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석 목사 (뉴욕 부르클린제일교회)
들어가는 말 우리 모두는 교회개혁 500주년을 지나면서 우리 개혁주의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우리 신앙생활의 광범위한 측면은 항상 개혁주의 신앙의 요점과 상호 연관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개혁주의 신앙을 지극히 단순화하자면 첫째로 오직 성경을 최고의 권위로 삼고, 둘째 하나님을 중심하며, 셋째는 오직 믿음으로의 원리를 가지며, 신자의 삶을 강조하는 원리라고 말할 수 있다.
수많은 측면들 중에 필자는 개혁주의적인 예배가 무엇인가에 대한 매우 제한된 범위 안에서 간단하게 논술하고자 한다. 개혁주의의 넓은 범위 안에서 청교도 신앙도 개혁주의의 중심 되는 지류를 따르고 있다. 이런 범위 내에서 말하고자 할 때, 현대교회는 개혁주의적인 예배 중심보다는 교회성장중심의 방식을 추구하는 교회로 바꾸어지면서 예배의 틀도 변화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교회연합이라는 명분하에 예배형식과 삶에 있어서 개혁주의적인 아름다운 색채를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교회의 예배가 무엇보다 청중의 현대적 감각에 맞추어가는 예배로만 바뀌어 지는 것은 현실과 문화의 적용이란 차원을 떠나서, 예배의 모습이 인본주의화 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교회의 예배에서도 개혁교회의 변개할 수 없는 신학적인 원리이며 실천 강령이라고 할 수 있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 이론적으로는 오직 성경이지만, 실천적으로는 ’오직 성장, 오직 성공‘으로 바뀌어져가고 있다. 성장지상주의가 교회가 추구하는 과제가 될 때 그것은 마치 교회개혁 500년 이전의 교회로 복귀하는 탈선이 될 밖에 없을 것이다. 교단의 기반 구축을 위한 구호로서 존재하는 개혁주의가 될 수도 있다면 그것이 과거 교회개혁을 하기 전의 교회 체제(Roman Catholic)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실 20세기 중반 이후로 개혁주의 교회의 예배를 논한다는 것은 그것이 개혁교회의 틀 안에서도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신론, 인간론, 구원론, 이신칭의 등과 같은 다른 신학의 주제들에 대해 언급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교회 개혁이후 개혁신학 안에서 그동안 비교적 통일성이 있었지만, 21세기에는 전통적인 예배를 견지하거나 현대적인 예배를 수용하는 것으로 대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개혁주의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장로교회 교단들마저 예배의 일치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이런 것은 사실 예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관련된 차이라기보다는 예배가 어떻게 드려져야 마땅한 것인가라는 질문과 관련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개혁주의 교회는 예배의 중심적인 규정 원리로 전통적으로 인정해온 ’예배의 규정원리(the Regulative Priciple of Worship)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이다.
1. 교회개혁시대의 예배 1)예배 중의 성찬에 대한 견해 먼저 로마캐톨릭의 예배에 반대하여 예배를 개혁했던 개혁자들의 노력의 중심에는 성찬론의 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16세기 개혁자들 사이에서도 예배에 대한 통일성을 이룰 수가 없었다. 루터와 쯔빙글리는 예배에 대하여 서로가 예배의 통일된 신학적 견해를 가질 수 없었다. 성찬론의 논쟁은 기독교와 천주교가 교회론적 분리를 겪는 하나의 이유였을 뿐만 아니라, 개혁자들 상호간에도 일치를 볼 수 없으므로 교회의 구조와 예배의 이해를 서로 달리하는 분열의 이유로 작용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늘날 복음주의 교회의 예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성찬론의 논쟁은 사소한 다툼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성찬론의 이해의 차이는 단지 하나의 교리의 차이로만 이해되지 않고 십계명의 첫 번째 계명과 두 번째 계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의 논의와도 관계를 가지면서 더욱더 예배의 의식과 관련하며 논쟁하게 되었고 이것은 교회의 예배와 신앙의 실체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2)교회개혁시대의 예배의 일치 다행히 루터파와 연합이 실패한 후, 쯔빙글리를 계승한 취리히의 하인리히 볼링거와 제네바의 존 칼빈은 취리히 협약(1549넌)을 통해 성찬에 관한 견해의 차이를 좁혀 일치된 이해를 이끌어내었다. 상징설로 불리는 쯔빙글리의 견해와 영적 임재설로 불리는 칼빈의 견해는 이후로 하나의 개혁파 예배 전통을 세워 가게 되었고, 개혁파 안에서 성찬론은 예배론과 관련한 논쟁의 이유로 작용하지 않게 되었다. 볼링거가 쓴 제2 스위스신앙고백서(the Second Helvetic Confession, 1562, 개정 1564)가 스위스뿐 아니라 스코틀랜드, 헝가리, 프랑스, 폴란드 등에서 점차 받아들여짐으로 개혁파는 157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일치된 견고한 신앙고백 및 예배 전통을 확립하였다.
2. 예배 규정의 원리
1)개혁주의의 예배 원리의 근거 장로교 개혁파의 예배와 관련해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예배 표준서였던 존 낙스의 공동전례서(the Book of Common Order, 1562, 개정 1564)를 시작으로, 후에 웨스트민스터 신앙문서를 작성했던 목사와 신학자들이 작성한 공적예배지침서(A Directory for the Public Worship of God Throughout the Three Kingdoms of England Scotland, and Ireland)가 1645년에 출판되어 후에 장로교회의 예배의 규범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 후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각 장로교단들은 변화하는 교회적 상황을 반영하도록 적절히 변형시킨,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담은 예배지침서를 출판해왔다.
이런 것을 대표로 요약하는 ‘예배 규정의 원리’를 다시 개혁주의 교회의 예배를 대표하는 것으로서 중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예배 규정원리’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예배를 규정하셨는가에 대한 개혁주의의 견해를 요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주의는 모든 것이 성경으로부터 출발하고 과정 짓고 열매 맺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도록 하기 위해 예배와 관련하여 성경에 명령이 되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요구되며 명령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은 금지된다는 것이 그 원리이다. 이것은 예배를 드리면서 행하는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정당한 것으로 인정을 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든지 예배에서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 루터파 또는 영국 성공회파와는 구별이 되는 원리이다. 청교도들은 이 예배의 규정원리를 성경적인 예배의 표준원리로 받아들여 ‘오직 성경’을 신학의 기준으로 삼는 교회 개혁의 정신이며 또한 개혁신학의 신학원리에 근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도 개혁교회는 청교도들의 ‘예배규정원리’가 개혁신학의 원리에 근거를 둔 것으로 인정했다.
2)예배규정의 원리에 대한 성경구절 예배규정원리에서 자주 인용하는 성경의 근거 구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레위기 10장 1-3절이다. ‘예배규정원리’의 청교도적인 전통이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 구절을 통해 하나님을 향한 열정과 상관이 없이 ‘하나님이 명령하신 불’이 아닌 것으로 하나님께 드렸다는 사실만으로 하나님께 큰 죄를 범하는 것임을 지적한다.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모든 것을 더하거나 감하는 일은 하나님께서 금하신 일이며, 인간의 생각으로 무엇을 덧붙인 제사는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신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이사야 29장 13절을 제시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사람의 명령을 하나님께 대한 예배의 규칙으로 삼는 것은 질서를 전복시키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 구절들을 근거로 청교도적인 전통 이해를 주장하는 자들이 밝히기를 원하는 원리는 우상을 숭배하지 않는 것과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것 이외의 다른 방식, 곧 사람이 임의로 고안한 방식으로 하나님을 예배하지 않는 것, 결국 하나님이 명령한 방식으로만 하나님께 예배드려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3. 예배규정에 대한 새 해석
이러한 이해에 대해 현대의 새로운 관점의 견해들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존 프레임(John M. Frame)은 위의 성경본문들은 사람이 하나님을 예배함에 있어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바르게 예배해야함을 교훈하는 것임을 적극적으로 확인한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성경은 사람이 스스로 부여하며 임의로 구성한 예배에 대하여 분명히 정죄를 하면서, 동시에 그는 ‘예배규정원리’의 현대적 새 관점해석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전통적 견해는 성경이 구체적이며 세부적으로 예배규정을 명령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반면에, 현대적 새 관점의 견해는 성경은 단지 일반적으로만 예배규정을 밝히고 있을 뿐이며, 구체적이며 세부적인 것은 하나님께서 열어 놓으셨다고 해석한다.
개혁교회 내에서 ‘예배규정원리’와 관련된 해석의 논란은 청교도적인 전통적 견해가 뿌리를 두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총회의 ‘공예배 지침서’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전통적 견해와는 다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는 현대적 새 관점 지지자들의 이의 제기에 있다. 즉 전통적 견해는 이것들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현대적 새 관점 견해를 지지하는 존 프레임, 프랱(Richard L. Pratt), 고어(R. JK. Gore, Jr.) 등의 주장이다. 프레임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장 6항에서 보듯이 ‘필연적인 좋은 추론’에 의하여 결과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프레임은 ‘그렇다면 필연적인 좋은 추론을 통하여 예배의 규정 요소가 구별이 된다면 그 요소를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예배의 규정요소들과 정황들의 구별을 절대적으로 행할 권위자가 우리 가운데 없다는 점을 말한다. ‘예배규정원리’의 전통적인 해석자들은 예배의 규정요소들을 성경에 근거하여 정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성경구절들은 모두가 회당, 또는 성전, 그리고 신약교회라는 각각 구체적이며 특정적인 예배 중에 주어진 것들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프레임은 지적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