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모 목사 (필라델비아한인연합교회)
하나님은 세상의 일을 주관하신다. 강력한 능력과 지혜로 목적하신 일을 계획하시고 추진하신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그를 철저하게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근거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완벽한 일을 이루어가는 과정 속에서 부족하고 불완전한 인간을 사용하신다는 것이다. 교회 역사의 큰 발자취를 위대한 인물들은 하나님께 붙들려 쓰임을 받은 자들이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지속될 것이다. 그 중에는,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잘 준비되고 능력으로 채워진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없이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쓰임을 받은 자들도 있다. 질문: 하나님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사람을 선택 하시고 사용하시는가?
1) 교회 역사를 보면...
■ 제롬, 성경 번역가 제롬(Jerome, 347-420)은 '라틴어 불가타(The Vulgata), 보통말번역'으로 불리는 라틴어 성경번역으로 유명한 신학자이다. 제롬은 영어명이고, 라틴어로 된 공식이름은 에우세비우스 소프로니우스 히에로니무스(Eusebius Sophronius Hieronymus)이다. 그가 성경을 번역하기 전에도 부분적인 고대 라틴어 번역본이 있었지만 교회가 공인하는 신구약 번역을 404년에 완수함으로 향후 서방교회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제롬이 성경을 번역할 수 있었던 것은 교황 다마소 1세의 의지 때문이었다. 그는 교회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사역하면서, 서방교회의 신학과 신앙의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교회가 인정하는 성경본이 필요하다고 절감하게 되었다. 마침 자신을 보좌하는 비서로 일하고 있던 제롬의 언어적 우수성을 알고 있던 바, 황제가 제롬에게 이 중대한 일을 요청한 것이다. 제롬은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문을 가지고 직접 라틴어로 번역작업에 착수하였다. 한마디로 제롬은 언어능력이 유별나게 뛰어난 학자였다. 히브리어는 유대인 랍비에게, 헬라어는 라오디에아 주교에게 배웠는데, 이토록 훌륭한 업적을 이루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제롬의 번역본이 교회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당시 헬라어를 사용하는 동방교회의 영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헬라어 구약성경인 '칠십인역'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제롬의 번역본에는 고대 라틴어 번역본 내용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분명 서방교회 지역의 언어인 라틴어로 번역되었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와 표현방법을 사용되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읽어오던 성경과 다르다는 이유와 새로운 것을 수용해야 하는 부담에서 오는 거부감 때문에 보급이 늦어진 것이다. 결국 세월이 흐르면서 제롬의 번역본의 우수성이 인정받게 되었다.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은 모국어로 성경을 번역하여 성도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전까지 제롬의 번역본은 서방교회의 성경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 제롬, 수도사 제롬은 어려서부터 훌륭한 스승으로부터 라틴 고전문학과 수사학, 그리고 철학을 배웠다. 뛰어난 지적 능력을 연마한 그가 향후 서방교회의 대표적인 신학자로 등장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그의 신앙 여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물론 그가 경험한 모든 일은 하나님의 섭리가운데 향후 서방교회의 신앙적 특징을 결정짓는데 사용되었다. 부모의 신앙과 상관없이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제롬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사건을 체험했다. 그가 중병을 앓게 되었다. 힘없이 누워있으면서, 하나님께서 벌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죄를 회개하였다. 이때 중병이 낫는 신비한 일을 경험하였다. 지성적이었던 그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 사건을 계기로 기독교 신앙을 탐구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예상할 수 있는가? 제롬이 자신의 지성적 욕구를 채우는 일에 집중하였을 것이라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맞았다. 사실 그는 라틴 교부들의 저서를 가까이 했다. 풍성한 기독교 신앙의 유산을 물려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과 달리, 자신이 경험한 신비한 영역에 매료가 되어 이곳저곳을 순례하면서 수도사의 삶을 살게 되었다. 특히 373년에는 동방교회에서 수도원 활동이 가장 활발하던 안디옥을 찾았다. 헬라어와 동방교회의 성경 주석 방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 후 주위의 한 광야에서 세상과 결별하기로 작정하고 4년간 명상과 고행으로 시간을 보냈다. 수도사 생활은 그에게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였다.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향후 그는 수도사가 되기로 결정하고 살아가는 것을, 그리스도께서 가르침 중에 제자가 되려면 부모와 형제를 버리라는 말씀과 연관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든 그의 경험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서 커다란 문제를 발견하였다. 아무리 금욕과 기도에 집중하여도 과거의 추잡했던 삶의 모습에 대한 기억이 쉽게 떠나지 않고, 세속적인 욕망이 계속하여 자신을 엄습하였기 때문이다. 수도사의 삶이 자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던 제롬은 실망을 금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수도사들 사이의 벌어졌던 신학적 논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 동방교회를 큰 혼동으로 몰아넣은 아리우스의 이단적인 신학사상에 대하여 수도사들이 침묵을 지킬 수 없던 상황이었음에도 제롬은 자신과 익숙하지 않았던 환경을 떠나기로 작정하였다.
■ 제롬, 수도원 운동가 제롬은 서방교회에 수도원운동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신앙적 교훈을 찾아 동방교회를 찾는 서방교회 교인들을 위해 헬라어로 기록된 파코미우스의 수도회칙을 라틴어로 번역하였다. 382년에 로마에 돌아갔을 때, 교황 다마소 1세의 비서로 활동하면서 서방 교회에 수도원운동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하였다. 동방교회의 수도원을 친히 경험하면서 남다른 거룩에 대한 열망을 지니게 된 제롬의 눈에 비쳐진 로마사회의 모습은 실로 절망적이었다. 화려함과 사치를 즐기는 겉모습에 비하여 영적으로 고갈된 상태를 아파하였다. 제롬은 유세비우스가 저술한 “교회사”를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초대교회가 걸어온 역사와 친숙하여 있었다. 자유롭게 기독교 신앙을 누리기까지 신앙을 지키며 삶과 생명을 희생한 성도들이 있었으며, 그 당시에도 순결한 신앙을 위하여 세상을 등진 수도사들의 실천적인 삶이 끊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자연히 교황의 인정을 받으며 로마의 상류층과의 교제의 폭을 넓히면서, 서방 교회적인 수도원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시작하였다. 일종의 수도원 운동가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제롬은 귀족들이 소유한 웅장한 저택을 수도원으로 전환하라고 설득하였다. 상류층 여성들과 오해를 받을 정도로 친숙하게 지내면서, 그들에게 성경의 진리와 도덕적인 삶을 추구하라고 가르쳤다. 로마사회의 부패와 비도덕성을 거침없이 비판하던 제롬의 날카로운 지적은 상반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도원운동을 동방교회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다. 많은 성직자들이 이에 동조하였다. 그러나 제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많은 반대 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원운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서서히 만들어졌다. 귀족 또는 성직자 뿐 아니라, 평신도들에게도 수도사 제롬이 추구한 수도원운동은 개인의 경건과 금욕을 강조하는 동방교회의 전통을 수용하면서도, 고전과 성경연구 등을 포함한 학문을 연구에 집중하는 장소로서의 수도원을 세우는 것이었다. 제롬 자신의 신앙적인 성향과 경험을 반영시키려고 노력하였던 것이다.
제롬은 로마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뤘지만, 그의 수도원운동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세력에 못 이겨 아쉬운 마음으로 로마를 떠나야 했다. 교황의 죽음과 함께 그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결국 그는 안디옥을 방문하여 수도사들과 교제를 가진 후, 386년에 베들레헴에 정착하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곳에서 고전을 계속 연구하였을 뿐 아니라 성경의 라틴어 번역을 완수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섭리가운데, 후대 교회에 커다란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사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가신 것에 틀림이 없다. 역사가들은 제롬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의 개인적 인품에 커다란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서슴없이 지적한다. 그가 거룩을 향한 열망을 지닌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 도가 지나쳐 주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항상 옳고 의롭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정죄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히 진리를 향한 열정이 아닌, 그의 강한 성격으로 인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과 수시로 대립하였기에 많은 사람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하나님은 이렇게 성격에 모가 난 사람도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는 귀한 도구로 사용하셨다는 것이다.
2) 성경이 보인다 - 예레미야 20:9; 로마서 8:28; 고린도전서 1:24; 디모데후서 2:20-26; 베드로전서 1:2
하나님은 모든 일을 주관하시는 분이시다. 거룩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시는 사람을 선택하는 권한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눈에 보이고 느끼는 대로 판단하는 성향이 있다.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느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가지 조건을 기준으로 하려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 인간적인 능력을 잘 구비한 사람을 찾으시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아주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 결함이 많은 사람도 들어서 긴요하게 사용하신다. 사실 완벽한 사람을 찾으신다면, 하나님의 마음에 흡족만한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나님께서는 선택하신 자들을 도구의 자격을 갖추도록 섭리하신다. 부족과 약점을 은혜로 덮으시고 가리시면서 사용하신다. 중요한 것은 거룩을 향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을 인정하며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을 간절히 바라는 자들을 불쌍히 여기신다는 사실을 믿고, 겸손하게 엎드리는 것이다. covenantcho@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