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 박사 (좋은나무성품학교 대표, 교육학박사)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다투거나 심지어 방화와 살인까지 범하는 현상들이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 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 소음 상담 건수가 2012년(7021건)에 비해 2013년(1만 5455건)과 2014년(1만 6370건)에 급증하여 2년 새 두 배 이상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 소음 문제뿐이 아니다 주차 문제 또한 이웃 사이에 갈등 요인들 가운데 하나다. 좁은 골목길에서의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홧김에 흉기로 이웃을 살해하는가 하면 주차단속에 불만을 품고 포크레인을 몰아 파출소를 부순 사례도 있다.
이런 현상들의 밑바닥에는 서로 공감하지 못한 채 분노를 폭발해 버리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다. 심리학자 프랭크 미너스(Frank Minirth)박사는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될 때 분노가 폭발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가치가 무시당하거나 자기 보전 욕구가 박탈당할 때 느끼는 감정이 분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작은 일에 쉽게 분노할까? 여기에는 무엇보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그 이면에 깔려 있는데 가령 사회의 발전 속도에 비해 자신은 정체하고 있다는 박탈감과 승자독식의 사회질서, 경제구조의 양극화로 인한 불안감등이다. 양육강식의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이런 현대사회의 부정적 감정들이 축적되어 분노의 앙금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분노가 특별한 사건과 만나 자극을 받으면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하게 된다. 분노가 폭발하는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공감인지능력이다. 공감인지 능력(Empathy)이란 “다른 사람의 기본적인 정서, 즉 고통과 기쁨,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능력으로 동정이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정서적 충격을 감소시켜 주는 능력”이다. 즉 공감인지 능력이 낮으면 타인에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자신의 감정만 우선시함으로써 분노를 노출하기가 쉬워진다. 분노를 축적한 사회, 공감인지 능력의 부족 등 우리 사회를 분노의 사회로 몰아가는 오늘의 현상을 바로 잡으려면 무엇보다 좋은 성품의 회복, 특히 ‘배려의 성품’을 회복해야 한다.
배려의 성품이란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여 보살펴 주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다. 진정한 배려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배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배려라는 한자의 의미는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다. 생각을 나누려면 자신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어느 정도 있어야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채울 수 있다. 자기 배려가 있어야 타인도 배려할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채우려면 ‘기쁨의 성품’이 필요하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즐거워하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 기쁨이다. 기쁨의 성품으로 높은 자존감을 소유한 사람은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마련이고 자기 자신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는 ‘배려의 성품’을 갖게 된다. 공감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도한 중요하다. 상대방의 생각, 감정,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수록 상대방을 배려하게 되는데 다음 세 가지 훈련을 통해 그 능력을 배울 수 있다.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기, 상대방의 말투나 표정을 보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감수성 강화하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훈련하기 등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의 언행뿐 아니라 숨겨진 생각과 감정에 귀기울이다보면 공감인지 능력이 향상된다.
‘다른 사람 배려하다가 나만 손해 본다’라는 의식이 팽배한 시대다. 분노를 일으키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 제도적 모순 등이 해결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적 차원에서 분노를 조절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한 사람의 성품이 먼저 변화되는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첫 걸음이자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