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같던 7년, 더는 아파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난 지 오늘로 7년이 흘렀습니다. 2010년 1월 12일 지진은 24만 명이 훨씬 넘는 희생자와 150만이 넘는 이재민을 만들어 씻기 어려운 상처를 아이티에 남겼습니다. 형편없이 무너진 건물들, 그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 모습, 무너진 대성당으로 가는 시장통에 나무토막처럼 쌓여 있던 희생자들... 폭격 맞은 전쟁터처럼 온 나라가 제정신이 아닌 듯했던 시간들.... 아무도 건물 안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고 델마 도로를 뒤덮고 밖으로 뛰듯이 돌아다니던 엄청난 사람들.... 식량을 찾아 눈빛이 변하던 사람들, 사람들... 아직도 마치 어제 일인 양 기억 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진이 무서웠습니다. 고아들은 고아원 앞 공터에 비닐로 천막을 치고 참혹한 시간을 견디면서 더 형편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고아들은 늘어나고 두려움과 배고픔은 그냥 눈물이 되었습니다. 지진 전부터 형편 되는 대로 두세 개 고아원을 돕기 시작했던 일이 언제부터인가 10개 고아원으로 늘었습니다. 그 사이 불이 나서 없어진 고아원도 있고 이제 그만 해도 되겠다는 고아원도 보면서 지나왔습니다. 그냥 눈물만 나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고아원. 기가 막힌 현실에 기도도 나오지 않던 아이들. 그렇게 아이티 고아들은 송곳이 되어 늘 기도의 자리를 찌르고 우리 마음을 찔렀습니다. <14면으로 계속> <13면에서 계속> 무너지지 않은 많은 건물은 금이 가 있고, 여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변함없이 10개 고아원 아이들을 위해 고아원 원장들과 돕는 손길들을 위해 현지에서 넘치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시는 탁 선교사님 내외분과 아이티 사람들을 위해 몸을 드려 헌신하시는 선교사님들을 위해, 참으로 오래도록 아이티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눈물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너무 굶주려 기운 없는 눈으로 더러운 탁자에 엎드려 큰 눈만 깜빡이던 아이들 모습이 기도 속을 지나갔습니다. 생각만 해도 아프고 슬펐던 장애 고아들이 감사의 기도와 찬양이 되었습니다. 산꼭대기에서 온종일 하일없이 하늘만 보던 아이들이 아무 때나 물을 마시고, 공부하고, 그렇게 살게 되었습니다. 좋은 것, 싫은 것 표현이 없고 표정이 없는 고아들을 만나면서, 어른이 먹기에도 많다 싶은 도시락을 깨끗하게 먹는 어린아이들 앞에서 기쁨도 감사도 때로는 눈물이 되고 슬픔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믿지만, 현실은 가혹했습니다. 하루 두 끼를 채울 수 없어 물만 마시고 잠들어야 하는 그 기막힌 현실과 끼니의 두려움 속에서 그래도 아이들은 아주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지진 후 7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배고프고, 여전히 아픕니다. 오늘도 식량은 모자라고, 아이들은 심하게 아프다고 했습니다. 쌀이 떨어진 지 며칠인지 모르고 퀭한 눈으로 먼 산만 바라보며 뜨거운 햇볕 아래 그늘도 없는 마당에 앉아서 하염없이 끼니를 때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타이레놀 한 알이 없어서 열병에 지친 아이들이 아무 표정도 없이 아주 숨도 쉬지 않는 듯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뼈만 앙상한 몸으로 걷기도 힘들어합니다. 그래도 많은 분의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가난을 이겨내고 일어설 힘은 교육밖에 없다는 믿음으로 한두 명씩 학교를 보내기 시작했고, 선생님들을 모시고 학교를 시작하고 그렇게 아이들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티 고아들을 만난 후 아홉 해를 지나고 있습니다. 대지진이 나고 일곱 해가 지났습니다. 칠 년 동안 마치 칠 인치나 전진했을까 싶은 형편입니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말라가는 아이티 고아들은 내내 송곳이 되어 마음을 찌르고, 기도의 자리를 찔러댔습니다. 그나마 꾸준히 드나들었더니 하나님의 은혜로 아이들이 자랐습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듯한데 하나님이 아이들을 키우셨습니다. 한편으로는 공부를 시작했는데 아직도 쌀이 모자라고, 약이 없습니다. 더디게 가는 시간 때문에 끼니가 늘 떨치지 못하는 두려움입니다. 끼니를 걱정하고 아파 누워 있는 아이들 생각에 때로 목이 메기도 하고, 여전히 한 끼 밥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시간은 아무 감동 없이 또 흐릅니다. 지난 7년 동안 송곳 같은 아픔으로 견뎌온 세월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긴 시간이 많은 분의 도움으로 감사가 되었습니다. 비록 더디지만, 앞으로 7년을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1월 방문을 위해 준비하면서 또 기도합니다. 하나님, 배부르게 해주시고, 아픈 아이들 낫게 해주시고 공부하게 해주시고, 자라게 해주시고, 편안하게 해주시고, 쌀 좀 사게 해주시고, 약도 사게 해주시고...... 그러다가 그냥 기도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지난 칠 년 동안 칠 인치쯤 전진한 듯합니다. 아직 뒤처져 있는 고아원이 있지만, 뒷걸음질 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앞으로 7년 후에는 70마일, 700마일 쯤 전진하기 원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낌없이 베풀어주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아이티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합니다. 고아들은 아직도 험한 세월을 견뎌야 합니다.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 사랑을 베풀어주시길 소망합니다. 울지 않으려 하는데,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 다시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기도가 여전히 간절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 드림 chohenry0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