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의 유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아나벨 헤르난데스는 2015년 11월 집을 습격당했다. 그녀는 “괴한들이 내 아파트에 침입했지만 아무것도 훔쳐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탁자 위에 현금이 있었지만 그들은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았다. 그들은 내 파일을 뒤졌다. 협박 행위였다.” 헤르난데스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부패한 정부 관리 사이의 관계를 폭로한 베스트셀러 ‘나르코랜드(Narcoland)’를 펴낸 뒤 숱한 살해 위협과 공격에 시달렸다. 이번 주택 침입도 그와 관련된 최근의 공격 사례다. 헤르난데스는 현재 중요한 사건 2건을 추적 중이다. 2014년 8월 남부 게레로 주에서 아요치나파 교육대학 학생 43명이 시위 도중 실종된 사건(전원 피살된 것으로 추정된다)과 2015년 7월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의 탈옥 사건이다. 그녀는 “정부의 심기를 크게 건드리는 탐사 보도”라고 말했다. 2015년 11월 헤르난데스의 주택 침입 외에도 저명한 멕시코 언론인에 대한 공격이 여러 건 발생했다. 11월 20일 뉴스 웹사이트 데스인포르메모노스의 편집국장 글로리아 뮤노즈 라미레스의 아파트를 누군가 급습했다. 해커가 데스인포르메노스 서버를 공격한 지 일주일 뒤였다.
며칠 뒤 멕시코의 유력 일간지 엘우니베르살 칼럼니스트 마이테 아주엘라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아주엘라의 눈을 검게 칠한 사진이 들어 있었다. 사진 아래는 ‘난 네가 어디 사는지 안다. 너를 죽이겠다’는 섬뜩한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1월초 뉴스위크는 마약 카르텔과 부패 관리로부터 협박과 살해 위협에도 목숨 걸고 뛰는 멕시코 언론인들의 모습을 보도해준다(MEXICAN JOURNALISTS ARE BEING THREATENED, BLACKMAILED AND MURDERED).]
멕시코의 언론인은 한편에선 마약 조직, 다른 한편에선 부패한 관리들의 폭력과 협박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결성된 국제 인권단체 아티클19에 따르면, 근년 들어 언론인 공격이 부쩍 늘었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 재임(2006-2012년) 동안 평균 이틀에 한 번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 발생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 아래선 22시간에 한 번으로 늘었다. 2000년 이래 멕시코 언론인 16명이 실종됐고 88명이 피살됐다(2015년 7명이 사망했다). 미주인권위원회(IACHR)에 따르면 아메리카 대륙에서 언론인이 가장 위험한 나라는 멕시코다. 2010년 이래 미주 지역의 언론인 피살 사건 중 3분의 1이 멕시코에서 발생했다.
아티클19의 다리오 라미레스 사무총장은 “국가 비상사태”라며 “멕시코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르는 정보의 블랙홀이 있다”고 말했다. 헤르난데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인은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격분한다. 언론인 대상 살인과 공격이 수십 건 발생했지만, 체포된 가해자는 소수이며 기소 건수는 더 적다. 국제 언론인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의 카를로스 라우리아 대표는 “멕시코의 사법체제가 엉망”이라며, “처벌에 대한 의식이 없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조치는 있었다. 2012년 페냐 니에토 정부는 인권수호자·언론인 보호 기구를 설립했다. 그 기구는 2015년 헤르난데스의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헤르난데스는 가해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지 않아 그런 기구가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우리집 침입에 대한 수사가 없었다. 이런 면책은 그런 기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2015년 7월 멕시코시티에서 유명한 사진기자 루벤 에스피노사가 피살되자 국제적인 규탄의 목소리가 거셌다. 오래 지속되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황폐해진 여러 주에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흔해졌지만, 유명 언론인이 멕시코 수도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 충격이 컸다. 동료 기자인 탈리아 귀도(26)는 “3주 동안 울었다”고 말했다. “우린 멕시코시티는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에스피노사가 피살되면서 모든 게 무너졌다. 그들이 언제 어디서든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귀도는 기자 일을 막 시작했지만 위험하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내 이메일이 해킹 당했다. 내가 감시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내가 요주의 인물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선배 기자들 때문이다.” 귀도의 멘토는 신망 높은 탐사보도 전문기자 마르셀라 투라티다. 투라티는 훈련과 협력을 통해 멕시코 저널리즘의 수준을 높이려는 단체 ‘발로 뛰는 기자’를 설립했다. 투라티는 자신도 살해 협박을 받았지만 에스피노사의 피살이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살되기 몇 주 전 TV 인터뷰에서 신변의 위험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단체와 정부 기관의 보호를 요청했다. 또 그는 미디어 대기업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지명도와 주요 매체, 정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 무엇도 언론인의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 에스피노사의 피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은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과 용의자 체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약속도 소용없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에스피노사 사건마저 멕시코시티 사법부의 무능과 증거 훼손으로 수사에 진전이 없다. 투라티는 “사건 발생 당일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에스피노사는 베라크루스 주에서 활동했으며 야비에르 두아르테 주지사를 비판하는 기자로 잘 알려졌다. 두아르테 주지사 아래서 베라크루스는 멕시코에서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주가 됐다. 에스피노사는 두아르테 주지사의 임기 동안 피살된 14번째의 언론인이었다.
베라크루스 언론인보호위원회의 호르헤 모랄레스는 “베라크루스 주는 독이 든 수프”라고 말했다. 모랄레스는 위원회에서 일하기 전 기자로 15년 동안 일하면서 여러 번 협박과 폭력을 겪었다. 그는 에스피노사를 비롯해 피살된 언론인 여러 명과 함께 일했다. 하지만 베라크루스 주만 그런 게 아니다. 아티클19에 따르면, 언론인 대상 공격의 약 80%는 멕시코시티 밖에서 발생한다. 타마울리파스, 미초아칸, 게레로, 오악사카 주에서도 지난 1년 동안 언론인 대상 공격이 크게 늘었다. 그중 다수 주에선 마약과 관련된 폭력이 기승을 부린다. 그러나 조용한 주도 예외는 아니다. 칸쿤과 리비에라 마야 같은 인기 휴양지가 있는 킨타나로오 주는 2015년 멕시코에서 언론인 대상 공격이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이었다.
리디아 카초 역시 멕시코에서 가장 잘 알려졌고 영향력 있는 탐사보도 전문기자다. 그녀는 오랫동안 여성과 어린이 대상 폭력과 성폭력을 보도했다. 1986년 이래 그녀는 칸쿤에서 살지만 얼마 전 살해 협박으로 잠시 외국으로 피신해야 했다. 카초는 2015년 9월 뉴스위크 스페인어판에 실린 ‘야망의 땅 툴룸’ 기사에서 부패 정치인과 야심 큰 사업가들 사이의 전쟁과 그 중간에 낀 지주들의 상황을 폭로했다. 기사가 나간 뒤 카초 기자는 새로운 살해 협박에다 온라인 공격까지 받았다. 2015년 9월 8일 카초 인터뷰가 생중계되던 웹사이트가 해킹으로 마비됐다. 그런 일도 갈수록 흔해진다고 카초는 말했다. “온라인으로 공격하고 굴욕감을 주는 방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살해 협박과 함께 페이스북에 나를 비난하는 유료 광고가 등장했고 주 전체에서 언론인 피살이 잇따르자 주변에서 킨타나로오 주를 잠시 떠나 있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카초는 그런 조건에서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종종 간과된다고 말했다. “피살된 동료 기자들 대다수는 정서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그들은 ‘어차피 나를 찾아낼 텐데’라며 쉽게 추적되는 앱과 온라인 도구를 사용하는 등 너무 지쳐 더는 보안에 신경 쓰지 않았다.” 폭력이나 온라인 공격만 있는 게 아니다. 공갈이나 뇌물도 흔하다. 카초 기자는 여러 차례 뇌물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한번은 어느 정치인에 관해 호의적인 칼럼을 쓰는 대가로 300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뇌물을 제안한 사람은 그런 ‘기부금’을 받은 다른 기자 여러 명의 이름을 댔다고 카초는 말했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의 법률연구소 교수이자 저술가인 존 애커먼은 “한쪽으론 돈으로 구워삼고 다른 쪽으론 협박하고 살해하는 이중 전술”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대중이 언론을 불신하게 됐다. 특히 주류 언론이 지탄의 대상이다. 투라티는 “대중은 언론이 매수당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언론을 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애커먼 교수는 “그러면서 공공 토론이 금지된 독재국가가 된다”고 지적했다. “멕시코는 이제 민주 국가가 아니다.” 결국 많은 멕시코인에겐 바로 그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헤르난데스는 “무엇보다 언론인 대상 공격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 인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진실에 접근할 수 없는 사회가 궁극적인 피해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