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핵심, 말씀의 진리 붙잡는데 있다

개혁의 핵심, 말씀의 진리 붙잡는데 있다

조진모 목사 (필라델비아한인연합교회)

작게 시작된 운동 16세기에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다. 1517년 10월 31일,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95개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성 교회의 대문에 내걸었다. 당시 면죄부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타락 일로에 있던 중세 가톨릭교회의 오류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담았다. 루터는 짧은 서문에 저자의 이름을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의 정리된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글을 읽고, 관심 있는 자들과 구두 또는 서신을 통해서라도 토론하기를 원했다. 그는 교회를 향해 도전장을 던져 커다란 파장을 불러오려는 의도로 이 글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지적하는 사항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고 나아가서 잘못을 시정되기를 바라는 진솔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혁명과 거리가 멀다. 그는 급격한 변혁을 시도하여 단숨에 교회의 모습을 뒤집어엎으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교회가 성경이 가르치는 진리로부터 크게 이탈하였음에 대한 확신이었다. 그의 개혁 사상은, 성경의 진리에 근거하여 교회의 오류를 시정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루터의 작은 외침이 본인의 의향과 상관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개혁의 역사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는 기존의 교회로부터 완전 분리되어 새로운 형태를 지닌 독립된 교회를 출발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운동이 향후 종교개혁이란 거대한 운동을 전환되어 교회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전혀 없었다.

이미 시작된 운동

마르틴 루터의 개혁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교회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자성하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었다. 초대 교부 어거스틴의 생애와 사역을 마감하면서 중세교회시대가 열렸다. 기대와 달리 천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중세 가톨릭교회는 유럽 사회를 영적 암흑기로 빠져들게 하였다. 교회가 교황의 탐욕과 교회의 이권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되었다.

절대적인 힘을 지녔던 교회를 대항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상황 속에서도 교회의 개혁을 외쳤던 선구자들이 있었다. 영국의 존 위클리프(John Wycliff, 1329-1384)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가 생명을 내어놓고 주장한 것은, 성경만이 신앙과 삶의 규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라틴어 성경을 영어로 번역하여 일반 성도들이 직접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가 1370년에 저술한 “교황에 대한 저항”에서도, 적그리스도이며 오만한 교황이 신앙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피력하고, 교회는 오직 성경의 진리를 붙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그는 비참한 모습으로 순교를 당하였다. 중세 가톨릭교회는 루터의 주장을 거부하였다. 그들은 선행과 보속을 근거로 죄를 사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죄인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성경의 진리 위에 교회가 새롭게 세워질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도리어 그들은 절대적인 힘을 과시하며 교회 도전하는 개인과 집단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다. 영적 어둠이 짙어지고 세속의 일에 매료되면서 더욱 사나워졌다. 공개적 탄압은 물론, 아예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해 버리는 비밀 조직의 활동도 활발하였다. 그 당시 상황에서도, 개혁을 부르짖으며 교회를 대항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비텐베르크 대학의 정교수로 재직하던 마르틴 루터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결국 교회로부터 파문을 받았다. 교회가 그를 가만히 두려하지 않았다. 루터는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지내야 했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도피한 적도 있다. 중세 가톨릭교회는 16세기에 들어와서도 천년의 전통을 포기하지 않았다. 선구자들에 의하여 시작된 성경 중심의 개혁 사상을 거부하였던 그들은, 지속적으로 마르틴 루터의 개혁 역시 받아드리지 않았다. 그들은 선택한 것은 폭력적 탄압이었다.

미리 준비된 운동

루터에 의하여 불확실하게 시작된 종교개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거대한 운동으로 확대된 이유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세상이 달라졌다. 중세의 말기, 즉 14세기와 15세기 유럽 사회가 중세의 모습으로부터 탈바꿈을 시도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르네상스, 즉 문예부흥이라 볼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자들이 중세의 미성숙한 모습을 탈피하기 위하여 예술과 문학을 포함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시도하였다. 르네상스 문화 자체는 인간중심적 사상이 지닌 가치를 최대한으로 부여하는 세속적 운동이었다. 그러나 16세기 종교개혁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 것도 있었는데, 이는 고전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 이는 지금 지니고 있는 지식과 사상의 뿌리 또는 원천을 직접 대하여 보자는 운동으로서, 그 결과 그들은 헬라어와 라틴어로 적힌 대표적 고전을 읽기 시작하였다. 이 운동이 신앙인들에게 가져다준 영향은 지대하다. 기독교 신앙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하여, 반드시 원천인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기독교 휴머니즘을 주도한 가장 대표적인 인문주의자는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1469-1536)이다. 그는 고대문화와 기독교가 본질적으로 일치한다고 믿고, 기독교를 순수한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면 반드시 고전 연구, 특히 인간의 본질을 찾게 하는 성경 연구에 몰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교회가 지닌 오류를 해학적이지만 신랄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어떤 일이 있어도 나뉘지 않고 한 몸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하였다. 에라스무스는 루터와 동시대 인물로서 두 사람 사이에 신학 논쟁도 벌어졌다. 결국 그는 말년에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로부터 공격을 받았지만, 향후 종교개혁의 과정 속에서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였다. 특히 루터가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최초의 인물이라면, 에라스무스는 1516년에 헬라어 신약성경을 편집한 장본인이다. 그는 성경 연구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킴으로서 종교개혁에 크게 공헌하였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쉽게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16세기 이전에 일어났던 사상의 변화만이 아니었다. 실제적으로 사회의 다양한 부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봉건제도가 무너지면서 자본주의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피라밋 구조가 파괴되면서 사회구조의 현신적인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나아가서 대도시로 몰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나아가서 신대륙의 발견과 함께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겨나기도 하였다. 물론 이런 변화는 심한 혼동을 가져오기도 하였지만, 틀에 박힌 사회구조 안에서 지내던 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동경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서 왕권을 강화하는 민족국가의 출현은. 교황의 권위를 절대화 하면서 유럽을 장악하던 신성로마제국을 대항하며 도전하는 갈등의 구도에 놓이게 되었다. 세속 군주들은 가톨릭교회가 큰 힘과 재정을 지니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게 되어, 가급적이면 종교개혁운동의 확산을 지지함으로서 교회를 견제하려 하였다. 종교개혁이 빠른 시간에 확산되었던 이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인쇄술의 발명이다. 1455년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인쇄기는 유럽 사회에 사상적 혁명을 가져왔다. 성경과 고전은 물론, 개혁자의 생각이 담긴 책자를 다량 찍어내는 인쇄소가 여러 곳에 세워졌다. 종교 개혁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반드시 필요했던 운동

루터의 개혁사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자들은 물론, 루터와 직접적인 상관없이 성경을 통하여 개혁정신을 습득한 자들이 줄이어 교회를 개혁하는 운동에 헌신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16세기로부터 시작된 종교개혁은 마치 작은 불씨가 산 전체를 태우듯 산불처럼 번져갔다. 맹렬히 타오르며 번져 나가는 개혁의 불길을 제어할 길이 없었다. 종교개혁이 급속도로 확산되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그 당시 교회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중세교회는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였다. 교회는 오류를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성도들로부터 성경을 빼앗았다. 성도들은 성경에 대하여 무지하였을 뿐 아니라, 성경의 진리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교회의 영적 횡포에 대항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지닐 수 없었다. 종교개혁은 어둠에 쌓인 그들의 영혼에 빛을 비추는 일이었다. 중세교회에 개혁이 필요했던 다른 이유는 교회가 부패하고 타락하였기 때문이다. 교회에 관계된 자들은 성도들의 영적인 삶을 돌보는 것 보다, 자신들의 주머니와 쾌락을 채우는 일에 급급하였다. 차마 지면을 통해 편안하게 설명할 수 없는, 상상을 초월한 일들이 벌어졌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욕심을 채우는 것을 정당화하는 신학적 사상을 더욱 고집하였다. 종교개혁은 반드시 필요했던 신학과 삶의 갱신 운동이다.

이 시대에도 필요한 운동

교회는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 성도는 세상을 향해 보냄을 받은 존재들이다. 교회 역사를 보면, 대부분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며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시대는 어떠한가? 교회의 개혁은 매우 심오한 주제이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대부분의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함께 공감하고 있는 바이다. 교회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너무도 막연하다는 것이다. 또는 마음에 담은 나름대로의 생각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무척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자신이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린다면, 불필요한 갈등이 유발하게 될 것이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아마도 온 세계의 교회가 개혁의 필요성과 함께 그 방법을 선택하기 위하여 분주한 한 해를 보낼 것이라 생각된다. 16세기부터 시작한 종교개혁의 핵심은 하나님의 말씀의 진리를 붙잡는데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중세시대의 교회가 성경으로부터 떨어져나가는 시기였다면, 종교개혁은 다시 성경으로 돌아오는 운동이었다. 종교개혁이 진행되면서 일어났던 일을 흉내 내고 반복한다고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종교 개혁자들의 공통적 고민은 성경적 교회를 재건하는 일이었다. 성경을 인용하며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16세기 종교개혁이 가능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성경 말씀으로 자신을 계시하신 하나님의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성경적 개혁은 성경에 드러난 하나님에 대한 분명하고 확실한 믿음으로 출발한다. 나아가서 하나님의 말씀의 절대적 권위를 인정하고, 겸손히 배우고 순종하며, 하나님의 자녀답게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삶이야말로 개혁을 이루어가는 참된 모습이다. 이는 필자가 앞으로 독자들과 함께 고민할 주제이다. covenantcho@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