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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박스에 담긴 은혜

김경진 목사 (빌라델비아교회 은퇴목사)

3살짜리 아이가 아빠에게 선물을 한단다. 집에 굴러다니는 그런 박스에 나름대로 끈을 묶어 선물이라며 아빠에게 내밀었다. “아빠 선물!” 하는데 아빠는 그 속에 무엇이라도 담겨있는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빈 박스였다. 그래도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약간은 실망한 아빠가 고민을 했다. 무슨 말을 할까? 뭐라 표현할까?

그래도 가르쳐야겠다 생각하며 말했다. “누구에게 선물할 때는 거기에 뭔가 담아야 하는데 빈 박스는 아니지. 이건 실례야, 받는 사람에게 실수하는 거야.” 했더니 아이가 정색하며 말했다. “아빠, 빈 박스가 아니야. 나는 박스에 아빠에 대한 사랑을 얼마나 많이 불어넣었는지 몰라. I Love You, 아빠, 하면서 후- 하고 불어넣었단 말이야. 후후 하면서 말이야...” 아빠는 참으로 미안했다. 아빠는 뭔가 물질적인 것이 있기를 바랬으나 아이가 불어넣은 사랑은 몰랐던 것이다. 

우리도 그렇지 않나? 인생이 텅 비었다 생각하고 한 해를 끝내면서 금년에도 하나님은 내게 아무 것도 주시지 않았구나 하고 탄식하지 않는가. 텅 빈 것 같은 내 가정, 삶에 물질적인 것만 찾지 말고 그 속에 내재하는 하나님의 은혜 사랑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따져보면 오늘의 신앙인들이 아직도 속물적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 부끄러울 때가 많다.

revpeterk@hotmail.com

 

01.2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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