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칼럼니스트)
World Share USA 대표
C.S 루이스는 뜨거운 전도의 열정을 가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회심 직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는 일, 즉 전도라고 다짐과 같은 고백을 했다. 실로 루이스는 그 고백대로 평생 열정적인 전도자의 삶을 살았다.
C.S.루이스는 영문학과 교수(Tutor or Don)로 분주한 생활을 했지만, 전도의 기회가 오면 거절하지 않았다.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기게 된 BBC 방송국 방송 강연도, 대학교회 설교도, 기독 언론의 칼럼도 전도의 기회라고 여기면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최선을 다해 복음을 담은 메시지를 전했고, 이런 자료들이 책으로 출판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진다.
이런 전도의 열정이 가장 잘 나타난 장면이 옥스퍼드 대학교 소크라테스 클럽 (Oxford Socratic Club) 회장으로 활동한 것이다. 한 신입생의 도전으로 시작된 이 클럽은 옥스퍼드 대학교 교목실에서 주관한 클럽이었는데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대답, 기독교 신앙의 소개와 반론이 공개 토론되는 신앙 토론 클럽이었다. 루이스는 이 무거운 토론 클럽의 회장 및 지도교수로 주제 발표를 하고 토론에 임했다.
루이스가 자신의 전도 활동을 두 가지로 정의했다. 첫째는 루이스는 자신을 예비전도자(Pre Evangelist)로 칭했다. 자신의 전도 활동을 사역자들과 전도자들의 전도를 준비하는 예비전도라고 불렀다. 다음은 루이스는 자신을 번역가라고 불렀다. 자신은 성경과 신학의 용어를 잘 모르는 세상 사람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성경의 언어를 번역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루이스가 자신을 번역가라 하고 복음은 청중의 언어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중의 언어라는 말은 듣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복음이 전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루이스가 자신의 전도를 번역이라 하면서 청중의 언어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으면서 바울의 아테네 설교를 생각했다.
성경에서 청중의 언어로 복음을 전한 대표적인 경우가 사도 바울의 아테네 설교다. 바울의 아테네 설교는 다종교 사회에서 복음을 증거하는 모범이다. 당시 헬라철학과 헬라문학을 꽃피운 헬라문명의 요람이었던 아테네에서 사도 바울은 헬라문학과 헬라철학의 용어로 복음을 전했다. 사도바울은 아테네 철학자와 시민의 용어 즉 청중의 언어로 복음을 전한 것이다.
바울이 방문했을 때에 아테네는 옛 영광의 흔적이 가득한 곳이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압도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웅장한 신전들, 헬라문명 발상지의 시민이라는 자부심, 그리고 당대 최고를 자부하는 철학자들이 있었다. 바울의 아테네 설교(행 17:22~31)는 신약 신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본문 중이 하나다. 헬레니즘의 심장 ‘아테네’에서 헤브라이즘의 진수인 “복음”을 전했던 이 설교는 탁월한 인문학적 설교요 타문화권 선교 설교의 모범이다.
바울은 철학과 문학의 성지인 아테네에서 철학과 문학의 명문장을 활용하며 복음을 전했다. 우선 당시 아테네 아레오바고의 중심세력이었던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학파의 논리를 동원했다. 창조주 하나님의 개념은 스토아 사상이고 사람이 지은 집에 거할 수 없는 신개념은 에피쿠로스 사상이다.
바울은 당시 아테네 철학자는 물론 아테네 시민들이 애송하는 시인의 시구를 인용한 문장을 사용했다. 행 17장 25절에서 바울은 "또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니 이는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시는 신이라"라며 하나님을 논증했다. 이 말은 세네카의 말(신이 인간들을 섬기려 하기 때문에 신은 섬기는 자를 원하지 않는다.)을 인용했다고 보인다.
26절도 세네카의 말과 거의 같다고 한다. 바울의 아테네 설교에는 로마의 대표적인 철학자 세네카와 키케로의 말을 수차례 인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바울은 또 28절에서 아테네 시민들이 애송했던 에피메니데스와 아라투스의 시를 인용했다. 에피메니데스와 아라투스는 당대의 아테네 시민들이 존경하는 철학자요 시인이었다.
사도바울은 아테네의 철학자들과 시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성경의 진리를 그들의 용어로 증거했다. 사도바울은 아테네 설교에서는 아테네 사람들에게 익숙한 헬라시인과 헬라철학자의 문장에 복음의 진리를 담은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 증명도 하나님의 속성 설명도 하나님을 섬기는 방법도 아테네 사람들의 용어와 논리로 설명했다.
C.S. 루이스는 옥스퍼드의 상아탑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전도자의 사명감으로 평생 복음을 전했다. 그는 20세기의 영국 시민과 세계 지성인의 언어로 복음을 전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성경을 현대인의 용어로 번역하는 탁월한 번역가요 전도자였다. C.S. 루이스는 모든 상황, 모든 기회를 활용해서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의 메시지는 수많은 회의론자의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는 전도의 도구가 되었다.
C.S 루이스와 사도바울은 탁월한 전도자다. 사도바울은 유대 변방의 종교 기독교를 세계적인 종교로 성장시켰다. C.S. 루이스를 사도 바울에 견줄 수는 없다. 하지만, C.S. 루이스 역시 탁월한 전도자다. 오펜하이머 박사는 예수님과 사도 시대 이후 기독교 확장에 기여한 세 사람(콘스탄틴 대제, 우르바노 2세 그리고 C.S 루이스)을 언급하며 C.S. 루이스의 전도능력을 인정했다.
사도바울과 C.S. 루이스가 탁월한 전도자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많다. 그중에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이 청중의 언어(전문용어)로 복음을 전했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의 전도법(전도방식)을 비교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사도행전 17장에 나타난 사도바울의 아테네 설교와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를 비교하며 이방 지성인을 복음으로 설득한 열정과 지혜를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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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