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는 현대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다양한 교단과 다양한 신학적 흐름을 포괄하는 기독교 진리를 담고 있어 범 기독교적인 지지를 받았다. 영미 복음주의 진영의 지지를 받았고, 진보적인 자유주의 신학계, 나아가 천주교와 동방 정교회(Eastern Orthodox Church), 한 걸음 더 나가 모르몬교까지도 루이스와 그의 <순전한 기독교>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되었다.
<순전한 기독교>가 이렇게 다양한 기독교 그룹의 지지를 받는 것은 이유는 많다. 우선 루이스가 옥스퍼드 시절에 만난 오언 바필드 영향이다. 오언 바필드는 루이스에게 ‘연대기적 속물근성(Chronicle Snobbery)’을 설명했고 루이스는 오언 바필드의 생각을 마음에 담았다. 여기서 연대기적 속물근성은 최신의 것이 이전의 어떤 시대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루이스는 중요한 진리는 현대의 것보다 전통을 통해 세워진 것이 옳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가 다양한 그룹의 지지를 받고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는 순전한 기독교가 영원한 진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대중의 인기를 피하고 불변의 진리를 추구한 것이 역설적으로 대중의 지지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다.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가 영원한 진리를 추구한 것은 루이스의 개인 성향이 큰 영향을 끼쳤다. 루이스는 원래 논쟁적인 정치적 사회적 사안들을 싫어했다. 그는 신문을 잘 읽지 않았던 지식인으로 유명하다. 루이스는 당시 사회가 안고 있었던 논쟁적인 사안들과 자신이 전하는 진리와 연결되는 것을 애써 피하려 했었고 보편적인 기독교 진리에 집중했다.
루이스는 당대와 이후 그리스도인들이 놓치지 못했던 정치적 유혹을 피했다. 루이스는 참여 민주주의 시대에 사람들이 당파적 정치문제에 몰두함으로 기독교 진리를 외면했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당파적 정치 논리나 사회적 이슈를 기독교의 진리와 연결시키지 않도록 노력했다.
루이스가 영원하고 보편적인 기독교 진리에 집중하게 된 것은 그의 당시 상황이었다.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의 탄생 배경이 전시 상황이었다. 아울러 루이스가 전국 시민을 대상으로 방송 강연을 하는 연사로 자신의 원고를 정리했다. 그는 전쟁으로 고통당하는 국민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진리로 위로하기를 원했다.
루이스는 영원한 진리를 추구한 까닭에 기독교의 핵심진리를 파악했다. 그리고 그는 이 진리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개발했었다. 이렇게 개발된 능력과 재주로 폭넓은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대중을 설득하는 능력도 갖추었다. 루이스는 개발한 세 가지 통로로 대중들과 소통하였다.
그 첫째가 인문학이다. 루이스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통해 문학과 고전을 탐독했다. 문학적 소양을 갖추었던 아버지 영향이다. 그는 또 고전 문학에 열중했다. 대학에서 중세 문학을 전공했다. 이런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그는 인생의 통찰력을 갖게 되었고,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발견했다.
루이스가 폭넓은 대중을 만나는 두 번째 통로는 그의 문학 클럽 잉클링스(Inkings)를 통한 인간 이해 훈련이다. 잉클링스는 루이스가 옥스퍼드에서 친구였던 톨킨(존 로널드 루엘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교수와 더불어 이끌었던 문학 클럽이다. 그들은 치열한 문학 토론과 서로를 비평함으로 탄탄한 논리적 구성은 물론 대중성을 점검받게 되었다.
루이스가 폭넓게 대중을 쉽게 만나게 해준 세 번째 통로는 그의 글쓰기 훈련이다. 루이스는 평생 글쓰기에 몰두했다. 루이스는 평생 40여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평생 독자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루이스는 편지로 문학, 신앙과 신학의 묵직한 주제들을 다루었다. 그의 편지는 소논문이었다. 루이스는 다양한 상대와 편지로 소통하며 일반 시민의 관심사를 파악했다.
<순전한 기독교>에서 루이스는 기독교의 보편성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문제에 집중했다. 기독교의 보편적인 진리를 보편적인 인생의 문제와 연결하는데 탁월했다. 그리고 그는 대중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표현방식으로 대중을 설득했다. 그 대중과의 소통이 꽃핀 현장이 방송 강연이었고, 정리된 <순전한 기독교>로 다시 나타났다.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가 주목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유명인사의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런 대표적인 이야기는 닉슨 대통령 법률 고문 척 콜슨 사연이다. 닉슨의 해결사였던 그는 삶이 부서지는 고통 속에 친구 (레이시온 사 이사장) 톰 필립스로부터 순전한 기독교를 받았다.
필립스는 콜슨에게 책을 건네며 한 장을 읽어 주었다. “가장 큰 죄”라는 장이었는데, 모든 사람에게 있는 보편적인 죄를 고발하면서 그 악이 교만이라고 주장한다. 콜슨은 “교만은 영적인 암입니다. 그것은 사랑이나 자족하는 마음, 심지어 상식마저 그 가능성을 깡그리 잡아먹습니다.”라는 대목을 친구가 읽을 때 백악관에서 벌어진 일들의 요약으로 들렸단다. 콜슨은 회심했다.
콜슨에 이어 순전한 기독교를 읽고 회심한 명사는 저명한 과학자 프랜시스 콜린스다. 미국국립보건원장을 역임한 그는 기독교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찾아간 감리교 목사의 추천으로 <순전한 기독교>를 읽고 회심했다. 과학자인 그는 <신의 언어/The language of God>란 책을 출판해 기독교를 변증했다.
기독교 지도자들의 니지와 인정, 대중의 사랑, 그리고 명사들의 회심에 결정적 기여 등으로 <순전한 기독교>는 현대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사랑받는다. 루이스가 신앙적 방황 끝에 회심한 것은 기독교 신앙을 회의하는 지성인과 과학자들에게 신뢰와 설득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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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