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은 자기를 들어내고 관심을 받고자 한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일은 ‘내’가 누구에게 지워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던 사람을 내 기억 속에서 잊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잃어버림, 잊혀짐’은 곧 무관심이며 이 무관심은 사랑이 식었다거나 사랑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의 관심에서 소외된 사람이 없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잊혀지거나 잃어버린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한 여자가 열 드라크마 가운데서 하나를 잃어버렸다. 이 열 드라크마는 약혼자로부터 받은 사랑의 증표이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선물이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신의와 자신의 순결과 정절을 지키고 있다고 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드라크마는 자신의 생명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약혼자가 사랑의 선물로 준 소중한 열 드라크마 가운데서 하나를 잃어버렸다. 이런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의 배신이며 약속과 신의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여자는 어떻게 하든지 최선을 다하여 잃어버린 드라크마를 찾고자 했다.
“어떤 여자가 열 드라크마가 있는데 하나를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아내기까지 부지런히 찾지 아니하겠느냐”(눅 15:8)
당신은 혹시 이 드라크마와 같이 당신의 소중한 믿음이나 사랑이나 소망을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잃어버린 사실조차 모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알아봐야 할 것이다. 당신에게 있어서 이 드라크마와 같은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라. 그것이 당신의 생명이라면, 천하보다 더 귀중한 생명임을 모른채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이 당신의 사랑이라면, 이 세상의 그 무엇을 주고도 바꾸거나 살 수 없는 사랑을 잃은 채 미워하고 또 미움을 받는 건조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이 당신의 믿음이라면, 천지만물의 대 주재인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그리고 이웃에 대한 신의를 잃어버린 채 생활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사람들에게 풍요로움을 선물하고 있다. 가을은 잃어버린 걸 찾고 싶은 계절이다. 지나간 여름 무더위에 시달리며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을 사노라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뙤약볕 밑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정신없이 일에 쫓기느라 너무나도 소중한 어떤 것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이제는 잃어버린 것을 다시 회복해야 할 때이다.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 찾아 자기 자신의 삶이 알알이 영글게 하고, 내 삶이 안으로 살찌게 하고 내용으로 채워져 가는 기쁨을 맛보며 살아야겠다. 그래서 이 가을은 우리 모두 행복해지자.
하나의 드라크마를 잃어버린 여인은 등불을 켜서 들고, 온 집을 쓸면서 부지런히 찾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잃어버린 드라크마를 찾았다. 그리고 친한 벗들과 이웃을 불러서 같이 즐거워했다. 우리 마음의 등불을 밝히자. 그리고 내 마음과 생활의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여 묵은 먼지를 쓸어 내버리자. 그래서 잃어버린 드라크마를 찾자. 생명을 찾자. 사랑을 찾자.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찾자. 기도와 봉사와 인정을 찾자. 우정도 찾자. 그래서 우리 모두 행복해지자. 이 가을에!!
sjkcdc@hanmail.net
11.02.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