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배 목사 (임마누엘장로교회)
재작년처럼 지난해에도 읽어야 할 이메일을 5천개 이상 읽지 않고 지워야 했습니다. 지금도 3천여 개의 읽지 않은 이메일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정한 이메일을 읽는 원칙은 전화를 주신 분들의 것만 읽고 답을 드린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커지면서 7일 내내 쉬지 않고 사무실에 나와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설교 준비, 설교 요청, 각종 예배 인도, 심방, 회의, 상담 등이 쏟아져 들어왔을 때, 저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지치기를 해야 했습니다. 먼저 TV 시청을 포기했고, 그 다음엔 즐기던 테니스와 바둑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신문은 어떤 기사들을 읽을 것인지를 정하고 읽는 시간을 제한했으며, 전화와 이메일에 대한 원칙을 세웠고, 아쉽지만 성도님들과의 사적인 만남을 포기했습니다. 분주한 목회 일정 가운데,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고, 목회자로 설교자로서 살아남기 위한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가끔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성도님들이 계셔서 리듬이 깨지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즐거운 일이어서 유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새롭게 2015년을 시작하고 점점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살며 여러분에게는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는지요? 신앙과 삶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이유는 쏟아져 들어오는 ‘바쁜’ 일들에 몰두하다보면,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소홀하기가 매우 쉽기 때문입니다. 2015년에는 모두 각각 ‘한 사람 제자삼기’를 우선순위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교회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내가 제자 삼을 사람을 정하기로 하고 어떻게 그를 제자로 빚어낼 것인가? 를 깊이 생각하며 실천해가기로 했습니다.
이 시대는 모든 것을 체계화시키기를 좋아합니다. 제자훈련도 3개월 과정, 1년, 2년 과정을 만들어놓습니다. 체계화된 과정에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맹점도 있습니다. 아직 예수님의 제자가 되지 못하였는데도, 과정만 이수하면 자기가 치른 희생과 열정에 만족하면서 자신이 제자가 된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제자훈련은 체계화된 학교교육보다 가정교육에 가깝습니다. 제자삼기도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듯이 자주 만나야 합니다. 만나서 내가 기도하는 것같이 그도 기도할 수 있도록 가르치십시오. 내가 성경을 읽듯이 그도 즐겁게 읽도록 본을 보이고, 읽은 말씀을 함께 나누십시오. 나처럼 예수님께 순종하며 살도록 인도하십시오. ‘하면 됩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신 주님께서 약속대로 세상 끝 날까지 항상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