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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가로막는 말들

손기성 목사 (은혜장로교회)
손기성 목사

(은혜장로교회)

새해가 되어 집사님 가정과 만나 식사할 자리가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덕담을 나누던 중 여 집사님 눈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얼굴로 한숨을 몰아 쉬며, “목사님, 가슴이 아파 먹는 것도 잘 안 넘어가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집사님이 목이 메인 이유는 전년 12월 29일 고국에서 일어난 무안참사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나 그렇지만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몸은 미국에 살아도 항상 고국의 소식과 안녕에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집사님의 말을 들어보면 “목사님, 181명이 비행기를 탔는데, 2명만 살고 179명이 모두 죽었어요. 얼마나 얼마나 기가 막히고 가슴이 아프겠어요. 그 가족이나 지인들은 날벼락일 거예요. 아무 상관 없는 나도 이렇게 가슴이 무너지는데 말이죠. 얼마나 힘들까요.”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인재이고 참사인 것입니다. 물론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런 엄청난 사건·사고를 바라보는 눈은 남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에 식사 중 눈물을 보이고, 자기 일처럼 가슴 아파하며 빠른 회복과 치유를 기도하는 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신앙인의 관점에서 위기를 만난 사람들과 그 환경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하여 짚어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입니다.

무안참사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참사 한달을 맞은 날, 제가 사는 지역에 비행기가 충돌하여 탑승객 67명 전원 사망하는 사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 가운데는 한인도 두 명이 타고 있었다며 한인 사회에 안타까움을 전해왔습니다.

이럴 때 종종 등장하는 메뉴가 ‘왜 저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하는 화두입니다. 이런 질문은 보통 사람들은 별로 관심 갖는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관심을 갖는다면 내용과 시스템을 질타하고 분노합니다. 그러나 유독 신앙이 깊고 남다르게 산다고 하시는 분들의 입에서 시비를 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실제 고국에서 일어난 무안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고국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목사님의 입을 통해, 그것도 설교 시간에 “하나님께서 사탄에게 허락하신 것”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목사의 한 사람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그 비행기 안에는 신불신 모두가 있었을 것이고, 하나님은 그 모든 영혼들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며, 한 영혼이라도 멸망과 사망 가운데 두시길 원치 않으시는 분임을 성경 여러 곳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설교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단 그 목사님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믿음 좋다고 하는 분들의 입을 통해 회자되니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겪고,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흑백논리’나 ‘선악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대단히 교만한 모습이고, 잘못된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려운 일을 만나는 것은 뭔가 죄를 지었거나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옳은 일이거나 사명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들이여, 바라기는 그것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복음을 전하는 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연약한 성도들에게는 넘어지게 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생각도 못한 사고에 고통하는 영혼들을 두 번 울리고 좌절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위기를 만난 사람들을 향해 보여주신 모습은 달랐습니다. 망루가 무너져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누구의 죄 때문인지 묻는 제자들을 향하여 분명하게 대답하셨습니다. “아니다. 저들의 죄 때문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눅 13). 오히려 그런 상황은 그들의 죄를 물어야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 주변에 부지중에 찾아올 수 있는 위기와 위기를 만난 사람들을 보면서 기억해야 합니다. 아픔을 공감하며,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돕는 방법을 찾아야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일 것입니다.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엡 4:29).      

Word4u@gmail.com

02.1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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