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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

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30여 년 전 목표에서 목회를 하였습니다. 부임한 교회는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들어가는 곳에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섬 교회입니다. 처음 교회에 부임하기로 결정하였을 때는 그곳이 섬인지 몰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소가 목표시 충무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섬은 꽤 넓은 편이었지만 교통수단은 자전거와 경운기가 전부였습니다. 후에 충무동 1호 차를 교회에서 갖게 되기 전까지 말입니다.

부임 후 얼마 되지 않아 아들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동네 꼬마들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렇다고 예배당 건축을 앞두고 선뜻 비싼 자전거를 사줄 형편도 아니고 보니 서로 안타까운 마음만을 주고받을 뿐이었습니다. 이를 눈치 채신 김 장로님께서 장날 목표에 나가 멋진 자전거를 사다주셨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밤이 늦도록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또 타고 놀았습니다. 그러던 한 날 좁은 시골 길 사이를 지나다 낭떠러지기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의식을 잃고 구토를 하는 등 증상이 심각해지자 급하게 배를 수소문하여 목표시내 병원으로 갔습니다. CT 촬영과 여러 검사를 통해 뇌에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혹시 후에 이상 증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 아이의 몸을 잘 관찰하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 매일 아이의 몸 상태를 살폈습니다. 하루는 아이와 장난을 하다가 우연히 턱을 만지게 되었습니다. 무엇인가가 손에 잡혔습니다. 깜짝 놀란 우리 내외는 아이를 데리고 목포 시내병원을 찾았습니다. 그 의사는 속히 아이를 데리고 광주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허둥지둥 광주 조선대학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들아이의 턱 부분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고 각종 검사를 시작했습니다. 사진에는 왼쪽 턱 위로부터 어금니 부분 잇몸이 텅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주 종양이 생겨서 살을 파먹고 턱뼈까지 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이 치주 종양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아이의 병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마터면 턱이 없는 아이로 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지금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으로 이루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금번 남가주 한인목사회에서 피종진 목사님을 강사로 모시고 2박3일 간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오고가는 차 안에서 피곤을 무릅쓰고 주신 귀한 말씀은 모두들에게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또한 그랜드 캐년의 아름답고도 웅장한 모습을 통해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함께한 모두들에게 큰 감동이 되었습니다.

그랜드 캐년 투어를 마치고 귀가 길에 뜻하지 않게 일행 중 한분이 길을 잃게 되었습니다. 잠시 후 동료 목사님들에 의해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목사님의 간증을 듣게 되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몇 년 전 뇌에 종양 같은 물질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고 수술을 받게 되었고 아마 그 수술 후유증으로 이런 일을 겪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간증을 듣는 모든 분들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숙연함으로 가득했습니다.

목사님께서 종양을 발견하게 된 것은 교통사고로 인함이라 말씀해주셨습니다. 타고 가시던 승용차가 큰 트럭에게 받쳐 그 압력으로 차가 앞으로 밀리면서 앞차와 부딪치게 되었고 목사님의 차는 마치 샌드위치처럼 가운데 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아무 외상도 입지 않아 집으로 귀가하셨다고 합니다. 다음 날 아침 코피가 났지만 자주 있는 일이라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후배 목사의 강력한 권고의 전화를 받고 주치의를 찾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주치의의 권유로 뇌수술의 일인자인 의사를 소개 받아 베버리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이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백하셨습니다. 우리말에는 ‘전화위복’이란 말이 있습니다.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어떤 불행(不幸)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努力)과 강인(强靭)한 의지(意志)로 힘쓰면 불행(不幸)을 행복(幸福)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작금에 한인사회 소식들은 그리 밝지 만은 못합니다. 자바시장, 유학비자, 성매매, 거기에다 미 대사 테러사건까지 이런 저런 일들은 우리를 참으로 민망하고 송구하게 만듭니다. 우리 기독인들이 앞장서서 밝은 사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큰 은혜를 통해 전화위복의 은총이 한인사회와 교포들 위에 임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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