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가들과 정보 당국자들은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테러범들이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예측하려 애쓴다. 테러범들이 핵무기로 대량살상이나 맞춤형 병원균으로 세계적인 유행병의 확산을 꾀할까? 더티밤(dirty bombs, 방사능 오염폭탄)으로 도시들을 오염시킬까? 신기술에 정통한 테러범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력망이나 기타 핵심 인프라를 원격으로 파괴할까? 테러범들이 전자기기를 파괴하는 전자기파(electromagnetic pulses)를 쏘아 현대기술에 의존하는 우리 사회를 ‘매드맥스’ 영화에서처럼 황량한 원시시대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휴대형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또는 랩톱 컴퓨터에 숨기거나 체내에 외과적으로 이식한 소형 폭탄을 터뜨려 비행기를 격추시키려 할까? 수류탄이나 탄저균 또는 단순히 백색 가루를 실은 무인기로 스타디움에 가득 모인 군중을 공격해 대혼란을 초래하는 공포를 불러일으킬까? 또는 개별적인 광신자들이 대규모로 들고일어나 군중 속으로 트럭을 들이박고, 식당 손님들을 공격하고, 그 밖의 원시적이지만 사전 저지가 거의 불가능한 공격을 저지를까?(Can We Predict Where Terrorists Will Strike Next?).]
이런 시나리오는 끝이 없으며 우리에게 무력감을 안겨준다. 모두 공개적으로 논의된 시나리오들이다. 분석가들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인터넷에 야심적인 환상을 퍼뜨리는 테러범들도 가능한 일이다. 이 중에는 힘 있는 척하는 자기만족형 허풍이 있는가 하면 공포를 조장하려는 테러범들의 공세를 입증하는 내용도 있다. 거의 어느 것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9·11 테러의 비행기 납치범들이 범행 한 주 전에 체포됐다면 그들의 계획은 말 그대로 얼토당토않은 구상으로 끝났을지 모른다. 최근 존 켈리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미국인이 테러리즘에 관해 자신만큼 안다면 “절대 집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병대 4성 장군이 던지는 비관적인 메시지다. 분석가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테러리즘의 동향을 파악한 뒤 그것을 토대로 예측하는 방법이다. 그런 방식이 항상 통하는 건 아니다. 글로벌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Global Terrorism Database)의 1970-2001년 데이터에 따르면 최대 테러 공격의 사망자 수는 10-15년마다 한 자리 수씩 증가해 수천 명이 희생된 2001년 9·11 테러로 절정에 달했다. 9·11 테러 직후 테러범들이 계속 몇 배씩 증가하리라는 가정이 지배적이었다. 수만 또는 심지어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이만한 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하려면 생물학 또는 방사능 무기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는 말 그대로 추정에 그쳤다.
미래를 전망하는 두 번째 방법은 세계정세를 예측해 이것이 테러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새로운 지하드(성전) 극단주의자 무리가 발호하리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그러나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무정부주의의 부상으로 폭력적인 극좌 세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았지만 그것은 오판으로 드러났다. 시리아와 인접 지역의 분쟁이 앞으로도 여전히 미래 테러리스트 폭력의 근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접근법은 테러범들이 새로 등장하는 신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살펴보는 방법이다. 몇 년 전 지대공 미사일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테러범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인터넷을 간과했다. 당시 태동 단계에 있던 인터넷은 테러범들의 통신·모집·전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는 테러리즘의 본질이 대체로 인식의 조작이라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분석가들은 현재 테러범들의 무인기와 사물인터넷 이용 가능성을 조사한다. 네 번째 접근법은 테러범 입장에서 미래의 공격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방법이다. 이는 상상력의 부재를 방지하는 방법이지만 종종 가능성이 예측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1980년대 초 젠킨스는 테러범들이 비행기를 납치해 대형 빌딩을 들이받을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에게 어떤 예지력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1972년 비행기 납치범들이 비행기로 테네시 주 오크리지의 핵시설을 들이받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었다. 젠킨스는 수년간 하나의 가능성으로 그 아이디어를 또다시 거론했을 뿐이다. 과거 테러의 미래 향방에 관한 그들의 예측을 돌아보면 낯 뜨거워진다고 했다. 50년 전에 앞으로 수십 년 사이 요즘과 같은 테러리즘이 급증하리라고 누가 예측했겠는가? 주요 사건 중 하나가 1967년의 6일 전쟁이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점령으로 이어져 팔레스타인 테러리즘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1977년에 누가 이란 혁명의 형태를 띤 이슬람 극단주의의 등장, 레바논에서 이란의 후원을 받는 시아파 극단주의의 부상, 그리고 대규모 차량폭탄과 자폭 테러공격의 일상화가 수반되는 테러리스트 폭력의 확대를 예상했겠는가? 당시 10년 동안 중동 지역은 미국의 커다란 걱정거리였으며 워싱턴 정부는 갈수록 군사력에 의지해 레바논에서 미 해병대에 대한 공격에 보복하고, 이집트를 빠져나가는 납치 테러범들을 체포하고,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공격에 대한 리비아의 지원을 저지했다.
1987년 그 당시에 2년 뒤 옛 소련의 몰락을 예견한 분석가는 거의 없었다. 그것은 훗날 세계의 정치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테러리즘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1997년 알카에다가 미국에서 선전포고를 한 상태였지만 다음 해 그들의 공세가 극적으로 확대됐다. 결국 2001년 9·11 테러는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어져 세계 각지에서 오늘날까지 싸움이 계속된다. 그리고 2007년 4년 뒤 아랍세계 전체를 휩쓴 봉기를 누가 예상했겠는가? 그것은 각국 정부에 혼란을 초래하고, 지하디스트(성전 전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시리아 내전과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부상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올해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테러리즘이 하나의 교전 양식으로 자리 잡아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테러가 [ts1] 증가한다는 주장은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 거기에는 테러리즘 분류항목이 새로 등장하고, 세계적인 뉴스 보도가 발전하고, 지금은 비정규적인 분쟁에 테러전술의 도입이 일상화된 요인도 있다. 테러리즘이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테러 공세가 지속되는 분쟁지역을 제외하면 그 발생 빈도는 높지 않다. 2015년 전체 테러 공격의 55% 이상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났으며, 전체 인명피해 중 74%가 이라크·아프가니스탄·나이지리아·시리아·파키스탄 5개국에서 발생했다.
테러는 여전히 중동 그리고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인접 지역에 집중된다. 이들 지역에서 현재 일어나는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변함없이 주요 테러 위협의 근원으로 남을 것이다. 미국에 테러리즘과 중동정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테러 외적인 사건들이 테러의 진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위와 결과적으로 폭력사태의 촉매제가 된 6일 전쟁과 베트남전쟁, 이란 혁명,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슬람 극단주의의 부상, 옛 소련의 몰락, 아랍의 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의 가장 큰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테러범들은 화학 또는 생화학 무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으며 사용한다 해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방사능 테러 사건이 한 번 있었지만 핵무기는 사용되지 않았고 ‘깜짝 쇼’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사태에 대한 우려는 계속된다. 테러범들이 언젠가 그런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만일’이 아니라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이 많다. 테러범들의 무기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테러공격 중 4분의 3 이상에 폭탄이 사용된다. 일부 폭탄은 더 정교해지고 있다. 하지만 50년 전과 다름없이 테러에 여전히 자동 또는 반자동 무기가 사용된다. 전술적 혁신으로는 자폭 테러, 다중 자폭 테러, 민간인(soft targets) 대상의 무작위 테러, 차량 돌진 테러 등이 꼽힌다. 여기에는 제한적인 능력을 가진 원거리 자원자의 협력이 반영된다. 이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테러리즘은 수직적이라기보다 수평적으로 확산된 듯하다. 대량살상무기 대신 저강도 공격이 널리 퍼졌다. 심각한 문제지만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다. 현재 테러리즘에 관해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격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최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