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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이성자 기자

아침저녁으로 소슬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유난히 무더웠던 지나간 여름을 식혀내고, 파란 하늘은 가을의 얼굴이듯이 간간이 그 모습을 내밀고 있다. 벌써 코스모스가 피고 고추잠자리가 맴도는 가을이 왔다. 이 청아하고 아름다운 계절인 가을에 우리는 무엇을 할까?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여름 내내 무더위와 땀에 찌들던 가슴을 활짝 열고 우리의 고뇌를 저 청량한 가을 하늘에 씻으며, 우리의 이상을 저 맑고 깊은 하늘에 나부끼면서, 우리의 영혼을 저 가을의 에메랄드 빛깔처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이 가을에는 기도하자. 

 

먼저 나의 영혼을 깨끗하게 기도하자. 투명하고 맑은 영혼을 간직하기 위해서, 죄와 악을 씻어버린 순수한 영혼을 소유하기 위하여, 순결하고 향기로운 국화 향기를 머금은 영혼을 가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도하자. 거짓 없이 형제를 사랑하기 위해서 기도하자. 언제 어디서나 말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언어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싫증이 나지 않는 행위가 있다.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 사랑은 진실한 것, 사랑은 영원한 것, 사랑은 가을의 하늘과 같은 것이다. 우리 모두 거짓 없이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 가을에는 진실한 사랑을 나누는 계절이 되기 위해서 우리 모두 기도하자.

 

가을의 들풀처럼 시들어버리지 않는 몸과 마음을 간직하기 위하여 기도하자. 세상에 시들어버리지 않는 육체가 어디 있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 세상에는 늙지 않고 시들지 않는 육신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아름답고 싱싱한 젊은 마음을 간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젊음은 우리의 정신과 사상, 그리고 영혼과 육체에 언제까지나 간직할 수 있다. 그러기에 시들지 않는 마음은 우리가 귀중하게 간직해야 할 보석이다. 언제까지나 시들지 않는 몸과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기도하자. 풀의 꽃과 같은 오늘의 영광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모두 기도하자. 세세토록 있는 주님의 말씀을 영혼 속에 간직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기도하자.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를 까마귀 같이…”-김현승 님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에서 

 

봄은 새로운 시작, 여름은 왕성한 발전, 가을은 삶의 종말을 암시한다. 영혼의 가을에 “종말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간구해야 한다. 가을이 되면 자신을 돌아보고 각성해야 한다. “무화과의 때”에 열매를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가 저주를 받아 말라버렸다. 낙엽이 지는 계절에,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읊은 시인처럼, 한 해가 지나고 주님이 오실 날이 가까운 “종말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고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을 믿고 의심하지 않으면 산이 들리어 바다에 던져지라 해도 그대로 될 것이다.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을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눅 11:24). 그 누구의 혐의도 용서하고 용서를 받도록 하자. 깊어가는 가을에 전능하신 하나님께 기도하여 응답받기를 바란다.

sjkcdc@hanmail.net 

09.1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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