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안녕하세요? 어떻게 해야 야수가 왕자 되나요? “여보! 우리 ‘마녀와 야수’ 보러가요!” 부다페스트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을 때 제가 제안했지요. “으응? 난 둘다 마녀와 야수면 안 볼래.” 역시 엉뚱한 유머의 종결자, 나의 남편 흥부 선교사 왈 입니다. 제 말의 실수로 미녀(Beauty)가 마녀(Witch) 될 뻔 했네요. 죄송합니다~
저희 급식 밴을 도둑맞았을 때 선교센터를 지키는 개를 사러 헝가리 시골로 갔습니다. 종류는 ‘콜리(헝가리말로는 ‘스코트 유하스’)인데, 스코틀랜드 원산의 개로. 얼굴이 길고 멋있지요. 마당에 우루루 닭도 많고, 다 똑같이 생긴 강아지들 사이에서 생각 끝에 가장 더러운 놈으로 골랐습니다. ‘활발하니까 닭똥도 묻히고 했을거야...’ 그놈이 지금의 우리 “선교견, 콜리” 입니다. 이름도 종자 이름 그대로 부르기로 했지요. “콜리! 코흘리개, 코 길쭉이, 콜리야, 코리아...”
두 달 된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면서 제가 쓰다듬어줄 때마다 그랬습니다. “넌 선교견이야. 목사님이 거룩하니 너도 거룩할지어다!” 또는 앞발을 잡고 흔들며 노래를 불러줍니다. “귀귀귀 말씀 듣고요, 손손손 봉사하고요....”
한국에서는 구제역으로, 중동지역엔 민주화 운동과 내전으로 피눈물 흘리고 있을 때, 저희는 부다페스트 역마다 노숙자들을 다 쫓아내고 깨끗이 청소된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철도국(metro), 경찰국, 시청, 구청, 동사무소의 담당 책임자들과 저희 측이 남부역에서 회의를 하며... 그 회의에 호출된 사람들은 통지서에 보니 이름 앞에 박사(Dr.)가 붙어있거나 소속장들이더군요.
“2011년 상반기 EU의 의장국이 된 헝가리에 국제회의가 많아서 기자단이 많이 오니 양해해주십시오.” 결국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그들을 역에서 쫓아내고 저희 사역도 눈에 띄지 않게 하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은밀히 하는 선행’ 알지만 저희는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로 하는데... 수락했습니다.
그 다음 날 역을 떠나 건너편 공원에서 ‘거리교회’ 예배를 드리고 급식할 때 해가 졌습니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바람막이가 되어 울면서 기도하고 눈물 젖은 빵 먹습니다. 저는 금요일마다 급식재료를 가지고 와 섬기시는 진 선교사님을 맞으러 역에 가서 맞은 편 공원을 보니 어느새 캄캄해져서 우리 식구들이 어둠에 파묻혀 하나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없는 것처럼....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잠언14:4).
저희 선교견, 콜리로 인해 잃는 것도 많습니다. 특히 잔디나 꽃, 울타리, 저희 집 신발, 다 짓이깁니다. 그러나 얻는 것이 더 많은데 그것은 바로 때로는 얄밉고 기쁘며 화나고 고마운... “사랑”입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동산에서 아이가 독사굴에 손을 넣어도 장난치는 그런 평화 말입니다.
구제역(口蹄疫)은 소나 돼지에 잘 걸리는 전염병으로 입 안에 점막이나 발톱 사이 물집이 생겨 짓무름. 저는 이런 병 이름도 몰랐습니다. 혹시 벌레가 붙었나 가시가 찔렸나, 개 발가락 사이사이를 만져줬죠. “살처분”이란 뜻이 뭐예요? 사전을 찾아보고 검색 해봐도 살처분 방법이나 동영상만 있네요.
사실 입에 담기도 무서운 단어인가 봐요. 국어선생 했다는 사람이? 알겠어요. 알지요. 하지만... “사랑하면 안 될까요?” 잡아먹더라도 팔더라도 키울 때까지는 “사랑”으로... 수백 마리라도 아흔아홉 마리 양을 두고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으러 간 목자처럼... .
야수가 미녀의 사랑을 받아 왕자로 변하는 ‘미녀와 야수’(Beauty and Beast)! 노숙자들도 주님 사랑 깨달아 인생역전 될 수 있지요. 그런 본(本)이 바로 헝가리의 ‘24시 원조’의 국제구호책임자인 ‘센치 산도르’ 목사님입니다. 땅바닥에 헤딩하기 아무리 해도 안된다면 천국 가서 아브라함 품에 안긴 거지 나사로처럼 되지요.
야수가 왕자가 되는 것은 “사랑”입니다. 제게도 이게 제일 부족해서 급식밴을 몰고 가면서도 기도합니다. 오늘도 사랑, 사랑으로 하게 하소서! 제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아! 차창 밖으로 시가행진이 시작됐네요. 봄의 행진이! March(3월)~ ^^
부다페스트에서 선교사 김흥근의 서명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