는 것은 유산(遺産)과 유업(遺業)으로 구별할 수 있다. 유산은 재산과 물질을 전수하는 것인데 반해, 유업은 자녀가 평생 할 수 있는 업(業)을 가지도록 교육시키고 준비시키는 것을 말한다. 부모가 남기는 유업에는 부모의 삶의 지혜와 전통이 함께 전달된다. 그런데 유업은 언어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가난한 집안이어도 아버지가 먼저 숟가락 들기를 기다리는 집안을 보면 가난하지만 뼈대 있는 집안이라고 생각되어 이를 증거로 혼사가 오간다는 말이 있다. 인사성 하나만 밝아도, 어른 앞에서 옷매무새 한가지만 바르게 하여도, 사람의 됨됨이의 자세가 달라보이게 되는 것이다. 예를 중시한 어른들의 아름답고 놀라운 지혜이다. 그런데 이토록 귀한 것을 언어가 통하지 않고서 어떻게 부모 세대의 이 아름다운 지혜를 전달할 길이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엄마들의 사고전환 부모들, 특별히 엄마들의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부모세대가 영어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살다보니, 미국에 와서도 아이에게 영어유치원을 고집하면서 갓 어린 아이에게도 한글교육의 좋은 기회를 멀리하는 경우를 본다. 무지와 근시안적인 선택임이 분명하다. 부모로서 아이들이 부모 품에서 재정적인 도움을 필요로 할 때, 확실하게 붙잡고 가르쳐야 한다. 당연히 자식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이민왔다 생각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어릴 때 김치를 많이 먹던 어른세대들은, 아무리 비싼 스테이크를 앞에 두고서도 김치를 찾게 된다. 혹자는 한국사람들의 DNA속에는 고춧가루가 들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랜 시간 반복해서 먹어왔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뼈속깊이 새기라는 말이 있듯이, 한글 교육에 몰입해야 한다. 결단하지 않으면 얼굴은 한국사람인데 국적불명의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어 스스로도 정체성의 방황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변화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믿음이 필요하다. 변화는 믿음에서 나오고 그 믿음은 행동을 수반함으로 마침내 열매를 보기 때문이다.
한글교육은 전인교육의 기초 언어의 전수는 부모세대의 유익한 경험과 지혜를 전달하는 최상의 통로가 된다. 본 교회에서 한글 신앙교육을 통해 얻은 작은 경험들이 작은 도움이 될까하여 나누기 원한다. 교회가 설립되던 13년 전부터 주일학교, 중고등부에서는 한국어 예배, 한국어 설교를 듣도록 했다. 주일학교는 한국어 전용으로 예배드리고, 중고등부는 어른들과 함께 예배해왔다. EM예배가 있지만, 그곳은 성인영어권으로 제한적으로 오픈해서 예배를 드리도록 했다. EM이 어느 때는 멕시코, 중국, 일본, 과테말라, 미국, 한국까지 6개국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하기도 했다. 물론, 아이들은 편한 언어를 원하고 부모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교회교육은 목회자의 목회철학의 한부분임을 강조하면서 지나왔다. 아이들이 부모세대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은, 저들의 특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이제는 어른으로 대우받게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가르친다. 더불어 설교문을 요약하도록 하고 시상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교언어로서의 한국말 단어자체가 워낙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이민교회의 특성상 어렵다고 하지만 본 교회에서는 한국에서 하듯 오후예배를 통해 극복하게 되었다. 장년층이 오후 예배를 드리게 될 때, 중고등부 아이들은 영어로 자치예배를 드리면서 EM목사님으로부터 성경언어의 감각을 유지할 시간을 가지게 된다. 13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는 자녀교육의 부분에서 큰 축복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어른에 대한 인사태도에서부터 모든 것이 자유롭게 자란 미국 2세들과 다른 점을 발견한다. 아이들 중에는 이곳에서 태어났음에도 중고등학교 때 필자의 경상도 사투리 설교까지도 한글로 동시통역을 하였는데, 아이비리그의 좋은 학교에 장학생으로 진학하였다. 그 아이는 매주 주일아침이면, 한주도 빠짐없이 나에게 아침인사를 문자로 보내온다. 가정교육의 탓도 있겠지만, 한마디로 하나님의 은혜이다. 부모가 시키고 가르쳐도 마이웨이를 외치는 것이 오늘날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언어를 통해 부모세대의 신앙유산을 물려줄 수 있는 전인교육의 복된 기초가 아이들 가운데 이루어짐으로 가능한 열매임을 확신하게 된다.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 칼럼니스트인 이성헌 씨는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라는 책에서, 말에는 말씨와 말투가 있음을 언급한다. “말에도 씨가 있어서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말에는 파동이 있어 내가 한 말은 제일 먼저 자신에게 영향을 주고 그다음으로 주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말을 바꾸면 인격이 변한다. 말을 바꾸면 운명도 변한다. 말은 그 사람의 운명을 운전하는 운전대라고 할 수 있다. 어제 뿌린 말의 씨앗이 오늘의 나를 만들고 오늘 뿌린 말의 씨앗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것이다. 말씨에 비해서 말투는 어떤 것인가? 돌을 던지듯이 툭툭 던지는 행태이다. 즉, 말씨가 훈련된 인격의 산물이라면, 말투는 기본적인 자연적인 생존의 언어인 셈이다. 말씨가 그 사람의 인격의 연습과 훈련이 담긴 정성된 언어라면, 말투는 감정을 쉽게 표현하고 드러내는 단순한 도구적 언어, 심하게 말하면 말장난에 불과한 단어의 조합일 따름이다.
한류문화와 언어습득의 유해함 한류문화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노래들이 급속히 확산되어 미국이민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곳 작은 중소도시의 미국인의 입을 통해서도 한국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들어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게다가 2세들이 한국의 다양한 종편방송들까지 가세하여 쏟아내는 예능 컨텐츠들에 대해 저들의 말투와 태도를 볼 때 아주 많은 부분 쉽게 노출되어 있음을 본다. 물론, 이러한 한류문화가 2세들의 언어습득효과를 높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2세들이 주로 대하게 되는 한류 예능 콘텐츠가 말씨의 훈련되고 정제된 언어의 사용이라기보다는 연예인들의 정제되지 못한 비속한 말투와 드라마 내용의 세속적인 흐름들이 봇물처럼 흘러들어오는 것을 보게 된다. 한류를 통해 말의 관심과 배움은 좋은데, 결국 문화의 이면에 감추어진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거리’들을 좇아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핸드폰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아무런 걸림 없는 문화의 노출로 인해, 2세들의 옷차림, 화장, 말투 등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격적인 자람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것을 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달라스 지역의 대형교회가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한인 인구유입이 늘어나는 지역특성상, 한류문화의 더욱 급속한 전개에 대한 불편한 인식이 들어있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새롭게 그리스도인의 온전한 정체성을 위해, 교회 안에서 말씀가운데 예배가운데 아이들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부모로서의 하나님 앞에서 온전한 양육의 책임을 잘 감당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교회에서 예배와 말씀으로 언어교육 성경은 생명의 책이다. 성경에는 생명의 시(詩)와 음악과 역사와 대하드라마와 같은 생명의 작용들이 들어있다. 그래서 성경을 생명의 양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의 2세들이 어디서 자신의 언어를 배우느냐에 따라 생활이 많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말투 투성이의 저급한 한류 말장난의 것으로부터, 생명을 낳고 생명을 회복하는 성경에서 예배중의 말씀에서부터 주님의 교회에서 신앙교육 안에서 언어를 배우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할 것이다.
언어교육은 사명훈련 언어는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게 된다. 언어를 통해, 문화/역사/사회/관습 등을 함께 익혀가기 때문이다. 정체성은 또한 그 민족과 사람에게 허락한 고유한 사명을 깨닫게 한다. 한글교육은 부모와의 소통이라는 단계를 넘어서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민족 북한에 대한 하나님의 사명훈련/선교훈련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통일 한국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2세들이 부모세대의 그 언어를 가지고서 활발한 소통을 이루게 될 때 북한에서의 효과적인 복음전파와 장래 민족공동체의 융성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될 줄로 믿는다. 언어를 배우지 못하고, 어떻게 북한선교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결국, 한글교육은 부모세대가 노래하던 통일한국을 향한 북한 복음화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가 되는 것이다.
언어의 전수가 없으면 유산도 없음 자녀들에게 언어를 전수하지 않으면, 삶의 좋은 유산을 전달할 수 없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더불어 달라스중앙감리교회가 결정한 배경들을 가지고, 우리 가정과 우리 2세들의 교육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가정에서 2세들이 정체성을 배워 가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교회에서 한국어로 예배드림에 대해 간절함이 있는지? 2세들이 대학을 가면서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부모의 신앙유산을 물려받지 못함이라고 하는데, 우리 자녀들은 괜찮은지? 꼭 생각해 볼 문제이다.
100% 한국인 100% 미국인 우리는 유산이 아닌, 유업을 물려주기 위해서 언어를 가르쳐야 한다. 세대 간의 단절과 정체성의 상실을 막기 위해서도 한글을 가르쳐야 한다. 특별히, 2세들을 Half & Half(50:50)으로 표현하지만, 부모세대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200%(100:100) Korean-American으로 양육하여 민족 조국 앞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귀하게 쓰임 받는 자녀들을. 이민의 땅에 살면서도 형통하였던, 요셉/다니엘/에스더 같은 귀한 인물들이 배출되기를 기도드린다. davidnjeon@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