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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의 편지

강태광 목사 (월드쉐어USA대표)
강태광 목사

 (시인, 칼럼니스트)

           World Share USA 대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C.S.루이스가 1942년 발표한 서간체 소설이다. 이 작품은 C.S. 루이스를 영국 사회에 작가로 등장시킨 작품이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31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 이 글은 영국의 성공회 주간지 가디언(The Guardian, 같은 이름의 현대 영국 일간지가 있다)에 매주 연재되었던 글이었다. 첫 번째 편지 즉 첫 칼럼은 1941년 5월 2일에 세상에 나왔다. 가디언지 5월호에 게재된 것이다. 그 후 이글은 매주 연재되었고 11월 28일 판에 마지막 글이 실렸다. 

이 편지를 쓰면서 힘들었다고 루이스는 고백한 적이 있다. 생전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C. S. 루이스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쓰는 일이 즐겁지 않았고 “삭막하고 불쾌한 일이었다.”라고 말했단다. 루이스가 악마를 생각하고 악마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영적으로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탄이 어떻게 인간을 공격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사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과 그 사탄의 공격에 무너지는 인간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이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

루이스는 이 글을 1940년 6월 14일 주일 아침 옥스퍼드에 있는 홀리 트리니티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착상했다고 전해진다. 예배를 드리며 집중하지 못하던 루이스에게 갑자기 사탄이 인간을 파괴하는 전략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 전략에 말리는 인간의 약함과 악함을 정리했다. 루이스는 형 워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예배 설교시간에 이런 잡생각을 하였던 것을 후회하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C. S. 루이스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원고료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가디언은 글 한 꼭지 당 2파운드의 원고료를 지불해야 했는데, 루이스는 이를 거절했다. 루이스는 자신이 원고료를 받는 대신에 영국 성공회 목회자의 미망인을 위한 재단에 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루이스는 이런 나눔을 평생 실천했다. 

매주 연재되는 글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게 되었고 1942년 2월에 서른한 통의 편지 모두가 포함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미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글들은 출판 당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영국은 물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상당한 호응이 있었고 8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다. 

경험 많고 노회한 선임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자신의 조카이자 풋내기 악마인 웜우드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 충고하는 편지들이다. 인간의 본성과 유혹의 본질에 관한 탁월한 통찰이 가득한 이 책은 웜우드가 맡은 ‘환자’(이 책에서 악마들은 자기들이 각각 책임지고 있는 인간을 ‘환자’라고 부른다)의 회심부터 전쟁 중에 사망하여 천국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사소한 일들로 유발되는 가족 간의 갈등, 기도에 관한 오해, 영적 침체, 영적 요소와 동물적 요소를 공유하는 인간의 이중성, 변화와 영속성의 관계, 남녀 차이, 사랑, 웃음, 쾌락, 욕망 등 삶의 본질을 이루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1941년 가디언지에 루이스의 글이 게재될 때 많은 독자가 환호하였고, 대중의 큰 인기를 누렸지만, 오해도 있었다. 모든 독자가 그 이야기의 밑바탕에 있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루이스의 의도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예컨대 어느 시골 목회자는 가디언 편집자에게 편지를 보내 웜우드에 대한 스크루테이프의 조언들은 “그릇된 것들일 뿐 아니라 확실히 악마적”이라며 구독을 취소하겠다며 항의했다고 한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등장하는 스크루테이프는 고참 악마답게 지적이기도 하고 거만하다. 스크루테이프의 31통의 편지는 흥미롭게도 나름대로 고정된 형식이 있다. 중요한 특징을 정리하면 첫째로 웜우드로부터 환자(기독교 신자에 대한)보고를 받고 웜우드의 행동을 평가한다. 그래서 편지 서두는 "지난번 편지에서..."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스크루테이프는 웜우드에게 주어진 현실을 바탕으로 인간들을 유혹할 수 있게 조언한다. 

둘째로 스크루테이프는 인간 유혹이 목표다. 유혹하는 이유는 기독교 신자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스크루테이프는 인간이 기독교 신자가 되는 것을 혐오한다. 이것이 스크루테이프가 웜우드에게 편지로 소통하는 이유다. 사람들이 신자가 되지 못하게 하고, 신자를 돌이켜 다시 악마의 수하로 끌어들이는 데 필요한 계략을 전한다. 몸과 영혼에 배어있는 악한 습관으로 넘어뜨릴 수 있다고 웜우드에게 안내한다. 

셋째로 스크루테프는 그 유혹의 주제들을 인간에 접목할 때, 극단의 방법보다는 오히려 미적지근함의 방법을 사용하도록 장려한다. 이점은 루이스의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예를 들어 스크루테이프는 웜우드에게 사색이나 논쟁이나 공포나 피곤 등은 오히려 그 극단에서는 하나님을 붙잡게 된다고 경고한다. 인간에게 고난이 유익한 것을 아는 스크루테이프는 웜우드에게 오히려 피상적인 희망을 품게 하여 타락으로 이끌라고 가르친다.

넷째로 악마는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결코 그리스도의 위엄을 손상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루이스는 거의 모든 편지에서 악마가 패배에 신음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번번이 실패하는 스크루테이프의 모습은 그리스도의 위엄과 권능을 느끼게 하며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준다. 고참 악마의 품위를 지키려고 애쓰는 스크루테이프가 애처롭다.

스크루테이프 편지는 악마의 본질을 파헤치기도 하지만 인간의 약함과 악함을 고발한다. 이종태가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은 악마의 삶에 대해 고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려는 것이었다.’라고 지적한 것은 통찰이다. C.S. 루이스는 영악하게 접근하는 악마의 계략을 고발하면서 인간이 경각심을 촉구한다. 

Kangtg1207@gmail.com

04.2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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