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핵·미사일 실험 재개까지 언급하며 ‘벼랑끝 전술’을 다시 구사하는 북한에 대해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대화 테이블로 이끌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 도발을 감행하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도 감추지 못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들을 할 의향이 없는 상태”라고 17일 뉴욕 지역 라디오 AM970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그들은 핵·미사일 실험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는, 도움이 안 되는 발표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볼턴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위협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를 원한다”며 “그는 북한에 핵무기가 없기를 바란다. 그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의 대북 협상 기조는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현재로선 북·미 모두 협상 틀을 깰 의사는 없어 보이지만 입장 차가 워낙 커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경우 북·미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앞서 미국은 북한이 북·미 협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으면서도 북한에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답신을 내놓았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는 꺼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도 북한 관련 메시지를 올리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5일 “최 부상은 협상이 계속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부상 기자회견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모습이다. 이어 “(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계속 대화하길 기대한다. 그는 북한이 지명한 나의 카운터파트”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북한의 핵·미사일 재개 압박에 대해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하노이에서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충분한 기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최 부상이 자신과 볼턴 보좌관을 꼭 집어 ‘비타협적 요구’를 했다고 비난한 데 대해 “그 부분은 틀렸다”면서 “나와 김영철의 관계는 프로페셔널하며 우리는 세부적인 대화를 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제재 완화의 전제조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기준점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치켜세운 최 부상 언급으로만 보면 북한은 북·미 갈등 역시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톱다운 방식의 갈등 해결 시도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두 정상이 의기투합한다면 단번에 문제가 풀리겠지만, 감정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지도자들의 결단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주장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에 경고사격을 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이제 공을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코트로 넘겼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미 협상 중재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문 대통령의 노력이 북한에서도 완전히 인정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보도했다.
03.23.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