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모 목사 (필라델비아한인연합교회)
지금도 힘차게 진행되고 있는 구원역사는 그리스도의 재림까지 계속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지혜와 능력으로 이 모든 것을 계획하시고 진행하고 계신다. 이 세상의 어두움에 눌려있는 자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교회를 사용하신다. 누가 이 중대한 일을 맡아 감당하고 있는가?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은 자들이다. 하나님은 일꾼들을 선택하시고 찾아가 세우신다. 이들은 하나님의 사명을 맡아 감당하는 청지기들이다. 대속의 죽음을 위해 독생자를 선뜻 내어주실 정도로 죄인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이들의 충성스런 섬김을 통하여 전달된다. 질문: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는 청지기들은 쓰임을 받기 위해 어떤 자격은 갖춰야할까?
1) 교회 역사를 보면...
■ 어거스틴의 참회 초대교회 교부 어거스틴의 사상과 신학은 기독교 역사의 중심에 보존되어왔다. 천년이나 되는 긴 시간동안 지속되었던 중세교회의 역사, 어거스틴의 신학을 거부하느냐 또는 수용하느냐? 라는 간단한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아가서 종교개혁자들은 어거스틴 신학의 재발견을 통해 개혁정신을 확고하게 할 수 있었다. 근세교회를 지나 현대교회에 이르기까지도 어거스틴은 막대한 영향을 끼쳐온 독보적인 인물이다. 교회를 위한 어거스틴의 주된 공헌은 그의 신학 사상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가 살아온 여정과 사역자로서의 모습도 이와 버금가는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어거스틴은 자신의 삶을 과장되지 않게 진솔한 태도로 글에 옮겨 세상에 알렸다. 아직도 종교서적 분야에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참회록”이다. 왜 어거스틴은 자서전을 기록하였을까? 과연 그가 남에게 드러내고 자랑하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하나님으로부터 쓰임을 받는 사람의 자격이 무엇이며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알리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다. 그가 “참회록”을 저술을 시작한 것은 43세였으며, 3년 후에 완성하였다.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결코 청년의 패기 또는 젊은이의 미숙함이 아니다. 인생이 무엇인지를 깊이 깨달을 수 있는 성숙된 나이에,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회개하는 심정으로 이 책에 기록했다.
“참회록”에 드러난 어거스틴의 삶은 사도 바울의 모습과 유사하다. 바울은 그리스도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복음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다. 교회를 핍박하던 그의 모습에는 복음의 파수꾼으로서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삶의 변화가 찾아왔다. 이방인을 위한 사명을 감당하라는 소명을 받은 것이다. 바울은 여러 교회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을 돌아볼 때마다 결코 복음 전파를 위해 쓰임을 받을만한 자가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그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반복하여 고배한다.
“참회록”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잘 정리하여 기록하거나, 심지어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지은 죄를 심각하게 고백하는 내용을 담기위해 기록된 책이 아니다. 그는 도덕적인 기준이나 사회적인 기준에서 비춰볼 때, 도저히 하나님의 교회를 책임질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신임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굳이 남들에게 알리지 않아도 될 만한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개인적인 죄를 스스로 폭로한다. 그의 참회는 피상적이거나 형식적인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하나님의 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한 인물이란 사실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그도 바울처럼 어떤 자격을 갖춘 자가 아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쓰임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 어거스틴의 고백과 찬양
어거스틴의 “참회록”은 전체 13권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 즉 과거 자신의 삶을 돌아봄(1-9), 현재의 상태(10), 그리고 창세기 서론의 명상을 통한 인생의 의미에 대한 진단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에서, 1권부터 4권까지 자신의 수치스런 과거를 자세하게 폭로하는 내용을 담은 것은 고 있다. 1권에는, 유아 시절부터 15세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공부하는 일보다 세상의 쾌락을 탐닉하는데 관심을 가졌음을 인정하였다. 2권에는, 16세에도 아직 정욕에 이끌려 살았고 친구들과 함께 도둑질을 하는 등 악한 모습으로 살았다고 기록하였다. 3권에는, 17세부터 19세까지도 쾌락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으며 심지어 마니교를 탐닉하기 시작하였음을 고백하였다. 4권에는, 19세부터 28세까지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마니교에 심취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참회록”은 분명 어거스틴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과거에 얼마나 큰 죄인이었는지 분명하게 인정하고 회개하기 위해 기록된 것이지만, 그가 이 책을 저술한 진정한 목적은 다른 것에 있었다. 그것은, 이러한 죄인을 찾아오시고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하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고백하며 그를 찬양하는 것이다. “참회록” 1권 가장 앞부분의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오 주님! 당신은 참으로 위대하신 분이며 크게 찬양을 받으시여 할 분이십니다(시145:3). 주의 능력은 참으로 크시며 주의 지혜는 무궁하십니다(시147:5). 인간은 당신의 피조물로서 한줌의 흙에 불과하며 죄로 말미암아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하나님께서 물리치실 교만함에 가득 찬 자(약 4:6; 벧전 5:5)입니다”(참회록, 1.1).
그는 곧 이어서, 자신이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 진정한 안식과 평화가 없었음을 고백한다. 영적으로 방황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서술한 것이다. 유아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 자신이 영적으로 방황한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님의 은혜를 제대로 체험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란 사실을 미리 알리려한 것이다.
그러므로 1권부터 4권까지 각 장마다, 자신이 과거의 악한 삶을 회개하고 청산할 수 있게 된 분명한 이유, 즉 하나님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회복하는 은혜의 선물을 받았기 때문임을 반복적으로 서술하였다. 다시 말해, “참회록”은 인간의 죄악과 하나님의 은혜를 대조하여 서술한 신앙고백서이다. 나아가서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고백을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어거스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속에서 그의 은혜를 계속 누리는 것이다. 1권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한다.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며, 어린 시절에는 나에게 허락해 주신 이 모든 선한 것들로 인하여 주님 안에서 참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게도 참 만족과 기쁨과 진리를 하나님 안에 찾지 못하고 세상 가운데서 찾으려 했기 때문에 나의 발길은 슬픔과 혼란과 실수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내게 꿀송이보다 더 달콤한 기쁨과 영광과 확신을 주시는 나의 하나님이시여! 주신 선물들로 인하여 당신께 감사드리며 간구하오니 제게 주신 선물들을 잘 보전할 수 있게 하소서. 왜냐하면 이렇게 함으로써 주님께서 저를 보전하게 되고, 제제 주신 선물들이 자라 완전하게 될 것이며, 애초에 당신이 주신 나 자신의 모습으로 당신과 늘 함께 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참회록, 1. 31). covenantcho@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