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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펑펑 운 사연

손기성 목사 (은혜장로교회)
손기성 목사

(은혜장로교회)

예배 중에 한 청년이 펑펑 울고 있었습니다. 예배가 마친 후에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뭐가 그리 힘들어 울었습니까?” 그러자 청년이 대답하기를 “나는 어릴 적에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은 선교사님의 운전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고려인으로 러시아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오신 선교사님을 만났고, 그 선교사님은 항상 커다란 SUV차량을 타고 나타나셨습니다. 그 차를 운전하는 분은 고려인이셨고, 선교사님의 말씀과 대화를 통역해 주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선교사님과 함께 다녔습니다. 나는 그때 선교사님들은 엄청난 부자인 줄 알았습니다. 커다란 차에, 기사까지 어떤 때는 여러 사람들을 대동하고 나타나 선물을 주곤 하셨기 때문에 참 대단한 분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교사가 되기는 어렵고, 그 큰 차를 살만한 능력을 갖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래도 그 중에 제일 가능성 있는 것이 차를 운전하는 운전사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늘 선교사님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한국에 오게 되었고, 한국말과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여행사를 운영하게 되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너무너무 사업이 잘되었습니다. 과거 선교사님이 타고 다니셨던 차보다 더 좋은 차를 가진 차주도 되고, 사업주도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가난한 고려인 청년이 꿈을 이룬 것입니다. 아니 넘치게 받은 것입니다. 자랑스러웠고, 스스로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팬데믹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여행사는 문을 닫았고 순식간에 차도 사업도 날아갔습니다. 살던 집도 나와야 할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그때 얼마나 하나님을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왜 나를 여기까지 부르시고, 모든 것을 맛보게 하시고, 도로 빼앗아 가시느냐고 말입니다. 그리고 뭘 어찌해야 하는지 앞이 막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을 그렇게 보내니 자포자기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배 중에 은혜에 대한 찬양을 부르는데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은혜입니다’ 이렇게 찬양을 하는데 갑자기 멍해지는 것이 ‘정말 모든 것이 은혜니?’라고 되물어 지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눈물이 흐르고, 주신이도 여호와시면 가져가실 수 있는 분도 여호와시라고 고백하면서 정말 아무것도 없던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셨는데 팬데믹은 나만 격는 어려움이 아닌데 이런 시련 앞에 주신이를 원망하면서 내가 받은 것이 모두 은혜였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회개가 되면서 눈물이 쏟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은혜는 모든 것이 주의 것입니다. 고백할 때 진정한 은혜가 되는 것 입니다. 우리는 은혜를 관념적으로나 언어적 의미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값없이 받은 것이 은혜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모든 것이 값없이 받은 것들인데 항상 조건이 붙고, 이유가 따라옵니다. 때로는 목회를 하면서도 이런 함정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진정한 은혜를 잃어버리고 형식적이고, 관념적이 은혜를 선포할 때가 있습니다. 잘 풀리는 것이 은혜고, 기대 이상일 때 은혜고, 인정받고 좋아지면 은혜라 말하고, 어려울 때, 힘들 때, 비난받을 때,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시험’이고, ‘고난의 때’라고 말합니다. 물론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고난도 시험도 은혜아래 있음을 먼저 인정하는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고난이나 시련이나 하나님의 뜻이나 제각기 생각하고, 느끼는 상황보다 먼저 그것이 은혜임을 고백할 수 있는 믿음의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는 바울 사도에게 하나님은 ‘내 은혜’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지요. 그 은혜가 ‘족하다’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결국 얼마나 필요하고 무엇을 더 주셔야 할 지 이미 아시고 그것을 인정하며 사는 것이 은혜인 것입니다. 그 청년은 이제 더 큰 은혜를 누릴 한 차원 높은 성숙을 맛본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이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 . ”(고후 12:9-10) 오히려 약한 것을 자랑 삼았다고 고백합니다. 그가 가진 좋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가문이나 학벌이나 주님을 영접한 이후에도 나타나는 남다른 능력들은 은혜중의 은혜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은혜, 자랑할 만한 은혜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남들이 상상치 못할 능욕과 핍박과 심지어 몸에 있는 가시조차 은혜라고 기쁘게 고백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은혜를 누리고 계시는지요?  은혜 아래 계시나요? 

word4u@gmail.com

03.1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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