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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MK들에 대한 단상(斷想)

송종록 목사 (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송종록 목사

(크로스 선교전략 연구소)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라고 했다. 주의 일을 전임으로 하는 목회자나 선교사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역자들은 대체로 많은 사람들을 상대한다. 저들 두뇌 속에는 늘 여러 일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다보니 자기 가족 그중에서도 자녀들에 대해서 소홀히 하는 경우가 일쑤다. 그 결과 적지 않는 PK(Pastor Kids)와 MK(Missionary Kids)들이 제대로 양육되지 못하고 여러 상처 속에서 자란다. 이는 불행이며 하나님 나라 차원에서 큰 손실이다. 세상에서 아무리 성공하였어도 자녀들이 잘못되면 부모에게는 큰 짐이 된다. 기쁨도 사라지고 얼굴에 그늘이 진다. 자녀교육?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영원한 숙제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출산이요, 가장 어려운 일은 자녀 양육이다. 그렇다. 자녀만큼은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일반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주의 일을 전임으로 하는 사람들일 경우 더욱 문제의식이 크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자녀들을 여호와께서 주신 기업”(시127:3)으로 키울 수 있을까?

 

1. 한인 교회의 보수적인 문화

 

한인교회는 서구 기독교 문화에 비해 매우 보수적이다. 목회자나 선교사일 경우 기대하는 도덕 수치가 높고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만일 어느 목회자가 가족들과 함께 오붓하게 여행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뜨면 성도들 중 시험들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도덕과 헌신도 면에서 선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예리하다. 오늘날 만인의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선교사라면 어떤 유형일까? 고난을 몸소 체휼하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A 선교사는 문명이 닿지 않는 오지(奧地)로 가 원주민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사역하다 말라리아 병에 걸려 죽었다. 그는 자기만 희생한 것이 아니라 그 아내와 자녀들까지 함께 죽었다.” 이러한 희생적인 삶은 고금을 막론하고 숭고하다. 이는 시, 공간을 초월해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사역 패턴 만이 최고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꼭 죽는 것만이 능사인가? 죽을 각오로 하되 죽지 않고 사역하는 것 또한 고귀한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시대와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와 선교현장에는 옛 사역적 방식과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의 일은 마땅히 전심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존재적 기쁨 없이 행위적 업적 위주의 사역은 우리 하나님께서 흠양하시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부모의 사역이란 미명하에 가정이 희생되고 PK와 MK들이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마땅한 도리와 책임 없이 어떻게 저들을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키울 수 있는가? 

 

2. 자녀 양육에 대한 성경 속의 실패 사례

 

엘리는 제사장이었다. 그는 어린 사무엘을 맡아 하나님의 대선지자로서 육성시킨 인물이었다. 하지만 자기 자녀교육에는 실패했다. 그 결과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가 패역한 죄로 말미암아 한날에 죽임을 당했다(삼상 2:31-34).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가문 전체가 망하게 되었고 나아가 국가에까지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다. 사무엘은 마지막 사사이자 선지자(삼상7:5, 삼상12:23)로서 당시 이스라엘의 국부(國父)격이었다. 그는 사울과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왕정시대가 도래하도록 역할을 했다. 사무엘은 자기에게 임한 말씀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삼상3:19) 크게 쓰임을 받은 신실한 주의 종이었다. 이렇게 신앙, 인품, 사역 모든 면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존경해 마지않던 그에게도 자녀들 양육은 좋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는 두 아들에게 사사의 직무를 맡겼는데 그들의 행보가 아버지 사무엘의 행위를 따르지 않아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삼상8:1-5). 다윗은 어떠한가? 그는 믿음의 사람이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왕 중 왕이었다. 그는 9명의 부인과 후궁들을 통해 성경에 기록된 자녀수만 19명이었다. 하지만 그도 자식 교육에는 실패자였다. 다윗 왕가의 골육상잔은 그의 아들 암논이 이복형제인 누이 다말을 범함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3남인 압살롬은 암논을 살해하고 역모를 했다(삼하13-18장). 압살롬에 이어서 연로한 다윗의 왕위를 노리는 또 다른 반정사건이 있었다. 바로 4남인 아도니야의 반역 사건이다(왕상 1-3장). 이스라엘을 대표한 제사장, 사사겸 선지자, 왕들이 당대에 자기 치적은 대단했지만 자녀 양육에는 실패한 셈이다.  

 

3. 사역자 자녀들의 성장 환경

 

인간은 누구나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자란다. 그 상처는 어릴 때일수록 충격이 크다. 상처의 대부분은 어디서 오는가? 홈즈와 레이(Holmes-Rahe)는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을 조사해 발표했다. 그 결과 상위 12가지 중 7가지가 가족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 내용인즉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부모의 생각, 감정, 행동, 언어 등이 자녀의 정서와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가정보다 사역자 가정에서 더욱 심하다. 한국에서 전국 목회자 자녀 세미나 때 조사된 통계가 있다. 이때 PK 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저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첫째는 저들을 바라보는 기대치가 높고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43.3%였다. 둘째는 물질적인 곤핍함이 33.6%였다. 셋째는 부모의 지나친 요구가 16.2%였다. 기타 6.9% 순이다. 일리가 있는 통계 수치이다. PK 와 MK들이 방황한 주된 이유는 주로 부모 그중에서도 77.1%.가 아버지 때문이라 한다. 최악의 경우는 부모가 사역적 불만족과 스트레스를 자녀들에게 투사할 때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아버지상은 가정소홀, 무관심, 고집과 독선, 이중적 모습, 보수적이고 고지식함, 무미건조, 명예욕 등이었다. 

마귀는 사역자를 정지시키는 방법으로 자녀를 친다.

자녀는 사역의 최고 협력자이면서도 자칫 방해자가 될 수 있다.

사역자는 목회나 선교를 하듯 자녀들에게 최소한 부모 된 도리를 해야 한다. 

4. PK & MK를 향한 건설적 대책   

 

먼저 사회의 보수적인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희생을 앞세우는 영웅적인 사역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모델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또한, 자녀들도 사역 대상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목회자나 선교사가 저들을 향해 부단한 관심, 사랑, 나눔, 지원을 해야 한다. 나아가 교회에서 MK, PK들을 긍휼히 여기며 저들의 필요를 채우는데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MK들을 미전도 종족처럼 입양해 키울 필요가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있다. 이제는 농사를 교육으로 바꾸어 지금 시대는 “교육천하지대본”이라 해야 한다. 즉,  교육은 천하의 큰 근본이며, 나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힘이다. 이를 위해 가정에서 부모들이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는 자녀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다. 둘째는 자녀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행복한 시간을 창출해야 한다. 셋째는 자녀들에 대한  꾸중보다 격려하며 긍정적 사고(思考)로 대해야 한다. 넷째는 자녀들의 필요를 채우고 공급하는데 최선을 다 해야 한다. 다섯째는 부모들이 언행에서 이중성을 지양하고 제사장적 직무를 수행하며 영적으로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

 

맺음 말

전 세계 한인 목회자, 선교사, 신학교 교수, NGO와 선교 단체장들을 모두 합산하면 얼마나 될까? 부부 포함 어림잡아 30만 명 전후로 추산하다. 이들 자녀들 PK와 MK 를 합친 수는 약 10만 명 전후가 아닐까 싶다. 저들 2세대들은 비록 자라온 환경이 척박하고 고난이 많았다 할지라도 1세대 부모들의 육체적, 생활적, 사역적 DNA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저들은 교회와 선교를 위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전략자산들이다. 앞으로 1세대 부모들이 세상을 떠나면 누가 이 유업을 이를 것인가? 두말할 것 없이 PK와 MK들이다. 헌데 장차 차세대를 이끌 청소년들이 제대로 양육되고 있는가? 바다의 배는 7/10이 물속에 잠겨있듯 저들 중 절대다수가 부모가 걸었던 사역적 길을 거부하며 세상의 길로 나가고 있다. 왜 이러한 결과를 낳았는가? 우리는 보았다. 성경 속의 엘리 제사장, 사무엘 선지자, 다윗 왕들이 당대에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할지라도 그 후손들 양육에는 실패했다. 이러한 사례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 즐비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전임 사역자들이 사역적 부흥을 위해 가족을 희생양으로 삼으며 자녀교육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정신 차려야 한다.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이다. 우리는 초대교회가 다 죽고 돌무덤만 남아 있는 것을 본다. 왜 그러한가? 당대 수평적인 선교만 하고 다음 세대를 내다보는 수직 선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라도 부모와 교회들이 PK와 MK 들 나아가 모든 자녀세대를 선교적 시각으로 저들을 품어야 한다.

Jrsong007@hanmail.net

03.22.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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