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목사 (달라스 웨슬리연합감리교회 담임)
성경은 대제사장이 입는 옷에 대해 출애굽기 28장과 39장에서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제사장은 세마포로 짠 모자를 썼다. 모자에 단, 얇은 금판으로 된 관에는 “여호와께 성결”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대제사장은 에봇이라고 부르는 겉옷을 입었다. 이 에봇에는 흰색, 청색, 자색, 홍색 실로 수를 놓았다. 에봇의 받침 겉옷은 순 하늘색으로 되어 있다. 그 옷자락에는 세 가지 색으로 된 석류와 금방울이 달려 있다. 대제사장은 양쪽 어깨 위에 호마노라고 불리는 견대를 찼다. 이 견대에는 12종류의 보석이 물려 있었는데, 거기에 이스라엘의 열 두 아들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흉패는 두 겹으로 되었고, 그 안에는 우림과 둠밈이 들어 있었다. 그것 역시 보석인데 대제사장은 이우림과 둠밈을 이용해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다. 허리에 차는 띠는 금식과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늘게 꼰 베실로 만들었다. 성경은 대제사장의 속옷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너는 가는 베 실로 반포 속옷을 짜고 가는 베 실로 관을 만들고 띠를 수 놓아 만들지니라”(출28:39).
평상시에 대제사장은 이런 예복을 입고 성소에서 일했다. 그러나 지성소에 들어갈 때는 이런 옷을 입지 않았다. 대제사장은 1년에 단 하루, 속죄일에만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은 대제사장이 평상시에 입는 관복을 입지 않고 세마포 옷을 입는다. 대제사장이 지성소에 들어갔다가 잘못해서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제사장외에는 아무도 지성소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밖에서 그를 끌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대제사장이 지성소에 들어갈 때는 발목에 밧줄을 매고 들어갔다고 한다. 대제사장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방울 소리로 알 수 있었다. 대제사장이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울 소리가 나지 않으면 변고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유대인들이 만들어 낸 “전설따라 삼천리”이다. 왜냐하면 지성소에 들어갈 때는 평상시에 입는 금방울이 달린 관복이 아니라 세마포 옷(세마포 옷에는 방울이 달려있지 않다)을 입고 들어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대제사장이 입는 관복에 대해서 모자부터 심지어는 속옷까지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빠진 것이 있다. 신발과 양말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대제사장은 신발을 신지 않았다. 양말도 신지 않았다. 그는 성소에서 항상 맨발로 일했다. 제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거룩한 성전에서 일하는 사람이 양말도 신지 않고 일할 수 있는가? 신체 중에 가장 더러움을 많이 타는 곳인 발을 어떻게 하나님 앞에 다 드러내놓을 수 있는가? 다른 어떤 부위보다도 하나님 앞에서 가려야 할 곳인데, 맨발로 일한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성경이나 중동의 문화는 우리의 문화와 다르다. 지금도 이슬람교도들은 사원에 들어갈 때 신발만 멋는 것이 아니라 양말까지 다 벗는다. 그것이 신 앞에 나아가는 예의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가시떨기 불꽃 가운데서 모세에게 나타나셨을 때 그에게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3:5)고 하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에 들어갈 때에도 하나님은 그들에게 신을 벗으라고 하셨다(수3:13). 그들이 가나안 땅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그들은 맨발이었다(수4:18).
가나안에 들어가서 전열을 준비하고 첫 번째 전투(여리고 전투)를 준비하고 있을 때 하나님의 천사(군대장관)가 여호수아에게 나타나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했다(수5:15). 하나님은 가나안 정복의 사명이 주어져 있는 여호수아에게 이렇게 약속하셨다.
“내가 모세에게 말한 바와 같이 무릇 너희 발바닥으로 밟는 곳을 내가 다 너희에게 주었노니 곧 광야와 이 레바논에서 부터 큰 하수 유브라데에 이르는 헷 족속의 온 땅과 또 해 지는 편 대해까지 너희 지경이 되리라”(수1:3-4, 참조 신11:24). 하나님 앞에 서려면 모세처럼 신발을 벗어야 한다. 하나님의 일을 하려면 모세처럼 신발을 벗어야 한다. 성전에 들어가려면 제사장들처럼 신발을 벗어야 한다. 하나님을 예배하려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요단강을 건너려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약속에 땅 가나안에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우리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려면 먼저 신발을 벗어야 한다. 우리에 주신 가나안 땅을 정복하려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신발을 벗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 신발만 아니라 양말까지 벗어야 한다. 내가 벗어야 할 신발은 무엇인가? 이메일: jinhlee1004@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