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서 고아원 사역에 집중하는 the corner(대표 조항석 목사)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단기 순회선교를 진행했다. the corner가 보내온 선교일지 중 첫날 부분만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주]
8월 13일, 슬픔 때문에 잠시 기쁨을 잃었습니다.
아침 7시에 버스가 왔습니다. 통역담당 토니와 엄 집사님, 폴, 다희가 점심 도시락을 찾으러 델마의 에피도로 떠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져갈 짐과 남은 짐을 정리를 하고 8시에 브니엘 고아원 근처 호숫가로 떠났습니다.
우리가 가는 호수의 수영장은 작은 호텔에서 운영합니다. 브니엘 고아원에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레잌 아주이(Lake Azuei)는 갈릴리 호수와 같은 크기로 아이티에 있으면서 도미니카 공화국 국경을 이룹니다.
호텔이라고 해야 방 아홉 개에 작은 매점이 있고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도 안전한 곳에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고 밖에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커다란 튜브에 바람을 넣으면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브니엘 고아원 60여명과 가브리엘 고아원 22명이 오늘 초대한 파티의 손님입니다.
가브리엘 고아원 아이들이 조금 늦게 오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려서 11시부터 파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물놀이를 하고 점심을 먹고 풍선도 만들고, 손톱도 칠하고, 사진도 찍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물놀이를 실컷 하고,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 브니엘 고아원과 가브리엘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하고 댄스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모두 조금만 도와주면 케이팝 스타가 될 것 같은 정말 수준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점심은 커다란 닭고기가 든 큰 도시락입니다. 다 먹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의 도시락에 이름을 써서 고아원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일정을 다 마치고 오후 3시쯤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습니다. 새학기용 학용품과 과자와 여러 가지 선물이 가득 든 백팩도 주고 정성껏 만든 샌드위치와 소다도 한 병씩 안겨서 보냈습니다.
가져간 커다란 튜브와 축구공도 전해주고 호숫가에서 식량과 의약품도 전했습니다.
아이들과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즐거움으로 넘치는 정말 빛나는 하루였습니다. 하나님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감동이 넘치고 보내주신 모든 분들의 사랑에 코끝이 찡한 날이었습니다.
스티브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두 개 고아원(브니엘, 가브리엘)을 초청한 물놀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있는 킹덤 고아원(Kingdom of Children)에 들려 선물도 주고 음악회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고아원이 없어진 것입니다.
지난 5월 방문 때에 탁 선교사님께서 “한 번 가보겠느냐”고 하셔서 찾아가보니 8명의 예쁜 아이들이 맨바닥의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가는데 벽에 교복만 덩그러니 걸려 있고 아무것도 없는 환경 가운데 지내고 있었습니다.
5월 방문 때, 지난 4월에 렌트 계약이 끝났다면서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주인은 재촉하고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그때도 처음 만난 고아원이라고 그냥 좀 더 두고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7월에 가서 또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맨 바닥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것은 할 일도 없고 기력도 없어서였습니다. 우선 급한대로 매트리스라도 사줘야 하나 하고 생각만했습니다. 식량은 나중에 로사 선교사님께 부탁을 해서 받아가게 했습니다.
7월에 방문했을 때 렌트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했더니 아직 해결이 안 되었고 집 주인이 나가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일 년 렌트비가 2천5백 불이라고 했는데 저희도 재정적 부담이 있어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기도하자고 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방문하려고 아이들을 돌보는 청년에게 전화를 했더니 고아원 건물에서 쫓겨나 아이들이 교회 식구들 가정으로 흩어졌다고 ‘Kingdom out’이라는 마음 아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순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하는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기운 없었지만, 맑고 선한 아이들이 눈에 선했습니다. 돈이 넉넉지 않다고, 쓸 곳이 많다고, 학교 운영비 때문에, 이래저래 망설이며 머뭇거리는 사이에 아이들은 그나마 돌봐주던 거처를 잃고 흩어졌습니다.
교회 식구들 가정으로 흩어졌다고 하는데 안 보아도 훤했습니다. 지독한 가난이 평균인 나라에서 남의 집 생활은 그냥 좀 굶어도 모여 사는 고아원만 못한 것입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막막했습니다. 돌아와 탁 선교사님과 로사 선교사님과 이야기하다가 통곡하듯이 흐느껴 울었습니다. 오래도록 눈물을 멈출 수 없어서 잠시 밖에 나가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죄송하고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하나님 보여주신 고아들이라고 말만 하고 다녔습니다. 야고보서 같은 정신으로 십일 년을 지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힘내라고 말만 했습니다. 일 년 렌트비 2천5백 불이 없어서 아이들이 갈 곳을 잃고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잠자리를 잃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감당하라고 그렇게 보여주셨는데 당장 부담이 된다고 입 다물고 있다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눈물을 참느라 이를 악물고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킹덤 고아원의 청년을 불러 우선 이야기라도 들어보려고 합니다. 눈에 가물거리는 아이들 모습 때문에 저녁 시간이 힘들었습니다.
내일은 샬롬 고아원을 초대해서 물놀이를 합니다. 넘치는 기쁨과 더 큰 슬픔이 만난 하루였습니다. 솔직히 슬픔 때문에 잠시 기쁨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저녁에 다시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하실 일을 기대하며 믿음을 드립니다.
우리의 일정을 위해서, 킹덤 고아원의 아이들을 위해서 간절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 드림
thecornerhaiti@gmail.com
08.23.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