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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이영숙 박사

(좋은나무성품학교 대표)

“술만 먹으면 엄마를 때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어려서부터 보면서 자랐습니다. 너무 무서워 밤새 형이랑 이불 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엄마의 비명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날이 밝아 조용해지면 엄마가 죽었을까봐 달려 나와 엄마를 찾곤 했습니다. 그게 습관이 되어 학교에서도 엄마가 걱정이 돼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엄마가 안계시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사방을 뛰어다니며 엄마를 찾아 헤매곤 했습니다. 내 안에는 늘 아버지의 무서운 모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속상한 것은 그렇게 싫어했던 내 아버지의 모습을 내 아이와 가족들에게 그대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40대 아버지, 김OO).

제가 진행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성품치유학교”에서 나눈 한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성품을 고민하는 가정의 사례를 보면 치유되지 못한 과거의 아픈 기억이 좋은 성품을 방해하고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사실을 보게 됩니다.

이렇듯 지금의 행동은 그동안 겪은 수많은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자녀의 고질적인 성품 문제는 바로 부모인 우리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자녀의 성품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다”는 말처럼 자녀의 성품을 비난하기보다 차라리 부모인 나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대안이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자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겨줄 좋은 경험을 공유하는 전략을 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억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길을 가며 외운 전화번호처럼 짧은 시간만 기억되는 단기기억, 오감각을 통해 들어온 경험들이 해마체에 저장되어 오랫동안 기억되는 장기기억, 또 장기기억은 우리가 회상할 수 있는 명시기억과 회상할 수 없는 암시기억으로 나뉩니다.

특히 암시기억은 뇌의 어딘가에는 저장돼 있지만 의식적으로 끄집어낼 수 없는 장기기억입니다. 소뇌, 선조체, 편도핵에 저장되어 기술, 습관, 감정 등에 관여하는 암시기억은 고치려고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반복적인 행동시스템을 만드는 기억입니다. 즉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는 내재된 기억시스템인 셈입니다.

또 다른 삽화기억은 과거 사건들에 대한 자서전적 기억을 말합니다. 의미기억은 사실, 개념, 단어 등 의미를 두고 상기시키는 기억입니다. 절차기억은 학습, 반복을 통해 습득된 것들로 어떤 특정한 기술, 악기 연주, 우리 몸에 익혀진 습관처럼 반복되어 기억되는 운동 신경과 같은 기억입니다. 감정기억은 이유 없이 놀라거나 특정한 두려움을 야기할 것 같은, 우리 몸에 기억된 감정적 경험을 통해 생긴 감정반응을 말합니다.

이런 모든 기억들이 뇌에 저장돼 있다가 위기나 사건이 생겼을 때 불쑥불쑥 성격이 되어 나타납니다. 우리 몸에 저장돼 있던 과거의 많은 기억이 생각, 감정, 행동으로 표현될 때 바로 우리의 성품이 되는 것입니다. 좋은 기억이 많은 사람은 좋은 성품을 갖게 되지만 나쁜 기억이 많은 사람들은 나쁜 성품을 갖게 되는 이유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좋은 기억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받은 좋은 기억이야말로 자녀의 평생을 행복하게 하는 선물이자 삶의 위기 때마다 꺼내어 쓸 수 있는 방패막이 됩니다. 좋은 추억의 박물관이 된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인생의 풍랑을 만나도 좋은 성품으로 당당하게 막아 설 힘이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자녀와 좋은 기억을 만들어 보세요. 자녀에게 다른 어떤 것을 주는 것보다 가장 귀한 유산을 물려주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좋은 성품은 부모가 자녀의 기억 속에 물려주는 귀중한 유산입니다.

 

goodtreeusa@gmail.com

06.1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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