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두 주일 전 2년에 한번 씩 열리는 교단 전국 총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올해는 오하이오 주에 있는 콜럼버스 주도에서 열렸습니다. 총회 장소까지 차를 타고 가게 되었습니다. 서부를 지나 록키 산맥을 가로질리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서부를 벗어나 중부로 가는 길에는 신앙의 보수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십자가를 세워 놓은 곳, 커다란 광고판에 “예수님은 살아계십니다” “예수는 구세주입니다.” 언덕위에 세 개의 십자가 등 곳곳마다 믿음의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총회 오프닝 예배는 수천 명이 콜럼버스 컨벤션센터에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모든 인종들을 존중히 여기는 교단특성에 걸맞게 찬양대가 한국어로 찬송을 불러주는 모습은 인상 깊었습니다. 헌금 시간이 되어 헌금 위원들이 줄지어 헌금바구니를 들고 입장하였습니다. 헌금 위원들은 모두 평균연령이 60세 이상 인 듯 보였습니다.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그 넓은 컨벤션 센터에 가득 모인 분들이 모두 연세들이 지긋한 분들이었습니다. 물론 청년들과 학생들, 영 유아부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지만 젊은 장년들은 소수에 불과 했습니다.
더욱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것은 헌금 시간에 화면을 통해 수 없이 많은 이름들이 기록된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데 그 이름들은 지난 2년전 총회 후 하나님 곁으로 가신 목사님들과 장로님들 명단이라는 것입니다.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저리 많으니 평신도님들은 얼마나 더 많을까 생각하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위기와 긴장감에 손에 힘이 주어졌습니다. 총회를 뒤로하고 마지막 방문지인 시카고로 향했습니다. 시카고로 가는 길에도 곳곳마다 커다란 간판과 십자가로 위로는 받았습니다. 시카고에 거의 도착할 무렵 타이어를 체크하라는 신호가 떠올랐습니다. 정비공장을 찾기 위해 가까운 마을로 갔습니다. 마을 중심에 이르자 큰 예배당이 부락마다 세워져 있었습니다. 대리석으로 잘 지어진 예배당은 그 규모가 웅장했습니다. 순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보 이 예배당들이 폐허된 것 같아!” 차를 세우고 자세히 보니 예배당 아래는 멀쩡했지만 위를 보니 창문이 깨져 있고 관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보였습니다.
예배당 건축이 1874년인 것으로 보아 무디가 시카고를 순회하며 집회를 했을 무렵으로 보였습니다. 무디는 1868년부터 영국의 소년 설교가인 무어하우스와 함께 시카고에서 순회집회를 하였고 1870년에는 유명한 음악가 생키(Ira D.Sankey)와 합류하여 시카고 화재 전 후 지역 복음화에 앞장섰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동안 거리에서 보았던 커다란 입간판과 십자가로 인해 용기와 힘을 얻었던 것이 한 순간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시카고에 당도하니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1871년에 대 화재로 인해 폐허가 되었던 시카고는 아름다운 건물들로 가득했습니다. 시민공원에서는 가족들을 위해 무료 영화를 상영하였고 커다란 벽에 영상으로 사람얼굴을 비취고 그 사람 입에서 나오는 분수는 신기하기가 짝이 없었습니다. 스텐으로 만든 도너츠 모양의 조형물은 비추는 각도에 따라 사람의 모습이 달라 보였습니다. 특히 110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Sears Tower는 3년 동안 7만6000톤의 철제와 1만6000명의 인부를 동원해 1973년에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건물에 입장을 하자 간단히 시카고를 소개하는 슬라이드를 감상하고 103층 스카이덱 전망대로 올라갔습니다. 시속 33km의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55초 만에 운행된다고 합니다. 말처럼 정말 빠른 속도로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몇 해 전 고국 방문길에 남산타워를 올랐었습니다. 남산파워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더욱 마음이 흐뭇했던 기억은 빤짝이는 불빛 사이로 수많은 십자가의 불빛들 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카고의 야경은 그저 빤짝이는 건물의 현란한 불빛 뿐 서울야경에서 느꼈던 감동은 없었습니다. 불길같이 일어났던 복음의 열정들이 사라진 도시를 바라보며 또한 전국총회에서 보았던 연로한 성도들과 낡고 폐허된 예배당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을 무겁게 하였습니다. 또 다시 성령의 뜨거운 바람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건물 유리벽을 붙들고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바람 같은 성령, 불같은 성령이 쇠퇴기로에 있는 미국 땅에 ‘다시 한 번 부흥의 불길이 타오르게 하소서’ 간절히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