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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예수님을 발견하려 했으나

한일철 목사 (그린스보로한인장로교회 담임/NC)

2016년에 사도바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성지 순례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에 한평생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 했던 바울의 행적을 통해 순례에 참여했던 성도님들이 더욱 예수님을 바라보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로마에 있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St. Peter’s Basilica)을 방문했을 때에는 온통 베드로에 관련된 구조물의 내용을 통해 카톨릭의 빗나간 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가보니 로마 바티칸에는 심할 정도로 베드로와 관련된 것으로 온통 채워 있었습니다. 베드로 대성당 밖에는 큰 베드로 동상이 있었고, 대성당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광장을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주셨다는 천국열쇠 모양으로 디자인해서 만들었습니다. 대성당 안에는 베드로 의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대성당 안이 화려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정말 온통 베드로에 관련된 것입니다. 카톨릭 교회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천국열쇠를 주신 것으로 여겨 베드로가 그리스도의 대리자라며 통치권을 가졌다는 개념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 개인 위에 교회가 세워졌다고 믿고 있기에 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내부 돔 주변에 2미터 되는 라틴어 글씨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겠다.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성당 이름도 ‘성 베드로 대성당‘이라고 부르며 베드로 시신 위에 대성당을 지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교황들은 베드로의 계승자로서 교회의 머리인 동시에 세상의 통치권을 갖는다는 논리로 현재 교황을 베드로의 후계자 266대 교황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말씀하신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베드로 개인 위에 교회가 세워져 베드로의 후계자들인 교황이 다스리는 것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교회의 모습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반석이신 예수님 위에 교회가 세워지며 베드로가 했던 신앙 고백, 즉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는 고백이 그리스도가 주인이 되는 교회 출발을 이루는 중요한 신앙고백이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천국의 열쇠를 베드로에게 주신다는 의미는 예수님께서 제자들 모두의 대표자로서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으로 복음을 전할 사도직에 대한 강조이지, 카톨릭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베드로가 교회의 통치권을 부여받은 것이 아닙니다.

제가 ‘성 베드로 대성당’을 방문했던 날에 수많은 사람들이 대성당 한쪽에 열린 문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도 이상해서 “도대체 여긴 무슨 줄입니까? 무슨 특별한 날인가요?”라고 물어보았더니 몇 십 년 만에 열려진 은혜의 문이며 누구든지 이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오면 그 어떤 죄라도 사함 받는다고 했습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만이 우리의 생명의 문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문이니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들어가면 구원을 받고 또는 들어가며 나오며 꼴을 얻으리라”(요 10:9). 그런데 베드로 대성당 문 한쪽으로 들어갈 때에 죄사함을 받는다고 하니 교회를 세우신 예수님이 그것을 보시고 무엇이라고 하시겠습니까? 또한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가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베드로 대성당 안에 들어가 보면 온갖 귀한 것들로 인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예술적 작품성의 가치와 보화들의 가치를 합친다면 아마도 천문학적일텐데도 아무리 둘러봐도 정작 예수님의 이름과 예수님의 능력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주후 11세기 초에 교황 이노센트 3세와 중세 스콜라 신학의 대가 토마스 아퀴나스가 교황청의 발코니에서 대화를 했던 스토리가 생각났습니다.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에 유럽 각 교회로부터 속속 도착하는 헌금주머니들을 보며 교황이 기분이 좋아 말했습니다. “보시오, 아퀴나스 선생, 베드로 사도께서 은과 금은 내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에 금은보화가 넘쳐나고 있질 않소?” 그러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 교회는 성전미문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 걸인을 일으켜 세우는 나사렛 예수의 이름과 권능은 잃어버리지 않았나요?”

그들의 대화가 있은 후 약 300년이 지납니다. 1506년에 야심차게 ‘성 베드로 대성당’이 착공됩니다. 그 때는 마틴 루터가 면죄부 판매 반대로 95개 조항을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붙이기 8년 전이었습니다. 마틴 루터를 위시하여 면죄부 판매를 반대한 개혁자들의 끊임없는 성경적인 믿음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각종 금은보화와 예술품으로 웅장하게 건축한 ‘성 베드로 대성당’은 1626년에 완공하게 됩니다. 제가 2016년에 가서 본 베드로 대성당에서 예수님의 임재는 발견할 수 없었고 그 능력의 이름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웅장하나 실제로는 공허한 그 곳에서 저는 사도 베드로가 외쳤던 말을 암송해 보았습니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행 3:6).                                  hanusa1962@gmail.com

02.08.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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