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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정하신 일과 쉼의 리듬 회복, 휴가!

2017년 본격적인 휴가시즌 맞아 크리스천 여가문화 정립을 위한 제안
하나님이 정하신 일과 쉼의 리듬 회복, 휴가!

[올 여름은 날씨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도 무덥다. 국내외로 여러 가지 갈등, 국제적 분쟁, 연일 계속되는 사건 사고들, 치솟는 물가 등을 생각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휴가를 떠나기란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위기와 고난은 축복의 통로라고 믿고 있는 크리스천들은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문제들로 인해 하나님께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더 큰 은혜 아닌가. 영혼의 진정한 휴식, 그리고 하나님과 특별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여름을 위해, 크리스천다운 휴가 문화 정립에 요구되는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먼저 안식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또 다시 노동할 수 있는 에너지의 재충전을 위한 휴식에서 안식의 의미를 찾는다. 그러나 이제는 창조를 묵상하고 재현할 뿐만 아니라 생육하고 번성하는 복을 누리는 데서 안식의 의미를 찾아야 할 때다. 다시 말해서,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서 얼마나 많이 생산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생산적으로 일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다. “안식”은 하나님과 같이 되려는 원죄적 성향을 버리는 것이다. 아담이 태어나 처음 한 일은 창조주 하나님과 함께 안식하는 것이었다. 안식일의 히브리어 ‘사밧’은 ‘중단’이란 뜻이다. 삶의 안정을 추구하는 생산과 성취 노력의 중지다.

유대인들은 해가 뜰 때가 아니라 질 때를 하루의 시작으로 여긴다. 일하고 쉬는 것이 아니라 쉼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 주의 시작은 월요일이 아니다. 창조주요 구원자이신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가 주시는 안식의 복을 누리는 주일이 첫 날이다. 안식은 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그것을 직면할 수 있는 은혜를 받는 기회다. 안식은 필요, 압박, 염려와 긴장을 넘어설 초월적인 힘과의 접촉을 통해 힘을 얻는 것이다.

하나님이 세워놓은 일과 쉼의 리듬을 존중하지 않으면 결국 삶이 병들고 만다. 그러나 현대문화는 삶의 진면목을 알게 해줄 기초인 여가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노동자, 사무직, 전문직 할 것 없이 모두 일에 빠져 ‘전적 노동’의 문화가 됐기 때문이다. 어쩌다 정전이 돼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야만 쉴 수 있는 문화에선 여가가 가능하지 않다. 결국에는 삶이 찌들고 문화는 파괴된다. 인간은 억지로 짐을 지는 말이나 소와 달리 대개 스스로 짐을 지기에 불평도 못한다. 잘난 사람일수록 명예, 권세, 책임감, 체면이라는 짐을 더 많이 진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의미를 부여하려는 지나친 수고가 그 많은 부담들을 떠안게 만든다.

오늘날 게으름을 뜻하는 ‘나태’(acedia)는 본래 창조주께서 뜻하신 존재가 되기를 거부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태는 안식 없음이며 ‘절망의 자매’라고 했다. 일에 빠져 안식을 저버리는 것도 일종의 ‘나태’다. 악인이 부지런하기까지 하면 가장 큰 재앙이 된다. 나태의 반대는 부지런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삶의 본연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평안이요 안식이다. 인간은 자신의 본연을 지킬 때 비로소 여유로울 수 있다.

그래서 진정한 안식은 창조주께서 정하신 일과 쉼의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다. 쉬지 않고 일해서 돈을 많이 벌어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된다고 노동자 신분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쉬고 잘 때도 하나님께서 삶을 붙들고 계심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성경적 안식은 선택이 아니라 축복이고 명령이며 초대다. 예수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이들에게 '내게 와 쉬라'고 하셨다. 그의 멍에는 스스로를 구원하려는(구원할 수도 없지만) 짐보다 가볍고 쉽다고도 했다(마11:28-30). 사마리아 여인은 영원의 갈증을 복음의 생수로 풀었다. 어거스틴의 말처럼, 하나님 외에 다른 것에서 안식을 얻을 수 없다. 안식은 전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돼있는가에 달렸다.

삶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하나님 되시게 할 때 안식과 평안이 찾아온다. 오락이나 여흥으로 안식을 대신하는 것은 지혜가 아니다. 쉬는 날만 기다리다 야외로 나가 노는 것도 오히려 일과 안식의 리듬을 교란시킨다. 창조질서의 리듬을 따라 일과 쉼 모두에서 평안을 누리는 것이 안식이다. 인생에는 일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다. 하나님과의 평안 속에 안식을 누리는 것이 그 중 제일이다. 결국 현대의 삶은 너무 풍요로워서, 우리는 우리의 풍요로운 삶으로부터 해방 받고 우리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머리에는 각종 정보로 가득 채워져 있고, 우리의 삶은 행동으로 바쁘고, 우리의 도시는 자동차로 메워져 있고, 우리의 생각은 허상 위에 떠돌고 있고, 우리의 관계는 너무 많은 조언으로 무겁고, 우리 직업은 끝없는 새 기술 습득으로 무거운 짐이 돼있고, 우리의 집은 편리한 가재도구들로 흐트러져 있다. 우리의 우상은 생산성이며, 비생산성은 생의 실패로 여기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평안 속에 거하는 휴가야말로 크리스천들이 세상에 보여주어야 하는 진정한 여가 문화다.

따라서 특정한 장소나, 돈을 지불하고 누려야한다는 물질주의적 여가문화에서 벗어나 그리스도 안에서 자족하고 자유 할 수 있다면, 삶의 순간마다 주어지는 짧은 시간들 속에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삶의 기쁨과 영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독서나 음악 감상이건, 영화, TV 등 대중문화를 통해서건, 스포츠 활동이나 취미 활동이건,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이 하나님의 은총 가운데 있는 것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려고 힘쓴다면 여가는 일(work)과 예배(worship)라는 삶의 리듬 속에서 우리는 더욱 풍성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무한경쟁의 이 세대 속에서 우리의 시간이 일과 돈을 위한 활동으로 채워지지 않고 하나님과 이웃을 향해 열린 사랑과 봉사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의미의 성숙한 여가를 향유하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10:31)는 사도바울의 권면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들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진정 자유롭고도 책임적인 존재로 이번 여름휴가를 보내는 크리스천들이 더욱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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