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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 미생입니다

손원배 목사 (임마누엘장로교회)

인기 연재만화를 TV 드라마로 옮긴 미생(未生)이라는 한국의 주말 연속극이 있습니다. 가정의 어려움 때문에 프로 바둑기사 입단을 포기한 주인공 장그래가 검정고시 고졸 학력으로 어떤 종합상사에 2년 계약직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서 동료들과 나누는 우애와 갈등을 그린 작품입니다.

말단 사원들은 드라마 속의 신입사원들을 보며, 함께 분통을 터트리고 함께 복수하고 함께 속 시원해 할 것 같습니다. 아내들은 전혀 알지 못했던 남편의 직장생활을 엿보며, 승진하지 못한다고 구박만 했던 남편을 가여워할 것 같습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남편들의 ‘밥벌이의 엄숙함’을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부장이나 과장이 아니라, 겨우 말단 계약직에 목숨을 걸고 정사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생들, 남들이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화려하기는커녕 하찮게 살아가는 변두리 인생 같아 보이지만, 모든 인생은 나름대로 모두 소중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좌절이 있는 만큼 의미가 있고, 아픔이 있는 만큼 살 가치가 있는 소중한 인생들입니다.

인생을 바둑에 비유할 수 있지만, 한판의 바둑과 인생은 사뭇 다른 면도 많습니다. 바둑은 실패해도 판을 거두고 다시 두면 됩니다. 그래서 그만큼 쉽게 둘 수 있지요. 그러나 인생은 거두고 다시 시작할 수 없는 한판 승부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두어야 하지만, 다시 둘 수는 없습니다. 바둑은 누가 더 넓은 집을 짓느냐의 싸움입니다. 그러나 나의 돌들이 판 위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독립된 두 집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을 완생(完生)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돌들을 미생이라고 부릅니다.

바둑판 위에 돌들은 완생할 수 있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들은 모두 미생입니다. 완생을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미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생은 창조주 하나님에게 뿌리를 내려야만 완생할 수 있는 존재로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생들을 봅니다. 완생을 하기 위해, 자신이 살아남을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기도 하고, 시기하고 비웃기도 하며, 짓밟고 올라서기도 하고 함께 아파하기도 하며,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서러워서 술을 퍼마시고 분노를 폭발하기도 하는 인생들, 모두 하나 하나 너무 너무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돌아와야 합니다. 미생들이 완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세상에 오셔서 우리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기 때문입니다(요14:6). 돌아오십시오. 그러면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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