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교교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복 받기를 바란다. 복 받는 데에는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남들보다 내가 더 복을 받아서 내가 더 부유하고, 내가 더 건강하고,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중국집에 가도 복 복자를 뒤집어서 걸어 놓는다. 복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기를 바라는 뜻이다. 우리가 예수 믿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도 복 받기 위함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누가 복을 받는지, 어떻게 해야 복을 받는지를 알려주셨는데, 그것이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팔복의 말씀이다.
팔복의 첫 번째 말씀은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가난한 자가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유한 자가 복이 있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홈리스가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남부럽지 않을 만큼 많이 가진 사람에게 복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니, 심령이 가난한 자 보다도 심령이 부유한 자, 곧 마음이 충만한 자가 복이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주님은 왜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을까?
나는 얼마 전까지 커피를 그야말로 탐닉했다. 좋은 커피 마시는 것을 삶의 큰 즐거움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커피를 갈고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고, 좋은 커피콩을 파는 곳을 찾아 가기도 했다. 물론 요즘에는 시간과 돈이 아까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지만, 내가 내린 커피를 좋아하는 교인들도 꽤 있었다. 그래서 종종 목양실에서 커피를 내려서 교인들과 나눴다. 그럴 때 꼭 이미 커피를 마시고 있는 교인들이 있다. 그런 교인들은 마시던 커피를 빠른 속도로 쏟아버리고 내가 내린 커피를 받는다. 내 컵에 커피가 담겨 있으면 더 맛있는 커피를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컵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그 위에 물을 부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컵이 비어 있다면 물을 붓는 대로 컵에 채워진다. 만약 컵에 붓는 물이 정수기에서 나오는 보통 물이라면 컵에 물이 채워져 있든 빈 컵이든 별 상관 없다. 하지만 만약 지금 컵에 부으려는 물이 진짜 좋은 생명수라면 내 컵에 가득 채워져 있는 물을 냉큼 버리고 그 생명수를 기다릴 것이다. 바로 이것이 심령이 가난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잔을 생명 샘물로 채우고자 하시는데, 우리의 잔이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으면 생명 샘물을 받을 수가 없다. 그러니 차라리 잔이 비워져 있는 것이 낫다. 바로 이것이 심령이 가난한 사람의 모습이다.
우리는 자꾸 채워 넣으려고 한다. 주머니도 채우려고 하고, 집도 채우려고 하고, 경력도 채우려고 하고, 책장도 채우려고 하고, 찬장도 좋은 접시로 채우려고 한다. 공구함도 좋은 공구로 가득가득 채우려고 한다. 그것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있는 것 없는 것 다 갖춘 것보다는 부족한 것이없는 것이 더욱 복될 수 있다. 내가 부족해야 하나님이 채우실 수 있기 때문이다. 빈 컵을 주께 올려드리며 ‘제 영혼이 주님을 갈망합니다’ 하고 기도할 때 우리의 잔을 가득 채우시는 주님의 은혜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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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