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대한항공 부사장인 C씨가 1년 실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의 죄목은 항로변경죄 및 업무 방해죄지만 세간의 표현을 빌리자면 ‘갑질’로 인한 원망과 시비가 더욱 그의 죄를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돈과 지휘로 인간 자존감을 무시하고 ‘갑질’ 행동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한인 사회에서도 너무 판결이 과하다는 견해와 당연하다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갑질’이란 ‘갑을 관계’에서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이나 권리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말합니다.
지금 우리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어가고 중상층의 시민들도 줄어드는 세대를 살아갑니다. 이로 인한 경제구조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갑’과 ‘을’을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일부 몰지각한 ‘갑’이라 지칭하는 사람들의 행위로 인해 ‘을’이라 칭함 받는 사람들의 가슴은 멍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반 사회에서도 용납되기 어렵고 민망한 일이건만 최근 뉴스를 통해 전해들은 기사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모 백화점의 VIP고객인 모 목회자의 ‘갑질’ 행동은 세간에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교회 목회자는 모 백화점에서 1년에 수천만원씩 옷을 사가는 단골손님으로 이날도 여성복 4상자 분량의 옷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그는 교회 직원들을 시켜 물건을 받아오게 했었는데 교회 직원들의 실수로 다른 매장의 옷까지 잘못 가져와 문제가 발생되었다고 합니다.
뒤늦게 목회자가 잘못 가져온 상자를 반납했지만 옷을 잃어버린 매장이 이미 도난신고를 해버렸기 때문에 목회자가 경찰조사까지 받게 됐던 것이 발단이 되었다고 합니다. 분노한 목회자는 매장이 VIP고객인 자신을 망신시켰다고 거칠게 항의했고, 결국 매장 직원을 1시간 넘게 무릎 꿇게 한 것이 전해지면서 비난을 사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목회자의 겸손한 모습을 찾기 어려워진 세대가 되어졌습니다. 일부 목회자가 미국을 방문할 때 보디가드와 비서진을 수행하게 하는가 하면 또 보디가드와 비서를 거느리기 힘든 목회자는 이와 비슷한 대접을 받기 원하여 후배목사들을 동원하여 공항에 마중과 배웅을 하게 하는 일은 또 하나의 ‘갑’의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쁜 이민목회를 꾸려가는 이민목회자들은 한국에서 오시는 일부 몰지각한 목회자들의 이런 풍토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은 원로 목회자가 되신 선배 목회자들을 뵈면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그들이 처음 미국에 오셨을 때는 공항에서의 환영은 조촐하지만 정감 있는 것이었다고 회상하십니다. 어쩌다 밥 한 끼 대접 받으면 그것이 너무 고마워 수십 년 지난 지금도 그때의 고마움을 말씀하시곤 합니다. 부흥회를 인도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시는 목회자님들은 누추한 목사님 사택에서 머무르시며 열정적으로 말씀을 전하셨고 부흥회 인도 후 서부지역을 관광을 시켜드리는 것만으로도 대접을 잘 받았다 하시며 두고두고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고 회상하십니다.
D일보는 취업포털 잡 코리아와 함께 20-50대 직장인 724명에게 ‘갑질의 경험’에 대해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절반이 넘는 369명(51.0%)은 ‘지위·직급이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갑질‘이라고 인정하느냐”고 묻자 10명 중 6명(225명·61.0%)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분명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인 줄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하는 풍토가 걱정스럽습니다.
누군가를 섬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즐거움을 회복하는 우리가 되길 원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어린 섬김이 있을 때 모두에게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러한 섬김은 참된 크리스천이 되어 살아가려고 애쓰는 기독인의 풍토가 될 것입니다. 사순절을 맞이하여 낮은 자를 위해 오신 우리 주님의 겸손을 본받길 원합니다. 과거의 선배 목회자들의 겸손했던 모습을 따르길 원합니다. 그 낮은 곳에 하나님의 위로와 축복이 함께 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