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사모
사모와 상담
여성도들 중에는 상담을 할 때 담임목사는 좀 어렵거나 불편하기 때문에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모와 상담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사모는 목회 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상담의 원리와 방법, 종교 심리학의 기초, 정신분석학의 입문 정도를 이해해 두면 상담에 큰 도움이 된다. 필자는 처음에 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나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한 여성도의 요청으로 상담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상담하는 도중에 성도가 하는 말을 듣다가 너무 놀라서 그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그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다 원수 사탄마귀가방해하는 것이니까 그 마귀를 쫒아 내야 한다고 그를 붙들고 예수의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하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남편 목사가 상담하는 것을 보고 상담에 대한 많은 책을 읽은 후 상담학 공부를 했는데 상담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사랑과 인내와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대부분 사모는 전문적인 상담자가 아니다 물론 사모 중에 전문적인 상담자도 있다. 그러나 사모가 목회상담에 대한 개론적인 개요와 상식으로 무장하는 것은 상담에 꼭 필요한 조건이다.
1. 상담의 바른 자세
1)거리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죄수 다루듯 하거나 선생이 학생을 대하듯 권위의식을 가지고 충고하려 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놀랄만한 사건이라도 절대로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표정을 내보여서도 안된다. 그러면 내담자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함께 공감해야 한다. 해밀턴 박사는 말하기를 “공감(empathy)이란 상대방의 아픔이 나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타인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받아들이고 그 입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담자의 처지와 상담자의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며 아픔을 같이 나누고 안타까워하는 태도이다.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냉철한 분석만 가지고는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감 혹은 감정 이입이 되어야한다. 상담자는 하나님께 받은 사랑에 감격하여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담긴 상담에는 치유의 능력이 있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동정심은 금물이다.
2)감정을 정화시켜 주어야 한다(Catharsis). 내담자의 억울한 감정이나 상한 심령 그리고 긴장된 감정을 해소시켜 주고 새롭게 전환시켜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 속에 도사리고 있는 감정을 내 뱉지 않으면 정신 질환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담할 때 내담자로 하여금 마음속에 있는 모든 번민을 다 털어버려 시원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슬픈 사람은 실컷 울도록 해서 감정을 정화시켜 주며 억눌린 사람은 실컷 떠들도록 해서 그의 감정을 해소하도록 한다. 화가 잔뜩 난 사람은 한바탕 악이라도 써서 그 감정을 스스로 해소하게 해 준다. 그리고 감정이 가라앉게 되면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암시해 주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필자는 종종 사모들로부터 상담 전화를 받는다. 상담을 부탁하면서 “사모님, 지금 시간이 있으세요?”라고 물으면 “네, 지금 시간이 많이 있으니 이야기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라고 한다. 그러면 자기 마음의 울분을 다 털어 놓으면서 한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한다. 물론 필자가 진지하게 열심히 잘 들어주며 그때그때 반응을 보여 주었다. 그랬더니 자신의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고 하면서 “사모님, 감사해요. 저의 문제가 다 해결됐어요” 하면서 기뻐하는 것을 보았다. 필자는 그 사모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었다. 많은 경우에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다 털어 놓은 후 본인 스스로 그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였다.
3)진지하게 들어주어야 한다. 상담자가 내담자보다 앞질러 말하거나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진지하게 들어주는 성의가 절대로 필요하다. 내담자의 말을 들을 때는 그와 눈을 맞추면서 잘 들어야지 건성으로 듣는 것 같으면 상담자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고 내용을 다 털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훌륭한 상담자는 훌륭한 경청자이다.
4)침착해야 한다. 내담자가 무서운 범법자라 해도 침착하게 여유 있는 태도로 대해야지 당황하거나 경원시하면 대화는 즉시 단절된다. 그러므로 상담할 때 내담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만일 상담하면서 소름이 끼치는 표정이나 안절부절 못하는 반응을 나타내면 내담자는 더 깊은 상처를 받고 실망하게 된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추적해서 내담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한다.
5)충고는 조심해서 해야 설교식으로 충고하여 설득시키려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훌륭한 경청자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병원의 약사로 일할 때 시어머님이 되는 고 정만순 사모님께서 미국을 방문하셨다가 어린 손자 손녀를 돌보아 주시느라고 한동안 함께 생활 하셨다. 고 정만순 사모님은 사랑이 많으시고 인자하셔서 많은 성도들이 노(老) 사모님을 사랑하며 그들의 문제를 가지고 상담을 하러 오곤 했다. 그런데 성도들과 상담하시면서 “네, 이해가 됩니다. 일리가 있네요” 하시면서 계속 듣고만 계시는 것이었다. 그 당시 필자는 은혜를 받기 전이라 성미가 급해서 “어머님, 성도가 잘못한 것을 야단도 치시고 충고도 해주셔야지 계속 이해가 된다고만 하십니까?”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노 사모님은 “내가 잘 들어주면 본인이 속에 담고 있는 것을 다 털어 놓게 되고 그러다보면 본인 스스로가 잘못된 점을 깨닫고 또한 해결책을 스스로 알게 될 거다. 그런데 내가 만일 야단을 치거나 충고를 하면 그 성도는 더 큰 아픔과 좌절감으로 상처만 받아 치료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노 사모님이신 시어머님은 목회상담학을 배우시지는 않으셨지만 역시 오랜 목회자의 사모의 경험과 주님의 사랑과 인내를 통해 훌륭한 상담자이셨음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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