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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대 교회 - 어거스틴 (2) - 그는 누구인가? (b)

조진모 목사 (필라델비아한인연합교회)

지난 회 요약: 어거스틴은 초대교회를 대표하는 교부이다. 그의 신학은 당대와 후대 교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쳐왔다. 그의 사상은 매우 독특하다. 성경 말씀의 진리를 토대로 형성되었지만, 자신이 삶의 현장에서 생생하게 경험한 체험적 신앙 역시 빠뜨릴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저술한 “참회록”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세상의 어둔 세력에 붙잡혀 방황하던 그가 회개하고 새사람이 될 수 있었던 분명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이다. 그의 삶을 통하여 우리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얻으려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의 어머니 모니카를 소개한다.

■ 어머니 모니카 어거스틴의 삶에서 가장 영향력을 끼쳤던 한 인물을 선택하라면, 주저하지 않고 그의 어머니 모니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을 둔 신앙의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최고의 가치가 신앙의 길에서 떠나지 않고 끝까지 잘 달리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어거스틴의 어머니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거스틴은 자신의 “참회록”에서 자주 모니카에 대하여 언급한다. 그가 세상의 일에 취하여 육체적으로 방탕하며 영적으로 방황할 때에도, 남다른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인내하며 신앙의 길로 인도한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리려 하였다. 모니카는 일반적인 어머니 이상이었다. 경건한 신앙의 모범이었다. 어거스틴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녀로부터 성경의 진리를 담은 말로 훈계를 받은 것 이외에, 어떤 환경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굳건한 신앙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거스틴은 어머니의 경건의 능력이 자신이 변화하는데 중대한 영향력을 끼쳤으며, 자신을 위해 육체적 산고뿐 아니라 영적인 산고를 겪었다는 사실을 주저하지 않고 이 책에 드러냈다. “주님은 어머니의 가슴 속에 이미 거룩한 성적은 예비하셨고 친히 임재하시기 위해 성소의 기초석을 놓으셨습니다. 물론 아버지도 예비신자였지만 그것은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독실한 신앙인인 어머니는 내가 죄악의 길에서 방황할까 하여 염려하고 있었습니다”(참회록, 2.3). 어거스틴은 어려서 세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아들이 혹시 죽을 수도 있다는 모니카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서둘러서 세례식을 베풀려하였지만 병에 들어 그 기회를 놓쳤다. 어거스틴은 자신이 세례를 받지 않은 것은 훗날 많은 죄를 지을 수 있는 문을 열어준 셈이지만 세상적인 삶을 통해서 결국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빚으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있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 어머니의 기도 어거스틴의 학창 시절을 ‘학교공부를 잘 하는 불량소년“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는 남다른 학문성을 지녔던 학생이었다. 그 당시 고등학문을 습득하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났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이 세상의 것에 심취되어 방탕한 삶을 떠나지 않았다. 몸과 머리가 커질수록 도덕적 타락의 길을 걷던 그 당시의 삶을 회고하면서, 어거스틴은 자신이 죄를 사랑하던 마음과 행동 자체가 하나님의 심판이었다고 고백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런 환경에 놓인 아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그의 회고록 제 3권에 적힌 기도문을 소개한다.

“지극히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이시여! 나를 위해 펼쳐 주신 당신의 손은 이 깊은 흑암으로부터 나를 건져 주셨습니다. 이는 나의 어머니가 무릎 꿇고 눈물로 당신께 기도드린 까닭입니다. 당신의 신실한 여종인 나의 어머니는, 보통 어머니들이 죽은 자식을 위해 우는 것보다도 살아있는 나를 위해서 더 울었습니다. 이는 어머니께서 당신을 통하여 얻은 신앙과 영적 능력으로 나의 영적 죽음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늘 기도하던 곳은 눈물로 바닥이 흥건히 젖곤 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자식을 위해 흘린 눈물의 기도를 들어 주셨고 그 눈물을 멸시하지 않으셨습니다”(참회록, 3.19).

모니카는 세상의 늪에 빠져 들어가는 아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나 눈물로 기도를 올렸을 뿐 아니라 어거스틴이 30세가 되던 때 해에 그를 찾아 밀라노를 방문하였다. 아프리카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오면서 풍랑을 만나 많은 고생을 감수한 것이다. 그녀의 마음에는 어둠속에서 절망과 고통 속에 있는 아들을 건져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모니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거스틴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그는 어머니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식이 그리스도의 품에 안겨 영생의 선물을 얻는 것을 보는 것’이 그녀 소원의 전부이며 확신이었습니다”(참회록, 3.19). 그는 어머니께서 자신을 방문하는 중에도 자신을 덮고 있던 어둠의 세력이 물러가도록 밤을 새면서 눈물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모습이 보인 것은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하소연이 아니었다. 반드시 하나님께서 그 아들의 영혼을 회복시키실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 하나님의 은혜 결국 어거스틴이 영적 방황을 끝내고 회심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순간 그는 벅찬 가슴을 못이기도 하나님께 눈물의 기도를 올렸다. “내 영혼 깊숙이 숨겨져 있는 인생의 비참함이 그대로 내 눈 앞에 드러났고 강한 폭풍이 내 영혼을 흔들더니 내 눈에서는 눈물이 푹우처럼 쏟아지지 시작했습니다”(참회록, 8.12). 어거스틴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을까? 어거스틴은 자신이 이때 어떤 내용의 기도를 드렸는지 자세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하나님께 지은 죄의 무게가 자신에게 심한 괴로움과 고통을 주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애타게 절규하는 부르짖었다. 그는 하나님께 애통하는 마음으로 참회한 것이다.

어거스틴은 그 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모니카에게 알렸다. 평생 기도제목이었던 아들의 회심 소식을 전달받을 때 크게 기뻐할 어머니를 상상하며 달려가 모든 일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이때 모니카의 반응이 어떠하였을까? 방황하고 있는 아들을 하나님께 맡기면서 은혜를 베풀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던 대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이 모든 일은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라는 확신을 함께 나누었다.

“우리는 일어난 모든 일들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고 어머니는 한없는 승리와 기쁨에 도취하셨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주님을 찬양했습니다. 당신은 그의 눈물의 기도와 탄식의 간구를 들으시고 이 축복을 나에게보다도 그에게 더욱 베푸셨습니다”(참회록, 8.30). 그는 자신의 회심이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로 가능하였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며 어머니와 함께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돌렸다. 모니카는 어거스틴이 33세가 되던 해에 56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어거스틴은 자신의 “참회록” 제 9권에 어머니의 죽음에 대하여 기록하였다. 먼저 이곳에 자신의 삶의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어머니의 삶을 회상하는 글을 담았다. 모니카는 신앙은 물론 인격적으로 훌륭한 어머니였다. 아버지에게 언제나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태도를 보인 그녀는, 남편에게 복음을 전하여 그의 영혼이 구원받게 하였다. 이웃과 친척을 항상 부드럽고 겸손한 자세로 대하였으며, 항상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말과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회심한 후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녀의 삶을 지배한 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가정의 원리였다.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부모에게 효도하며 아내의 도리를 다한 것이다. 나아가서 아들을 위한 해산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은 형용할 길이 없이 큰 충격이었다.

그는 모니카의 눈을 감겨드렸다. 그와 주위에 있는 가족이 큰 슬픔에 잠겨 함께 대성통곡을 하였다. 어거스틴은 어머니의 장례식이 슬픔 속에 진행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신을 차리려했다. 그래도 어머니의 기도와 인내로서 하나님을 찾았기에 앞으로 효도하며 사랑의 빚을 갚으려하니, 훌쩍 곁을 떠나버리셨다는 생각에 마음이 심히 아팠다. 어거스틴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참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슬픔의 파도가 심하게 치고 있지만, 애써 참고 또 참았다. 어머니의 영혼이 하나님께 향하여 갔음을 확신하는 모습을 보이려한 것이다. 장례식을 마치고 홀로 있는 시간에 어거스틴은 과거 어머니와의 추억을 되새겼다. 이때 지금까지 참았던 눈물과 통곡이 쏟아졌다. 더 이상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더 이상 아픔과 괴로움 때문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 때문이었다.

“주님! 이 책을 기록하면서 주님께 고백합니다. 어머니는 평생 동안 부족한 자식을 위해 우셨는데 나는 이제 겨우 어머니를 위해 한 시간 남짓 울었습니다.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이 일로 인하여서 나를 조롱하지 않게 하소서. 오히려 그들 마음속에 사랑이 있다면 이 죄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되도록 은총을 베푸신 하나님 당신에게 지은 죄를 인하여서 슬퍼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참회록, 9.12). 어머니의 눈물의 기도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어거스틴은 자신의 “참회록”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모니카의 삶을 기억하기를 원했다. 모니카의 경건한 삶과 눈물의 기도는 어거스틴의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그는 어머니에게 생명을 주시고 그녀의 길을 인도하셨던 하나님을 항상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모니카의 기도는 죽음 후에도 계속 열매를 맺었던 것이다. covenantch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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