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신 애 박사 (시카고 트리니티크리스천칼리지 교수)
지난 이야기에서는 커리큘럼의 근본적 핵심인 양질의 교사들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로서 전문적인 기독교 교육자들을 적정한 사례를 하고 교사로 모시는 것과 교회 안의 지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교사교육을 실시하는 것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한인교회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의 기초로서 커리큘럼의 유형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한인교회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의 유형은 명시된 커리큘럼(Explicit Curriculum), 암시된 커리큘럼(Implicit Curriculum), 그리고 무 커리큘럼(Null Curriculum) 이렇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일반교육학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서, 교회교육 및 한인교회교육의 커리큘럼을 진단하고 그 기초를 세워가는 일에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첫째로, 명시된 커리큘럼(Explicit Curriculum)이란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가정이 새로운 타운으로 이사를 와서, 그 부모가 교회를 새로 정하기 위해 어떤 한 교회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고 합시다. 자녀의 신앙교육을 위해 그 교회의 커리큘럼이 궁금했던 부모는 그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유스그룹의 커리큘럼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때 그 부모가 홈페이지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커리큘럼의 정보가 바로 명시적 커리큘럼입니다. 또한 홈페이지나 교회의 브로셔에는 비공개적일지라도, 교회 내부적으로 명확하게 문서화되어 있는 교육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이 또한 명시적 커리큘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시적 커리큘럼의 내용은 주로 교육의 목적 및 내용과 프로그램이며, 종종 교육의 방법이 제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언제 무엇을 어떤 목적으로 교육할지에 대한 계획이 명확하게 보여지는 것이 바로 명시적 커리큘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종종 어떤 교회들의 경우, 선택된 공과책이나 공과책에 나와 있는 순서가 명시된 커리큘럼의 역할을 대신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명시적 커리큘럼은 대개 교회에 의해서 어떠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구성하고 계획된 것이며, 현재 교회 상황을 보면 주로 지식적인 부분만 다루는 경향이 있으며, 반드시 가르쳐져야 한다고 판단된 바람직한 내용들만을 포함합니다.
둘째로, 암시된 커리큘럼(Implicit Curriculum)이란 말 그대로 명시되어 있는 커리큘럼 외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커리큘럼을 뜻합니다. 이는 그 어디에도 명확하게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잠재되어 있다가 교육의 실천과정에서 드러나는 교육적 메시지들과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전제되어야 할 부분들(예를 들어, 담임목사님의 인격에 대한 감화로 인한 신앙성숙), 혹은 말이나 글로 명시하기 곤란한 교육적 의도(예를 들어, 성도의 숫자 늘이기)가 포함됩니다. 이는 미리 계획되거나 의도되기도 하지만, 교육인 진행되면서 우연히 혹은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교육적 결과가 많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암시된 커리큘럼에는 미리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주 훌륭한 교육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있고, 또한 의도치 않게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암시적 커리큘럼은 사역자나 교사의 태도, 교회적 풍토나 문화, 그리고 이들이 전달하는 내재된 가치들과 연관되어 있으며, 주로 지적인 부분보다는 정서적인 혹은 도덕적인 부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암시된 커리큘럼의 일례를 들면, 한 목사님이 평소에 인종차별적 언동을 하고, 목사님의 그러한 인종차별적 태도와 언동은 성도들에게 어떤 쪽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반대로 어떤 한 목사님은 그 인격이 매우 선하고 고매하여서 여러 성도들에게 감화를 주고 본인들도 그리 닮아가야 하겠다고 느끼게 합니다. 후자는 바람직한 부분이지만 전자는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이 목사님들은 이러한 것들을 명시된 커리큘럼에 넣어서 성도들을 교육하고자 하지 않았고, 어떤 식으로든 이것들을 교육할 의도가 없었지만, 교육은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암시적 커리큘럼입니다.
마지막으로, 무 커리큘럼(Null Curriculum)입니다. 이는 말 그대로 커리큘럼에, 그것이 명시된 커리큘럼이건, 암시된 커리큘럼이건, 아예 존재하고 있지 않는 교육내용을 말합니다. 즉 어디에서도 가르쳐지지 않는 교육 내용을 뜻합니다. 물론 주로 명시된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지식을 일컫는 경우가 많지만, 무 커리큘럼이란 명시된 커리큘럼에서건 암시된 커리큘럼에서건 의도적으로 제외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무 커리큘럼은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교회적 이해에 따라 일부러 특정내용을 제외시키고 그에 대해 배울 기회를 약화시키기는 역기능도 있지만(예를 들어, 교회에 대한 비판 사회학적 이해들),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교회 전체에서 배제시키고 이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줄 수 있는 순기능(예를 들어, 인종차별적 언사와 태도)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커리큘럼의 유형들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한인교회교육의 커리큘럼적 기초로 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는 우리 교회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커리큘럼을 분석적으로 살피고 점검할 수 있는 유용한 전거들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특히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도 교육적인 의미가 있으며, 이에 커리큘럼에 일부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도와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커리큘럼에 대한 이해는 그동안 우리가 성경적, 신학적 지식들만을 주로 우리가 가르칠 바의 내용으로 삼아왔음을 지적해주고,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지식적 부분뿐 아니라 정서적, 태도적, 도덕적 부분들과 교회전체의 문화, 풍토, 분위기 등도 모두 그 내용이 될 수 있음과 혹은 자연적으로 교육의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줄 것입니다. 또한 이는 가르침의 내용에서 어떠한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자 할 때 편견과 사적인 이해에 의해 그리 하는 것을 경계하고, 하나님의 진리에 의거하여 그리하는 것을 장려할 것입니다. 세 가지 유형의 커리큘럼들이 서로 상충되면 우리 다음세대와 지체들은 혼란에 빠지거나 교육에 대한 신뢰를 거둘 것입니다. 반대로 이 세 가지 유형의 커리큘럼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상호 지지적으로 상호 유기적으로 통전을 이루어 교육이 실행될 때, 교육의 효과는 극대화 될 것입니다. 우리 사역자들은 위와 같은 사안들에 유의하여 더욱 주의 깊게 커리큘럼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sinaichung@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