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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라티쿠스

여병현 목사 (어린이전도협회 대표)
여병현 목사

(어린이전도협회 대표)

이솝 우화 가운데 토끼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요한 숲속에서 모든 동물들이 낮잠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진 토끼의 머리 위에 도토리 한 알이 떨어졌습니다. 깜짝 놀란 토끼가 뛰기 시작했습니다. 토끼의 뒤를 이어 여우도, 사슴도 사자도 숲속의 모든 동물들이 요란한 소리에 놀라 영문도 모른 채 이리저리 뛰기 시작합니다. 고요한 숲속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후 지친 동물들이 멈춰서서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우리가 왜 달리는거지? 대답은 모른다였습니다. 우리들도 숲속의 동물들처럼 세상이라는 숲 속에서 인생은 어디서 와서 무엇을 위해 살아가며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명확한 좌표도 없이 잠시 머물다 떠날 이 세상에서 부귀영화와 장수를 꿈꾸며 일장춘몽 같은 행복한 파라다이스를 추구하며 숲속의 동물들처럼 지쳐 쓰러질 때까지 정신줄 놓고 뛰고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모 에라티쿠스란 "착각하는 인간"이란 의미입니다. 인류 최초의 사람 아담과 하와의 범죄 이후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음이 닥쳐 올 것을 알면서도 '오늘은 아니야' 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갑니다. 암이나 불치병이 우리집 대문 앞을 지나다니고 있음에도 내 집 문을 열고 찾아들어 오기 전까지는 이웃의 이야기였고 다른 사람의 문제일 뿐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착각하는 인간, 호모 에라티쿠스가 우리의 삶에 문화로 자리잡고 100세 시대 운운하며 죽음이란 단어가 멀리 있는 것처럼 환각 상태로 우리를 몰아갑니다. 티비를 켜면 전문가들이 등장해 무병장수의 비결을 쏟아냅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백세를 넘기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팀 켈러 목사님이 "죽음에 관해서"라는 책을 출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췌장 암 진단을 받고는 "나는 죽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당황했다"고 말합니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라고 외치는 목사님도 죽음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불치병 앞에서 당황해 합니다. 얼마 전 한국에 사는 사랑하는 벗으로부터 말기 4기 간암 진단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목사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라는 말이 덕담이 아니라 해머로 가슴을 치는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것 같은 환상과 호모 에라티쿠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시편 기자는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하여 하는고 너는 하나님을 바라라 그 얼굴의 도우심을 인하여 내가 오히려 찬송하리로다"(시 42:5). 사도 베드로는 “아버지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그의 많으신 긍휼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게 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산 소망이 있게 하시며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아니하는 유업을 잇게 하시나니 곧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간직하신 것이라"(벧전 1:3,4). 우리의 소망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하나님의 나라에서 누리게 될 영원한 영생 천국입니다.

cefyeo@hanmail.net

03.29.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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