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가 벧세메스 길로 바로 행하여 대로로 가며 갈 때에 울고 좌우로 치우치지 아니하였고 블레셋 방백들은 벧세메스 경계까지 따라 가니라”(삼상6:12) 저희는 선교지로 떠나올 때 익힌 습관대로 “매일성경”의 본문을 묵상합니다. 30여년을 선교지에서 보냈으니 다섯 번 정도는 위 본문을 묵상했을 것입니다. 우리 주 하나님이 살아계시며 홀로 능력을 나타내시며 영광을 받으심을 봅니다. 젖 나는 암소 두 마리가 송아지를 뒤에 두고 줄 곳 하나님의 처소를 향해 올라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울어 슬픔을 참을 지라도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벧세메스의 언덕길을 올라 목적지에 도달하고 자신들이 제물 되어 블레셋과 이스라엘에 하나님을 알린 것입니다. 우리들의 길이 두 암소 같은 길이었으면 하고 묵상합니다. 4살과 6살이던 아이들을 데리고 고국을 뒤에 두고 떠나올 때 저희 부모들은 어린 손자들이 보고 싶어 목이 메이셨고, 저희 또한 지언이와 지혁이를 기숙사 학교로 떠나보낼 때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이 모든 것을 참으며 주님이 명하신 길을 가게 하셨음에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아오야마 히데야스(靑山英保) 집사는 그의 나이 70이 가까워옵니다. 젊은 날 고교시절 인생의 허무를 발견하고 견딜 수 없는 공허에 쌓였을 때 복음을 듣고 회생한 젊은이였습니다. 어린 시절 한때 그를 양육했던 양부모가 한국인이었다는 우리와 공통점보다는 그가 주님을 위해서 일생을 온전히 드리며 살려는 헌신이 의기투합하여 동명국제교회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20대 후반에는 결혼을 생각하며 사귀는 여인이 있었다지만 주님을 온전히 따르는데 방해가 된다고 하여 가정을 갖는 것도 포기하고 순결한 총각으로 살아온 것입니다. 지금도 시간에 메이지 않는 자유업을 하며(청소일) 최소의 생활비로 자신의 생계를 메우고 나머지를 주님께 드리는 즐거움과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말씀으로 양육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가방에는 항상 전도지가 비축되어 시간이 나면 사람이 몰려있는 역으로 나가 그것을 전달하고, 개인 집의 우편함에 복음을 전달하며 전하는 기도의 사람입니다. 그는 정녕 늙어 가는 외모보다는 주님을 사랑하며 주님 안에 감추인 소망 때문에 사는 주님과 동행하는 성도(聖徒)입니다.
요시오까노리꼬(吉岡典子)와의 만남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녀가 가나자와(金澤)에서 사이다마(埼玉) 국립대학으로 진학와서 만난 것입니다. 꽃다운 미모의 여대생이 신문배달을 하는 장학생으로 지원을 하여 동경 외각으로 온 것입니다. 마침 저희는 두 번째 텀으로 무사시우라와(武藏浦和) 지역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하고 있었던 터라 그녀와의 만남은 가뭄의 단비 같은 신선함이었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집집마다 조간을 배달하고 오후에는 다시 석간을 돌리는 일과 학업 때문에 주일예배에 출석하여 조는 날이 많았지만 그녀의 건장한 다리와 왕성한 식욕은 젊음과 근면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작년 초입니다.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알게 되었다고 금요저녁기도회에 참석했는데 전과 다른 가녀린 여인이 되어 있어 얼른 알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녀는 우리가 안식년으로 떠난 뒤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어 근무하는 학교에서 기미가요(일본애국가:일본왕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칭송)를 강요하는 정책으로 자신의 신앙고백이 용납하지 않아 철밥통 직장을 버리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고난의 길을 선택을 한 것입니다. 작년과 금년여름 태국과 캄보디아에 단기선교여행을 다녀온 그녀는 정녕 이 땅에서 선교의 일생을 살아가는 증인입니다.
이제는 남은 임기를 잘 정리하고 물러서야 할 때가 되어갑니다. OMF 선교사로 일본에 들어와 북해도의 타키카와(瀧川)와 사이타마(埼玉), 치바(千葉)의 개척교회사역들과 동경복음교회에서의 목회사역, 이어서 시작한 동명국제교회를 섬기는 동안 현역으로 주어진 날들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정해진 날수를 다 허락하신다 해도 3년 정도의 기간이 남은 것입니다. 국내외의 많은 성도들과 교회들의 기도와 사랑에 힘입어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부탁드리는 것은 저희들의 사역을 계속 이어갈 일군을 보내어 주시도록 기도와 협력을 해주시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함께 자라 안수 받은 몇몇 목사님들이 있지만 현재로는 동명국제교회에 돌아올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뒤를 이어 섬기게 될 사역자들이 어느 곳에서 주어지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합당한 주님의 종이라면 일본어를 사용할 수 있느냐의 가부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저희가 현역으로 있는 사이에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일군들을 파송해주시고 변함없는 사랑과 기도로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기도제목 1. 최후까지 주님의 성령에 붙들려 이전보다 더 아름답게 쓰임 받도록 2. 6월 초부터 시작되는 세계한인선교대회(미국 LA)의 만남과 나눔의 시간들을 위해 3. 2주간동안 선교대회 후 자녀들과 갖게 될 잠깐의 만남에 주님이 위로를 주시도록 4. 저희가 떠나있는 동안 교회를 목양할 김은수 교수(G.R.S 학장)의 건강과 영성을 위해서 5. 교회에 필요한 일군들을 채워주시기를(통역자, 반주자, 주일학교교사, 영어학교 사역자) 6. 7월 25일-30일까지 진행되는 어린이 여름영어캠프의 준비와 진행 7. 둘째 아들(지혁)의 결혼을 순조롭게 인도해주시기를 한없는 사랑과 기도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일본 동경에서 김신호, 문옥남(지언, 지혁) 드림 shinhoki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